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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건축학도가 차린 헬스케어 스타트업 '뮨' 성공비결

주사기 자동 폐기 기기 제조, 김유화 대표 "의료계 지식 없어도 니즈 잘 파악하는 게 주효"

2019.06.24(Mon) 16:32:45

[비즈한국] “우리나라 헬스케어 시장에 답이 없다는 것을 아는 스타트업에 투자해야 한다.” ​최근 스타트업 관계자들 사이에서 공감을 불러일으킨 말이다. 그만큼 헬스케어 시장은 까다로운 규제 탓에 도전하기 어려운 분야라는 뜻이다. 지난해 11월 컨설팅 업체 삼정 KPMG가 발간한 ‘스타트업코리아! 디지털 헬스케어’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이 ​한국에 진출한다고 가정했을 때 상위 100개 기업 중 63개가 규제 탓에 사업이 제한되는 것으로 났을 정도다.

 

그럼에도 헬스케어 분야는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매력적인 분야다. 건강에 관심있는 사람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또 병은 누가 언제 걸릴지 모르기에 지금은 건강한 사람도 언제든지 주 고객층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국내 헬스케어 스타트업 시장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전략을 취할 수 있을까? 2년째 헬스케어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뭔가 조언을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지난 19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창업보육센터에서 김유화 뮨(MUNE) 대표(26)를 만났다.

 

‘뮨’은 병원에서 사용이 끝난 주사기를 자동으로 폐기하는 기기를 제조하는 헬스케어 스타트업이다. 김유화 대표는 대학교 내 창업 관련 교양 수업을 계기로 이같은 제품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진=고성준 기자


2017년 3월 설립된 뮨은 병원에서 사용이 끝난 주사기를 자동으로 폐기하는 기기를 제조한다. 헬스케어 스타트업이라고 하면 의료 분야에 지식이 많은 사람이어야만 도전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뮨을 이끌어가는 김 대표는 헬스케어 분야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그는 실내건축 전공자다. 의학, 약학을 배워본 적도 없다. 그나마 연결고리를 꼽으라면 대학생 시절 기숙사 룸메이트가 간호사였다는 점 정도다.

 

그런 김유화 대표가 헬스케어 스타트업 분야에 뛰어든 계기는 팀을 결성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제품’​을 만들어보는 대학교 내 창업 관련 교양 수업이었다. 이 수업에서 ‘사용한 주사기를 넣기만 하면 자동으로 바늘과 주사기 몸통을 분리해주는 기기’가 처음으로 제작됐다. 특히 김 대표는 의료진들은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어 이들의 처우를 개선할 수 있는 아이템이 갈수록 부각될 것이라 내다봤다. 

 

김 대표는 “처음에는 팀원들과 ‘현대인의 문제가 뭘까? 현대인은 화가 많으니 화를 풀어주는 기계를 만들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어떤 사람들이 가장 스트레스가 많을까?’하고 질문해보니 의료인이라는 답이 나왔다”며 “특히 한 간호사가 본인의 손에서 피가 흐르는 것을 보고 환자들과 피가 섞여 감염됐을까 바로 울어버렸다는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주변에서 간호사들이 얼마나 힘든 일을 겪는지 들으니 이들을 위한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 커졌다”고 말했다.

 

앤디는 사용한 주사기를 넣기만 하면 자동으로 바늘과 주사기 몸통을 분리해주는 기기다. 김 대표에 따르면 지난 4월 출시된 후 40곳 이상의 병원에서 사용자 테스트 문의가 들어왔다. 뮨이 출시한 ‘앤디(ANDY)’. 사진=고성준 기자


그렇게 뮨이 설립됐다. 면역력이 생긴다는 뜻의 영어 단어 이뮨(Immune)에서 이름을 따왔다. 2016년 수업 이후 동아리 형태로 운영돼오다 창업 때는 당시 팀원이었던 오광빈 이사만 참여했다. 지금은 오 이사를 비롯해 8명이서 뮨을 이끈다. 

 

김 대표는 주로 디자인과 제품을 설계하는 역할을 맡고, 오 이사는 경영을 담당한다. 두 명의 팀원이 기기 제작도 직접 한다. 지난 4월 뮨은 앤디(ANDY, Automatic Needle Disposal system)를 출시했다. 앤디를 이용하면 사용이 끝난 주사기의 바늘과 몸통을 1000개 이상 자동으로 분리할 수 있다. 김 대표는 “40곳 이상의 병원에서 사용자 테스트 문의가 들어왔다. 사용해본 간호사들의 반응이 좋아 앞으로 더 수익이 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가 강조하는 것은 ‘니즈’다. 그가 의료계와 전혀 연관이 없음에도 헬스케어 스타트업 대표를 맡아 제품을 내놓을 수 있었던 이유로도 이를 꼽았다. 보통 헬스케어 시장에서 건강하지 않은 사람을 대상으로 제품을 내놓아 수익성을 내기가 쉽지는 않지만, 잘 찾아보면 ‘수요는 있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는’ ‘특정 질병에 국한되지 않아도 돼 수익성이 높을 수 있는’ 시장이 있다는 것이다. 뮨이 대형, 중소병원 상관없이 간호사가 있는 병원들이라면 관심을 가질만한 제품을 만들었다고 자신감을 내비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병원에서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인이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아 뮨이 출시한 앤디는 더욱 주목받고 있다. 사진=고성준 기자

 

특히 최근 병원에서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인이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아 뮨이 출시한 앤디는 더욱 주목받고 있다. 김 대표는 이렇게 의료인들의 니즈를 충족시킨 게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의 투자를 받을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라고 내다본다. 뮨은 현재 헬스케어 스타트업 전문 액셀러레이터인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DHP, Digital Healthcare Partners)의 투자를 받고 있다.

 

물론 뮨이 출시한 앤디는 전자제품에 들어가기에 의료기기 규제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따라서 다른 헬스케어 스타트업보다 규제로 인한 고민이 크지는 않았다. 다만 향후 의료기기 영역까지 진출할 생각이기에​ 엑셀러레이터에 있는 의료인들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김 대표는 이외에도 정부 무상원조 전담기관인 코이카(KOICA)나 중소벤처기업부의 사업이 제품을 개발하고 제작하는 데 보탬이 됐다고 설명했다.​​ 

 

뮨도 여느 헬스케어 스타트업과 마찬가지로 해외로 사업을 확장할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뮨은 동남아 시장에 관심이 크다. 김 대표는 “동남아 쪽이 혈액 매개감염에 노출된 의료진들이 많다. 특히 베트남에서는 10명당 1명이 자상사고로 인한 B형 간염에 걸린다. 그래서 니즈가 큰 상황”이라며 “중국이나 대만 의료계 유통업체와 계약을 맺고 제품을 판매하는 식이다. 아직은 수익이 크지는 않지만 올해 하반기부터는 해외 매출이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주변을 보면 1년 정도 된 스타트업은 많지만 이후에 살아남는 기업이 몇 없다. 그래서 친구라서 같이 창업하는 식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아이템을 잘 가꿔나갈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부 지원 사업을 보면 1년 차를 위한 교육 사업은 많지만 그 이상 연차를 위한 사업은 별로 없다고 느낀다. 앞으로 이런 부분들에 대한 개선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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