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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틴뷰 현장] '구글 I/O' 키노트 "모두에게 유용하도록" 어떻게?

AI 접목으로 언어 처리속도 비약적 발전…새 기능보다는 가치 부여에 집중

2019.05.08(Wed) 10:11:14

[비즈한국] ‘구글 I/O(아이오)’​는 구글이 지금 가장 관심 있는 기술, 그리고 앞으로 1년 동안 집중할 서비스에 대해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당연히 구글의 가장 큰 관심사는 여전히 인공지능이다. 7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위치한 쇼라인엠피시어터에서 열린 구글 I/O​ 2019에서는 두 시간에 걸친 키노트를 통해 머신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구글의 서비스들이 어떻게 더 똑똑해지고 정교해질 수 있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뤘다.

 

키노트는 세상과 인터넷의 연결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했다. 구글은 인터넷 검색을 넘어 디지털 정보와 물리적 세상을 연결하는 데에 오랫동안 공을 들여왔다. 세상을 검색하는 것은 구글의 큰 과제였고, 이 역시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구글은 7일(현지시각) 미국 마운틴뷰 구글캠퍼스 인근에 위치한 쇼라인엠피시어터에서 구글 I/O 2019를 개최하고 향후 서비스 방향 및 신제품을 대거 발표했다. 사진=최호섭 제공

 

# 컴퓨터 비전, 구글이 세상을 보는 방법

 

첫 시연은 ‘구글링’이었다. 구글은 지난해 ‘풀 커버리지’라는 기능을 구글 뉴스에 도입했던 바 있다. 특정 검색어를 입력하면 수많은 콘텐츠를 정리해 한눈에 보여주는 기능이다. 시연에서는 ‘블랙홀’을 검색했는데, 최근에 발견한 블랙홀에 대한 콘텐츠들이 어떻게 해석되는지 묶어서 보여준다. 많은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읽을 수 있도록 정리하는 데에 머신러닝이 활용되는 것이다.

 

또한 검색 결과에 가상현실 기술이 더해진다. 시연에서 근육을 검색한 뒤 실제 사람의 근육을 모델링한 3D 이미지를 확인하고 이를 증강현실을 통해 책상 위에 올려보는 장면이 소개됐다. 검색으로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가 가상현실로 확장되는 순간이다.

 

반대로 사물이 디지털 정보로 검색되는 사례도 소개됐다. ‘구글 렌즈’다. 구글 렌즈는 2017년에 처음 소개됐고 이미 안드로이드의 기본 기능 중 하나로 쓰일 만큼 대중화된 기술이다. 구글 렌즈는 이제 거의 모든 사물을 인식할 수 있고, 계속해서 그 정확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에 소개된 것들은 ‘왜 카메라를 비췄을까’에 대한 의도를 더 잘 읽는 데에 집중됐다.

 

구글 렌즈를 직접 시연하는 모습. 메뉴판을 카메라로 비추자 메뉴판에는 없는 각종 정보를 스마트폰에서 즉각 확인할 수 있다. 사진=최호섭 제공

 

음식점의 메뉴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비추면 구글 렌즈는 그 중에서 인기 있는 메뉴를 강조해서 보여주고, 필요하면 리뷰도 띄워준다. 영수증을 비추면 간단한 계산기가 떠서 팁을 얼마 줄지, 1인당 얼마씩 내면 될지를 간단하게 계산할 수 있다. 구글 렌즈가 처음 소개됐던 2017년 시연에서 인터넷 공유기를 찍으면 접속 비밀번호를 읽어서 입력해주거나 영화 포스터를 찍으면 예매 사이트로 연결해주던 것에서 더 똑똑해졌음을 알 수 있다.

 

구글의 카메라로 세상을 읽는 기술, 즉 컴퓨터 비전 기술은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다. 고도화되는 만큼 어떻게 쓰일지에 대한 고민이 중요한 시기다. 구글 렌즈 외에 ‘구글 고(Google Go)’라는 서비스도 발표됐다. 이 서비스는 텍스트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에 집중되어 있다. 텍스트가 담긴 이미지를 찍으면 그 안에서 글자를 읽어 번역하고, 읽어주고, 검색해준다. 이미 여러 구글 서비스에 담겨 있는 서비스다. 하지만 이를 주제에 따라서 다시 묶는 것으로 앱의 가치가 달라지는 예다. 구글은 최근 이런 식의 서비스를 많이 개발하고 있다.

 

특히 구글 고의 시연에서 인도의 문맹 문제를 짚은 것이 인상적이다. 아이에게 글을 가르쳐주지 못하는 고민을 구글 고를 통해 해결했다. 어떤 글자든 가져다 대면 목소리로 읽어주기에 은행 업무를 볼 수도 있고, 아이의 학교 준비물을 챙겨줄 수도 있다. 우리에게는 낯선 일이지만 세상에는 아직도 문맹 인구가 매우 많다. 기술이 어떻게 하면 잘 쓰일지에 대한 좋은 예다.

