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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억 규모 치매극복 연구개발사업, 제약업계 '단비' 될까

증상 완화 위주에서 근본 치료로 재편 전망…제약사 직접 지원 및 인프라 구축으로 신약 개발 기대

2019.09.20(Fri) 16:44:44

[비즈한국] 치매는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령인구 10명 중 1명 수준으로 유병률이 높다. 나이가 들수록 유병률은 대폭 늘어난다. OECD 2017 건강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80~84세 치매 유병률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인 11.7%보다 8%나 높았다. 이에 보건복지부가 ‘치매극복 연구개발사업’에 2020년부터 9년간 2000억 원가량을 투입한다고 19일 밝혔다.

 

거액의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에 제약업계의 관심도 적잖다. 그간 치매치료제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 국내 제약사에게도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당초 이 사업에 투입할 예산은 1조 1054억 원이었지만, 예비타당성조사를 통해 1987억 원으로 대폭 줄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치매치료제 개발이​ 난항을 겪는 상황에서 충분히 단비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약업계는 ‘치매극복 연구개발사업’을 두고 치매치료제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 국내 제약사에게도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며 큰 관심을 드러낸다. 사진=임준선 기자

 

# 증상 완화보다 치매 원인을 규명하는 연구에 초점

 

치매극복 연구개발사업은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는 사업으로 치매 발병 속도를 늦춰 치매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이고자 하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치매치료제 개발을 지원하고 연구 기반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는 2017년 9월 정부가 시행한 ‘치매 국가책임제’와도 맞닿아 있다. 치매 국가책임제는 치매안심센터를 늘리고 치매 의료비의 90%를 건강보험으로 보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치매는 아직까지 뚜렷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기에 제약사가 획기적인 효과가 있는 약을 개발하기에도 한계가 분명했다. 거의 모든 치매치료제가 치매의 근본적인 원인을 치료하기보다는 증상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이번 사업은 치매예측시스템을 마련하고 치매 원인을 규명하는 연구를 진행하는 등 치매 전반적인 내용을 다룬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치매의 좀 더 명확한 원인을 밝혀내어 그에 맞는 약이나 기술을 개발한다면 글로벌 치매치료제 시장을 선도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열려 있다.

 

무엇보다 이번 사업에는 치매치료제를 개발하는 제약사에 직접적인 지원을 해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치매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비임상이나 임상 단계​를 거치는 제약사에 돈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비임상은 연간 5억 원, 임상은 10억 원의 지원액이 책정됐다. ​​여기에만 총 510억 원가량이 투입될 예정이다.

 

치매극복 연구개발사업은 치매국가책임제와 맞닿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6월 서울 강남구 국민건강보험 서울요양원에서 치매 환자 가족 및 종사자들과 간담회를 하는 모습. 사진=청와대 제공


# 근원적 치료제 시장서 국내 제약사 선도 가능할까

 

아직 국내 제약사가 획기적인 신약을 내놓지는 못했지만, 이것이 치매치료제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다는 말은 아니다. 현재 국내 치매치료제 시장은 의약품 성분에 따라 크게 4가지로 구분된다.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이 정상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아세틸콜린 분해 효소억제제’ 성분인 도네페질(Donepezil)·리바스티그민(Rivastigmine)·갈란타민(Galantamine) 시장과, 주로 중증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에게 처방되는 ‘NMDA 수용체 길항제’ 시장이다.

 

이 중 국내에서는 도네페질 성분 의약품 시장이 가장 활발하다. 2016년 기준 도네페질의 매출액은 2472억 원으로 전체 치매치료제 시장의 78.2%를 차지했다. 도네페질 오리지널 제품은 일본 에자이 제약회사가 최초 개발한 ‘아리셉트’로 국내 판권을 보유한 대웅제약은 2000년에 국내 의약품 시판허가를 받았다. 그러다 2009년 아리셉트의 특허가 만료되면서 국내에서만 동일 성분의 제네릭(복제약)이 300개 정도 출시된 상황이다.

 

도네페질 성분의 치매치료제 역시 근원적인 치료가 아닌 증상을 완화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그렇기에 효과가 뚜렷한 약을 원하는 미충족 수요가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앞으로는 치매치료제 시장이 근원적 치료제로 재편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쉽지 않은 길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때까지 많은 국내외 제약사가 치매치료제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고배를 마셨다. 현재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받은 치매치료제 신약은 단 5종뿐이다.

 

여재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전무는 “​국내 제약사가 치매치료제에 기술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인식이 컸다. 치매가 발생하는 요인은 상당히 다양한데 이것을 밝혀내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전에도 비슷한 국가 사업이 있기는 했지만, 치매를 중점적으로 다루지는 않았다​. 이번 사업은 치매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직접 투자하고 치매의 요인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등 보건의료체계를 제대로 정비하겠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본다”고 밝혔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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