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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스업] 모피 패션과 엘리자베스 여왕의 미닝아웃

'지속가능성' 시대 변화 발맞춰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도 인조모피 사용

2019.11.11(Mon) 14:01:39

[비즈한국] 매년 돌아오는 겨울이지만, 우린 매번 겨울 패션을 고민한다. 우린 작년의 그 사람 그대로의 모습이 아니다. 나이를 더 먹었고, 자신의 위치도, 세상을 보는 생각도 조금 바뀌었을 수 있고, 자신을 둘러싼 외적 이미지가 바뀌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것들이 반영되어 올겨울의 스타일이 결정되곤 한다. 추위를 막겠다는 실용적인 관점으로만 겨울 패션을 고민할 수 없는 이유가 이런 것들 때문이다. 

 

올겨울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의 가장 중요한 화두는 서스테이너블(sustainable), 즉 지속가능한 패션이다. 모피나 가죽처럼 동물에서 취하는 재료가 지속가능한 다른 재료로 대체되고 있다. 사진=sustainablefur.com

 

올겨울엔 뭘 입을까 고민하는 이들이 이맘때 많이 참고하는 것이, 올겨울 패션 트렌드 정보다. 롱패딩 대신 숏패딩이 뜬다느니, 가볍고 실용적인 플리스(Fleece) 소재를 비롯, 코듀로이도 계속 사랑받고, 애슬레저 패션은 계절과 상관없이 계속 인기고, 히트텍을 대신할 발열내의 시장도 뜨거운 경쟁 중이다. 레트로 패션이 전방위로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게으른 부츠라는 슬라우치(slouch) 스타일의 부츠도 여성들 사이에서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사실 이런 정보 중 상당수는 패션계, 즉 패션기업들이 의도하고 유도한 것이기도 하다. 겨울이 되기 전부터 미리 선보인 각종 패션위크에서 스타일을 미리 선보였고, 이런 방향에 따라 패션기업들은 겨울 상품을 미리 만들어둔다. 유행은 팔려고 준비해둔 상품과 연결되어서 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점점 이런 패션 트렌드에 신경 안 쓰는 멋쟁이들이 늘어간다. 그 사람만의 개성 있고 유니크한 스타일이 더 중요해진 시대인 데다, 아무리 멋져도 흔하면 매력 없는 시대라서다. 그래서 패션 트렌드에선 점점 시각적으로 드러나는 형태가 아닌, 패션이 담고 있는 메시지가 더 중요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올겨울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의 가장 중요한 화두는 서스테이너블(sustainable), 즉 지속가능한 패션이다. 올해 대부분의 글로벌 패션위크에서 화두가 서스테이너블이었다. 올겨울 당신은 무엇을 입을 것인가? 어떤 관성을 입고, 어떤 변화를 입을 것인가? 패션은 단지 옷이나 스타일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가치관이자 삶의 방향을 드러내는 척도다. 비싸고 좋은 옷을 입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가치가 반영된 패션을 받아들이냐 아니냐의 문제다. 

 

신념과 소비가 분리되던 시대에서, 이 두 가지가 일치하는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소비를 통해 자신의 신념을 드러내는 ‘미닝아웃(Meaning out)’이 바로 그 증거인데, 미닝아웃이 특정 세대뿐 아니라 모든 세대로 확산 중이다. 

 

최근 여왕의 미닝아웃이 있었다. 올겨울부터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패션에서 진짜 모피가 사라진다. 대신 인조모피 소재로 대체한다. 수십년간 여왕의 패션에서 모피는 종종 사용되었다. 모피 숄이나 스카프를 비롯, 각종 의상에서 모피를 칼라나 소매 끝에 장식으로 많이 쓰기도 했다. 동물권익단체나 모피반대운동 진영에서 그동안 수없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이번 겨울부터 여왕이 동물털로 만든 옷을 입지 않기로 한 것이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93세다. 나이와 지위에 상관없이, 변화한 시대를 받아들이기로 한 셈이다. 

 

올해 93세인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은 올겨울부터 모피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사진=Government of Alberta

 

자신이 틀렸다는 걸 인정하는 것에서 변화가 시작된다. 우린 살면서 관행이란 이유로 변화를 거부하고 관성을 따르곤 한다. 뭐 대단한 전통을 지키는 것도 아니다. 다만 변화가 두려워서 그러는 건 아닐까? 익숙함을 버리고 새로운 변화를 선택할 수 있는 건 용기다. 이런 용기는 변화에 대한 적응도 가능케 해준다. 이미 세계적 패션 브랜드 상당수가 모피 패션 생산을 중단한 것도 변화를 받아들인 용기 중 하나였다. 안 팔려서 관둔 게 아니라, 팔리지만 더 이상 하면 안 될 것 같은 시대 변화를 받아들인 것이다. 

 

나이가 든다는 건 익숙한 관성이 그만큼 많아진다는 것이고, 고집부릴 과거의 기억들이 많아진다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물리적 나이가 아닌 사회적 나이가 잘 들어가는 사람들은, 이런 관성과 과거의 벽에 갇히지 않고, 새로운 변화를 과감히 받아들인다. 이런 게 ‘클라스’다. 변화를 거부하는 사람들은 결코 변화를 주도하지도, 변화에서 기회를 만들어내지도 못하니까.

 

필자 김용섭은 TREND Insight & Business Creativity를 연구하는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이자 트렌드 분석가이다. 저서로는 ‘라이프 트렌드 2013: 좀 놀아본 오빠들의 귀환’부터 시작해 ‘라이프 트렌드 2020: 느슨한 연대’까지 라이프 트렌드 시리즈와 ‘실력보다 안목이다’ 등 다수가 있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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