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Story↑Up > 스타일

[클라스업] 회식을 버릴 수 있는 용기

기성세대와 밀레니얼 세대 '온도차' 극명…중요한 건 술보다 '소통'

2019.07.08(Mon) 09:35:03

[비즈한국] 회식을 바라보는 세대별 온도차가 극명하다. 기성세대가 회식이 가진 장점을 지키고 싶은 반면에, 밀레니얼 세대는 회식 문화가 가진 단점 때문에 회식을 꺼린다. 기성세대가 얘기하는 장점은 구성원 간의 단합이자 업무 스트레스나 갈등을 풀어낼 윤활유 역할로서의 회식이다. 반면 밀레니얼 세대가 얘기하는 단점은 참석도 강요하고, 술도 강권하는 집단주의적 태도이자 위계구조의 산물인 회식이다. 여기서 딜레마가 발생한다.

 

요즘 기업의 4050대 직원들과 2030대 직원들이 가장 크게 차이 나는 게 회식을 둘러싼 태도다. 그러다보니 이걸 절충하려고 이상한 걸 만들어낸다. 많은 기업이 ‘1가지 술로 1차만 2시간 안에 끝낸다’는 ‘112 회식’ 같은 절충안을 내놓지만, 이 역시 기존의 술 중심 회식 문화를 어떻게든 이어가려는 기성세대식 발상에 불과하다. 

 

요즘 기업의 4050대 직원들과 2030대 직원들이 가장 크게 차이 나는 게 회식을 둘러싼 태도다. 단합을 위해, 사기 진작을 위해 정 돈을 쓰고 싶다면 이제는 방법을 바꿔야 한다. 사진=임준선 기자

 

기성세대는 유독 술, 고기 먹는 회식을 좋아한다. 없이 살던 시대의 영향이다. 풍족하지 않던 시대에는 고기 먹고 술 먹는 게 중요한 격려이자 동기부여가 됐다. 베이비붐 세대가 회식 문화를 유독 좋아하는 건 그 때문이다. 그러나 밀레니얼 세대는 풍요로운 시대에 태어나고 자랐다. 이들에겐 저녁시간의 자유를 뺏는 대가로 주는 술 고기가 그리 매력적이지 못하다.

 

술 안 먹는 문화 회식 같은 걸 하면 되겠다고 생각하는 상사들도 많은데, 사실 술 먹고 안 먹고보다 더 싫은 게 퇴근 후 일방적으로 같이 어딜 가는 거다. 굳이 집단적으로 뭘 해야 한다는 발상 자체를 버리는 것도 필요하다. 같이 밥 먹는 사람을 식구라고 부른다. 회식뿐 아니라, 동료와 점심 식사도 자주 하는 직장인이 많다. 아니 과거엔 더 많았다. 그래선지 가족 같은 회사라는 얘기도 자주 했고, 직장 동료가 곧 친구이자 가족 같은 존재이던 시절도 있었다. 이건 평생직장시대의 문화다. 

 

그런데 지금은 평생직장 시대가 아니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에겐 평생직장이란 게 머릿속에 전혀 없다. 당연히 과거 직장문화의 관성을 물려받을 수가 없다. 평생직장은 없으면서, 조직문화만 평생직장 시대의 문화를 유지하라는 건 말도 안 된다. 회식은 회사의 비용이 들어간다. 즉 회사가 그동안 술과 고기 먹는 회식에 돈을 대준 이유는 조직문화에 기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은 바뀌었다. 결국 회식비를 계속 회사가 부담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커질 수밖에 없다.

 

팀장인 기성세대 직장인은 ‘혼냈으니 술 사주며 풀어줘야지’ 혹은 ‘일하느라 고생했으니 회식으로 풀어야지’ 한다. 반면 팀원인 밀레니얼 세대 직장인은 ‘혼난 것도 힘든데 회식까지 하면서 더 힘들게 하네’, ‘일하느라 고생했다면서 일찍 퇴근시켜주진 못할망정 술로 괴롭히네’라고 생각한다. 분명 기성세대의 의도는 순수하다. 격려하고 싶고 치하하고 싶은 건 알겠다. 하지만 방법을 바꿔야 한다. 

 

술 마시면서 단합과 소통을 한다는 생각일지 몰라도, 밀레니얼 세대에겐 평소 사무실에서도 안 되던 소통을 술자리에서 하겠다는 발상 자체도 못마땅한 데다 술 취한 상사의 잔소리나 술을 강권하는 것도 폭력적이라 여긴다. 엄밀히 우리에게 필요한 소통은 업무적 소통, 즉 근무시간의 소통이자 상호 협업과 팀플레이를 위한 소통과 공감력이다. 단순한 유흥이나 친목도모가 필요한 게 아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회식에 가든 안 가든 차별 없이 완전 자율적 선택권을 부여하는 거다. 이렇게 하면 회식 문화의 생명은 좀 더 유지될 것이다. 모두가 같이하는 게 아닌데 이게 무슨 회식이냐 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그렇다면 회식을 없애면 된다. 회식, 아니 술 먹는 모임은 친한 동료들끼리만 자율적으로 모여도 된다. 굳이 모든 직원이 반강제적으로 참여하는 회식 문화에 미련을 둘 필요는 없다. 물리적으로 다 모인다고 자동으로 소통과 화합이 되는 게 아니다. 

 

단합을 위해, 사기 진작을 위해 정 돈을 쓰고 싶다면 방법을 바꿔야 한다. 야구장이나 축구장을 가거나, 공연장이나 전시회를 가도 좋다. 어딜 가든, 뭘 하든 간에 참여한 사람들이 다 즐거울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어딜 갔는데 후배들이 다들 사진 찍고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있다면 그날의 회식은 성공한 거다. 소주 먹는 회식 갔는데 사진 찍어 SNS 올리는 후배가 있던가? 회식의 횟수나 양보단 질이 더 중요하다. 회식 자리를 서로 진짜 좋아해야 소통이든 뭐든 되지 않을까? 

 

회식 문화는 꼭 지켜야 할 미풍양속이 아니다. 적당히 바뀌고, 적당히 덜 해도 된다. 회식을 하든 말든 바꾸든 아직은 결정권이 기성세대에게 있다. 회식을 버릴 수 있는 용기가 기성세대에게 필요하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멋진신세계] 야간투시경 쓰고 운전하는 기분 '란모도 나이트비전'
· [현장] 벌써 시들? 블루보틀 2호 삼청점, 1호 성수점 비교
· [클라스업] '부장님'들은 왜 옷이 다 똑같을까
· [클라스업] 밀레니얼 세대를 열광시킨 '어른들'
· [클라스업] 남자가 사랑하는 기계들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