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비즈

[홍춘욱 경제팩트] 도시가 경제를 구원할 것이다?!

'도시화' 통해 시장 만들어져야 분업과 경제성장 가능…중국·인도에 기대

2019.04.29(Mon) 09:15:48

[비즈한국] 수많은 나라가 ‘선진국’의 문턱에서 주저앉고, 아예 경제개발의 문턱조차 넘지 못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이 문제를 주목하고 연구해왔으나 ‘이거다’라고 딱 잘라 말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렇게 ‘답’을 가지고 있으면 왜 수많은 개발도상국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지 못했겠는가. 

 

결국 경제학이 사회과학이기 때문일 것이다. 실험실에서 재현이 어렵기에 경제학자들은 자연스럽게 역사에 집중하게 된다. 역사적으로 볼 때, 경제성장을 가장 확실하게 이끌어낸 수단은 바로 도시화(都市化, Urbanization)라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경제성장을 가장 확실하게 이끌어낸 수단은 바로 도시화라 할 수 있다. 중국 상하이의 스카이라인.

 

최근 흥미롭게 읽은 책 ‘유럽 경제사’의 저자, 칼 퍼슨과 폴 샤프는 다음과 같이 분업이 경제성장을 촉발한다고 말한다. 

 

인적 자본과 물적 자본의 축적이 작은 역할만을 하는 (저개발) 경제에서 경제 성장의 기초는 무엇인가? 답은 자명하다. 특화, 즉 분업의 이익, 실행에 의한 학습의 이익, 자본 부존과 지역적 차이에 기초한 무역의 이익이 있었다. 

 

토지를 경작하는 가계로 이루어진 고립적인 마을을 생각해보자. 가계들은 고립되어 있어서 전형적으로 자기 자신의 식량뿐만 아니라 옷도 생산한다. 그들은 주택과 울타리와 마구간, 그리고 경작에 필요한 쟁기와 같은 농업 도구들을 만들고 또 유지한다. (중략) 애덤 스미스는 생산을 분리된 과업으로 분할하고, 다른 생산자들이 각각에 전문화하도록 하면 모두의 효율성이 증진될 것이라는 중요한 관찰을 했다. -책 45쪽

 

이는 당연한 일이다. 한 사람이 농사부터 시작해 옷감을 만들고 집을 짓는 것까지 다 능통하게 잘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사람마다 타고난 재능과 환경이 다른데,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 모든 것을 홀로 해내야 하는 사회는 당연히 경제의 수준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 가계는 옷 제조를, 다른 가계는 식량 생산을, 또 다른 가계는 주택 건축을 전문으로 하면, 이 전문가들은 온 마을에 옷과 식량과 주택을 각각 공급할 수 있다. 생산자들은 자신들이 전문화한 것에서 자신의 숙련을 증진할 수 있으므로 노동 생산성 면에서 우위를 획득한다. 이것은 옷 짜는 가계(織造工)는 식량을 생산하지 않고 주택을 짓지도 않으면서,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것에 집중함으로써 더 부유해질 것이다. 마찬가지로 농부는 옷이나 주택을 짓지 않으면서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것에 집중함으로써 더 부유해질 것이다. -책 46쪽

 

그러나 이 아름다운 세계를 누구나 만들어내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다름 아닌 시장의 규모다. 시장의 규모가 대단히 작아서 분업이 오히려 ‘생존의 위협’으로 작용하는 경우에는 분업에 따른 생산의 효율 향상을 추구하기 어려워진다.

 

애덤 스미스는 ‘(분업이) 시장의 한도’에 의해 제약된다고 주장한다. 이를 근대적인 용어로 바꾸면, ‘​분업의 한계는 한 경제 내의 총수요의 수준이 결정’한다가 될 것이다. 

 

전문화의 이득을 얻기 전 직조공을 생각해보자. 그들은 겸업 농부이자 옷 제작자다. (옷 만들기에) 집중해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생산성이 향상된다면 직조공이 농업을 포기하면 이득을 얻을 것이다. 그러나 옷에 대한 수요가 (풀 타임으로 일한) 직조공의 생산량에 비해 부족하다면, 직조공이 농업을 포기할 수 없을 것이다. -책 49쪽

 

아무리 분업을 하고 싶어도, 특기를 발휘하고 싶더라도 시장이 작으면 소용이 없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경제 발전은 ‘도시화’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이뤄지는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에서 가능할 수밖에 없다. 아래의 그래프에서 가로축은 지난 10년 동안의 경제성장율을, 그리고 세로축은 도시화율의 진척 속도를 보여준다. 도시화의 속도가 빠를수록 경제성장율도 높아지는 것을 한눈에 발견할 수 있다. 

 

도시화율의 변화와 경제성장률의 관계. 자료= 홍춘욱 ‘인구와 투자의 미래’ 181쪽

 

도시가 성장할 때 전문화된 직업의 수도 증가하여, 도시화의 초기 국면에는 (전문화된 직업이) 몇 되지 않았는데 13~14세기 파리와 런던 같은 대도시에서는 수백 종에 이르게 된다. 1700년경 런던 한 곳에서만 약 700개의 직업을 지탱할 수 있었다. (중략)

 

10세기부터 장기적이고 강렬한 도시화가 이뤄져, 유럽의 선진적인 지역에서는 중세 말에 도시화율이 25% 가까이 올랐다. 그 과정에서 장원은 영지들은 자급자족할 이유가 사라졌으며, 장인(匠人)들은 농촌지역에서 도시 중심부로 이동했다. -책 67~68쪽

 

16세기 후반부터 시작된 세계적인 대분기(大分岐, Great Divergence)의 원인이 바로 ‘도시화’의 진척 속도의 차이에 있지 않았느냐는 이야기다. 

 

실제로 아래 그래프에 나타난 것처럼, 1500년까지만 해도 아시아의 도시화율이 서유럽보다 높았지만 1600년을 고비로 아시아의 도시화율이 하락하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늦어도 1700년대 후반부터 서유럽의 1인당 소득이 아시아의 선진지역(양쯔강 유역 및 칸토 평야지대)을 서서히 앞지르게 된다. 

 

서유럽과 동유럽, 아시아의 도시 인구비율 변화. 자료= Daron Acemoglu, Simon Johnson and James Robinson(2005), ‘The Rise of Europe: Atlantic Trade, Institutional Change, and Economic Growth’, AMERICAN ECONOMIC REVIEW VOL. 95, NO. 3, 546-579쪽

 

이상과 같은 역사적 사실을 감안해볼 때, 앞으로 중국과 인도의 경제성장은 충분한 잠재력을 지닌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의 도시화율은 이제 58%, 인도는 34% 전후에 불과하니 말이다. 물론 급격한 도시화를 유도할 경우 공해 등 다양한 문제가 생기는 것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경제성장의 관점에서만 본다면, ‘무역마찰’로 발생하는 성장 탄력 둔화의 위험을 이겨낼 유일한 구원의 동아줄은 중국이 아닌가 생각된다.

홍춘욱 이코노미스트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정부미는 별로?' 아시아나항공 매각 주간사 선정 막후
· [대기업 총수 생가를 찾아서 ① SK] 6·25 당시 고풍스런 한옥 '그대로'
· [홍춘욱 경제팩트] 미중 무역분쟁에서 중국이 질 수밖에 없는 까닭
· [홍춘욱 경제팩트] 한 무제의 성공한 경제정책은 어떻게 무너졌나
· [홍춘욱 경제팩트] '아시아의 용' 중국은 왜 영국에 뒤처졌나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