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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현장] 법인분할 가결, 긴박했던 현대중공업 '주총 전쟁'

전격 장소 변경, 노조 "위법 절차 주총 무효"…현대중 "감사원 감독하에 이뤄져 적법"

2019.05.31(Fri) 17:29:13

[비즈한국] 현대중공업 주주총회가 결국 성사되고 한국조선해양의 ‘법인분할’이 결정됐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이 코앞에 다가온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현대중공업은 주주총회 장소와 시간을 긴급하게 변경하고, 노동조합의 진입을 막기 위해 소화기를 분사하는 등 물리력을 동원해야 했다. 일각에서는 주주의 자유로운 참석이 보장되지 않은 위법 주주총회라며 무효를 주장하고 나섰다.

 

끝내 현대중공업 주주총회가 성사되면서, 한국조선해양의 ‘법인분할’이 결정됐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이 코앞에 다가왔다.​ 주주총회를 저지하는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현대중공업 정문 앞에서 농성하고 있다. 사진=박현광 기자

 

31일 오전 7시 현대중공업 주주총회 장소인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에서 밤새 자리를 지킨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 현대자동차지부, 대우조선해양지부 조합원 4000여 명은 “주주총회 박살내자”는 구호를 외치며 대열을 정비했다. 오전 10시로 예정된 주주총회를 막으려는 움직임이었다. 오전 7시 39분 사측에서 고용한 용역 200여 명이 한마음회관 정문에 도착하자 노조는 분노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오전 7시 47분 사측 관계자는 현장으로 찾아와 노조에게 농성 해제 요청을 했다. 오전 8시 금속노조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농성을 이어갈 의지를 내비쳤다. 노조와 사측이 서로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한 채 2시간 넘게 대치 국면이 지속됐다. 오전 10시 30분 사측 관계자는 현장에 나타나 확성기를 들고 주주총회 장소와 시간이 변경됐다고 공표했다.

 

31일 오전 7시 47분 사측은 현장으로 찾아와 노조에게 농성 해제 요청을 했다. 사진=박현광 기자

 

주주총회 장소와 시간은 울산 남구 울산대학교 체육관에서 오전 11시 10분으로 변경됐다. 노조 조합원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긴급하게 울산대학교로 이동하기도 했다. 한마음회관에서 울산대학교까지는 차로 40분 이상 걸리는 거리로, 변경된 시간에 맞춰 도착하기는 쉽지 않았다. 사측이 고용한 용역들은 울산대학교 체육관 안에서 자물쇠로 문을 걸어 잠그며 노조원의 진입을 막았다.

 

오전 11시 14분 노조는 자물쇠로 잠긴 체육관 후문의 유리문을 부수고 주주총회장 진입을 시도했다. 주주총회는 오전 11시 10분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주주총회장 안에는 의결권주식 총 5107만 4006주(72.2%)를 가진 주주 66명과 용역 50여 명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오전 11시 18분, 노조가 진입을 시도하던 중 검은 티셔츠를 입은 용역은 소화기를 분사했다. 조합원들은 밖으로 나가 경찰과 대치했다. 오전 11시 24분 주주총회에서 ‘법인분할’ 안건이 통과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노조는 다시 체육관 안으로 진입을 시도했다. 조합원들은 체육관 안으로 진입에 성공했지만, 이미 주주들은 자리를 떠난 뒤였다. 체육관은 성난 조합원들에 의해 쑥대밭이 됐다.

 

상황이 종료된 뒤, 사측이 고용한 용역 직원 중 한 명은 ‘비즈한국’과의 인터뷰에서 “울산대 체육관에는 용역 50명 정도가 있었다. 오늘 아침 9시부터 왔다. 주주들은 11시가 안 됐을 때 입장했다”며 “사실 물리력을 동원하라는 지시는 없었고, 정문을 막으라는 말만 들었다. 노조가 후문으로 진입을 시도했고, 용역 중 한 명이 우발적으로 소화기를 분사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측이 주요 주주에게만 사전에 주주총회 변경 사실을 알린 뒤, 나머지 주주에겐 물리적으로 장소 이동이 어려운 시간 공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부분이다. 

 

현대중공업이 고용한 용역이 한마음회관 정문에 도착하자 노동조합의 고함소리가 터졌다. 용역들은 ​파란색 조끼와 하얀 헬멧을 썼다. 사진=박현광 기자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모든 주주에게 같은 시간에 변경된 주주총회 시간과 장소를 알렸다. 모든 절차는 법원이 정한 감사원의 감독하에 이뤄졌기 때문에 위법하지 않다”며 “위법한 사항이 있으면 법대로 하면 된다. 법 위에 있던 분들이 법대로 하자니까 당황스럽다. 용역에겐 물리력을 동원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고, 실제 용역이 아닌 노조가 소화기를 분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답했다.

 

임시 주주총회 장소로 쓰인 울산대학교 체육관은 성난 노조원들에 의해 크게 훼손됐다. 노조원들이 진입한 건 주주총회가 끝난 뒤였다. 사진=박현광 기자

 

금속노조는 입장문을 통해 “현대중공업은 당초 개최 시간을 이미 경과한 10시 30분에 주주총회 장소를 울산대학교 체육관으로, 시각을 11시 10분으로 변경했다. 한마음회관에서 변경된 장소로 이동 자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며 “일부 주주들만 미리 모아 의결처리 한 것이다. 주주들의 자유로운 참석조차 보장되지 못한 주주총회는 결코 적법하다고 볼 수 없다. 위법한 주주총회에서 통과된 안건 역시 유효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주주총회가 끝난 뒤 주총장은 쑥대밭이 됐다. 사진=박현광 기자

 

울산 동구가 지역구인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상법과 회사정관을 어기고, 주주인 노동자들 권리마저 침해한 위법주총으로 원천무효다. 좌시하지 않고, 밀실에서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에 매각하며 재벌특혜와 지역사회 파탄까지 몰고 온 산업은행에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며 “(정부가) 지금이라도 노정대화를 비롯한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울산=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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