 

# 새로운 기술보다 용도 맞는 기술로 세분화

 

접근성에 대한 발표도 눈여겨볼 만하다. 의사소통에 불편을 겪는 장애인들을 위한 서비스들이 몇 가지 공개됐다. ‘라이브 속기(Live transcribe)’는 정확히 발음하기 어려운 장애인의 발음을 알아듣고 텍스트로 보여주는 서비스다. 게임처럼 주어진 문장을 읽으면 그 내용을 학습해서 단어를 정확하게 알아듣게 된다. 꼭 말이 아니어도 소리를 낼 수 있으면 목소리와 표정의 미묘한 변화를 통해 간단한 의사 표현을 할 수도 있다. 머신러닝이 가장 잘하는 일 중 하나다.

 

‘라이브 캡션(Live Caption)’은 스마트폰으로 찍은 동영상에 실시간 자막을 달아주는 서비스다. 이 안에 담긴 음성 인식 머신러닝 세트는 오프라인으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담긴다. 오프라인이어도 이용할 수 있다. 통신 상태에 관계없이 쓸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처리 속도가 획기적으로 빨라진다. 이 역시 새로운 기술이라기보다 기술의 재해석이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례다.

 

라이브 캡션은 새로운 기능이라기보다는 획기적인 처리 속도와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최호섭 제공

 

음성 인식 기술에 대한 이야기는 구글 어시스턴트로 연결된다. 라이브 캡션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구글 어시스턴트의 음성 인식 속도가 10배 빨라졌다. 이 덕에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음성 명령 처리가 거의 실시간으로 이뤄진다. 시연에서 거의 쉴 새 없이 앱을 실행하고, 메시지를 보내고, 정보를 묻는데, 아예 지연 시간이 없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빠르게 반응했다. 데모에서 공개된 픽셀의 안드로이드 Q(큐)는 화면 아래 소프트키 막대에 음성 인식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영역도 비추었다. 픽셀이 아닌 다른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어떻게 작동할지도 지켜볼 일이다.

 

지난해 인공지능이 직접 미용실과 음식점에 전화를 걸고 예약까지 하면서 구글 I/O를 발칵 뒤집어 놓은 구글 듀플렉스는 그 기능을 조금 더 가다듬고 현실적인 요소들을 더했다. 전화를 걸기 전에 듀플렉스에게 예약 의도를 입력하는 창의 상당 부분이 자동으로 채워지는 것이 가장 눈에 띈다. 렌터카를 예약하는 데모에서는 G메일을 통해 차량이 필요한 날짜, 시간과 장소를 미리 인지하고, 이전에 렌터카를 이용했던 기록을 통해 적절한 차량을 미리 골라주기도 했다. 시간을 아끼는 것이 구글 어시스턴트와 듀플렉스의 기본 의도인데, 개인 정보와 머신러닝 기술이 결합되면서 본래 목적에 더 가까워졌다.

 

# ​더 나은 서비스​의 최종 목표는 ‘더 나은 구글’

 

구글의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면서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구글과 페이스북이 많은 개인정보를 다루는 만큼 시장에서 경계하는 시선이 많다. 구글은 최근 개인정보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페이지를 열었다. 개인정보 페이지 안에서 구글에 기록된 정보를 곧바로 지울 수도 있고, 자동으로 3개월, 18개월 동안만 보관될 수 있도록 설정하는 메뉴도 생겼다. 아예 필요에 따라 구글의 서비스를 익명 모드로 쓰는 것도 가능해졌다.

 

구글은 머신러닝 기반의 인공지능으로 각종 서비스의 언어 처리 속도를 비약적으로 향상시켰다고 밝혔다. 사진=최호섭 제공

 

이번 발표는 어떻게 보면 최근 2~3년 사이의 키노트와 큰 그림은 비슷하게 닮아 있다. 깜짝 놀랄 기술보다도 지금까지 나와 있는 기술들이 어떻게 하면 더 쉽고 자연스럽게 우리 삶에 녹아들 수 있을지에 대한 철학을 키노트를 통해 비쳤다.

 

2019년 구글 I/O 키노트의 메시지 역시 사람에 있다. 순다 피차이 CEO(최고경영자)는 거의 모든 발표에 ‘모두를 위해 더 유용한 구글을 만든다(Building a more helpful Google for everyone)’는 메시지를 더했다. 머신러닝 이후의 구글 서비스는 앞을 보고 달려가기만 하는 기술이 아니라 뒤를 돌아보고 사람들과 함께 간다는 의미를 품고 있다. ‘기술의 정체기’ 같은 부정적인 해석도 있을 수 있지만 사실 구글의 서비스는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바뀌고 있다. 

 

그 안에는 ‘사람’과 ‘친절함’이 있다. 기술을 개발하는 것만큼이나 기술을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한 고민의 결과가 인공지능 기술을 만나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미국 마운틴뷰=최호섭 IT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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