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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토 드 뮤지끄] '꿈과 희망'의 레드벨벳과 재인의 쁘띠가토들

섬세한 써니사이드업과 경쾌한 짐살라빔…여름 축제는 이미 시작했다

2019.06.25(Tue) 10:15:42

[비즈한국] 음악과 디저트에는 공통점이 있다. 건조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입가심하기에 적당하다는 것. ‘가토 드 뮤지끄(gâteau de musique)’는 우리에게 선물처럼 찾아온 뮤지션과 디저트를 매칭해 소개한다.

 

사진=레드벨벳 공식 페이스북


달랑 하나 남은 소중한 달걀을 냉장고에서 조심스레 꺼내다 덜컥 떨어뜨린 심정으로 ‘으악!’ 하고야 말았다. 이번 레드벨벳의 미니앨범에 ‘Sunny Side Up!’이 있었던 까닭이다. 

 

2주 전 가토 드 뮤지끄에서는 쎄쎄종의 ‘써니사이드업’을 소개했었다. 2주만 더 참았더라면 나는 ‘Sunny Side Up!’과 ‘써니사이드업’을 함께 소개하는 재간을 발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실패했다. 

 

레드벨벳 – Sunny Side Up!

 

써니사이드업(sunny side up)은 한쪽 면만 지진 반숙 계란후라이다. 부지런히 걸어서 30분이 걸리는 동네 양과자점 ‘재인(Patisserie JAEIN)’에는 아마도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비슷하게 생긴 가토가 하나 있다. 노란 파인애플을 하얀 코코넛 무스가 포근하게 감싸고 있는 ‘코코파인(Coco pine)’이다.

 

‘재인’의 코코파인. 사진=이덕 제공

 

가열하는 온도와 시간을 섬세하게 조절해야 하는 써니사이드업처럼 레드벨벳의 ‘Sunny Side Up!’에선 우리 사이 관계를 조심스럽게 대해주길 청한다. 반면 재인의 코코파인 앞에서는 그럴 수 없다. 너무 맛있기 때문에 포크를 난폭하게 휘두르게 된다. 

 

새콤달콤한 파인애플과 패션커드를 코코넛 무스와 치즈케이크가 부드럽게 감싼다. 써니사이드업의 백미가 바로 반만 익은 노른자이듯이 코코파인에선 노란 파인애플이 재주를 부린다. 로즈메리에 절인 파인애플이다. 한 입 먹으면 열대과일의 합주 속에서 여름 바람에 흔들리는 로즈메리 옆에 코를 대고 킁킁거리는 듯한 기분이 든다. 짙은 녹색의 향.

 

레드벨벳은 기분이 좋은 단어다. 매력적인 아이돌의 이름인 동시에 케이크의 이름이기 때문이다. 그 레드벨벳이 며칠 전 새 미니앨범을 발표했다. 타이틀곡의 제목이 수상하다. 

 

레드벨벳 – 짐살라빔(Zimzalabim)

 

짐살라빔은 유럽판 수리수리마수리다. 소원을 이뤄주는 마법의 주문. 마침 중간에 인도춤인 ‘까탁(Kathak)’이 연상되는 손동작까지 있으니 알라딘이 떠오르기도 한다. 이번 미니앨범의 이름인 ‘The Reve Festival’에서 ‘Reve’는 레드벨벳의 약자인 동시에 불어로 꿈, 환상을 뜻하기도 한다. 짐살라빔 뮤직비디오는 레드벨벳이 놀이공원에 도착하며 시작되는데, 놀이공원은 꿈과 희망이 가득한 장소 아니던가.

 

예전부터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의 여자아이돌은 항상 새롭고 신기한 시도를 했다. 지구 최고의 요정이었던 SES가 별안간 2집에서 우주 잠자리가 되어 UFO를 타고 나타났었다. 에프엑스(F(x))는 땀 흘리는 외국인에게 길을 알려주자고 했고, 레드벨벳은 짐살라빔을 외친다. 

 

낯선 독특함을 한껏 품에 안고 나타난 레드벨벳은 그에 마땅한 가토로 맞이해야 하는 법이다. 재인의 ‘버찌’는 사진으로만 보기에는 평범한 체리 가토처럼 보인다.

 

재인의 ‘버찌’. 사진=이덕 제공

 

먹기 전엔 조금도 예상할 수 없었다. 가지런히 정겹게 놓인 체리 사이로 동글동글 솟은 저 하얀 크림이 바로 이 버찌에서 수상함을 담당한다. 허브 ‘딜(dill)’이 들어간 딜크림이다. 딜을 디저트에서 만나기는 처음이다. 그리고 늘 그렇듯 재인의 이런 시도는 이 버찌를 특별하게 만든다. 언제 또 신기한 신상을 내놓나 인스타그램 계정을 자꾸 드나들게 만든다. 

 

짐살라빔은 높낮이가 다른 북소리로 경쾌하게 시작된다. 이어서 차르륵차르륵 작은북을 두들기는 소리. 축제, 그리고 놀이공원이라면 역시 마칭밴드(marching band) 아니겠는가. 레드벨벳은 밴에서 내려 놀이공원에 입장한다. 신나고 재밌고 꿈과 희망이 가득한 곳. 

 

2분 17초쯤 등장하는 K-POP 필수요소 중 하나인 ‘갑자기 열창’ 파트를 제외하면 방방 뛰며 꿈을 찾고 주문을 외우고 꿈이 이뤄지는 순간이 계속된다. EDM에서 많이 접했던 박자와 소리는 우리가 좀 더 수월하게 방방 뛸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레드벨벳이 수시로 외치는 주문 짐살라빔은 어느 새 내 입술에서도 피어올랐다.

 

레드벨벳 축제가 시작됐고 레드벨벳 놀이공원이 개장했다. 여름은 방학이고, 휴가고, 축제다. 버찌 하나 먹고 소원을 빌고 주문을 외치며 방방 뛸 시간이다. 꿈은 내 안에 있다고 레드벨벳이 그랬다. 까먹고 있었는데 다시 뒤져봐야지. 레드벨벳이 있다니까 있겠지.

 

필자 이덕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두 번의 창업, 자동차 영업을 거쳐 대본을 쓰며 공연을 만들다 지금은 케이크를 먹고 공연을 보고 춤을 추는 일관된 커리어를 유지하는 중. 뭐 하는 분이냐는 질문에 10년째 답을 못하고 있다. ​ 

이덕 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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