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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부는 바이오 바람 '꺼진 임상도 다시 보자'

필룩스 등 임상 발표 앞둔 업체들 주가 관심…임상 결과만 믿지 말고 옥석 가려야

2019.11.18(Mon) 16:26:38

[비즈한국] “이제 바이오주는 ‘옥석 가리기’를 시작하는 겁니다. 어딘가는 ‘진짜’를 찾으면 대박이지만, 임상에 실패한 곳에 투자하면 폭탄을 들고 있는 게 될 겁니다.” (바이오업체 대표 A)

 

18일 바이오 투자자들은 메지온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메지온이 개발하고 있는 ‘유데나필’의 글로벌 3상 결과가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 메지온은 17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개최된 미국심장협회 연례학술대회(AHA 2019)에서 단심실증 치료제 ‘유데나필’의 글로벌 임상3상 톱 라인 데이터를 공개했는데, 임상3상 결과, 1차 지표를 입증하지 못했다. 1차 지표인 산소소비량은 유의미한 증가를 입증하지 못했고, 대신 2차 지표인 운동성능 측정값 향상은 확인했다는 게 메지온 측의 설명. 메지온은 2차 지표를 입증한 만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약허가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주가 급락을 막기에는 부족했다. 

 

지난 4월 바이오코리아 박람회에 몰린 많은 사람들. 임상시험의 연이은 실패로 가라앉았던 바이오주가 최근 다시 살아나고 있다. 이 기회를 노린 업체들이 많기 때문에 투자에 더더욱 신중해야 한다. 사진=최준필 기자

 

장 초반 19만 3000원에 거래를 시작한 메지온은 장 초반 일시 회복하는 듯했으나 지속되는 매도세를 이기지 못하고 장중 17만 원대가 붕괴되며 16만 2700원(-28.14%)까지 떨어졌다. 장 막판 소폭 회복하며 17만 3500원(-23.37%)에 거래를 끝냈다. 이번 메지온 임상 실패에 따라 하반기 기대주로 손꼽히던 바이오 주들의 임상이 모두 결과적으로는 기대치에 못 미친 것이 시장을 덮친 셈이다.

 

지난 9월에는 헬릭스미스의 ‘엔젠시스’가 임상3-1상에서 약물혼용 등의 문제가 발생해 임상 결과 발표를 연기해 시장에 충격을 줬다. 헬릭스미스는 이어 나온 임상3-1b상 결과를 바탕으로 3-2상의 성공을 자신했지만, 임상3-1상의 실패로 주가 하락을 면치 못했다. 

 

신라젠 미공개 정보 활용 주식 거래, 코오롱티슈진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 논란까지 불거지며 추석 전에만 해도 “이제 바이오주 광풍은 완전히 끝났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한때 10만 원을 넘나들었던 신라젠이 1만 원 밑으로 떨어진 것도 이런 분위기를 보여주는 사례였다.

 

하지만 흐름을 바꾼 것은 이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한 에이치엘비였다. 지난 7월 중반까지만 해도 위암 치료 신약으로 주목을 받았던 에이치엘비는 7월 30일 임상3상 실패 소식으로 제약 바이오시장에 충격을 줬다. 당시 에이치엘비는 위암 치료 신약 후보 물질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3상 임상시험 결과가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밝혔고, 주가는 급락했다. 

 

이에 에이치엘비는 8월 5일 “임상 의사들로 구성된 과학자문위원회로부터 임상3상을 검토한 결과 신약으로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견해가 나와 앞으로 10월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신약 허가신청을 위한 사전미팅을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고 지난 8월 6일 2만 3900원이었던 주가는 18일 현재 14만 7000원 대까지 올라갔다. 100여 일 만에 500%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한 것. 자연스레 다른 바이오 종목들도 투자가 몰리며, 100% 넘게 급등한 종목들이 연출됐다. 신라젠도 저점 대비 3배 가까이 오르며 시장 기대감을 다시 끌어올렸다.

 

전문가들은 “일부 바이오업체 기술은 임상에 성공해도 시장성이 없는 경우도 있다. 임상 자체만 놓고 볼 게 아니라 진짜 ‘옥석 기술’을 가려가며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앞서의 코스닥 상장 바이오업체 대표는 “에이치엘비의 급등세가 죽어가던 바이오업체들 주가에 엄청난 호재가 돼 대부분 바이오업체 주가가 올랐고 이 기회를 노려 다수 업체들이 공시나 임상 실험 기대감 등을 일부러 시장에 호재로 더 흘렸다”면서도 “일부 바이오업체 기술은 임상에 성공해도 시장성이 없는 경우도 있는데 임상 자체만 놓고 봐서는 안 될 정도로, 진짜 ‘옥석 기술’을 가려가며 투자를 해야 될 때가 지금”이라고 설명했다. 수조 원대 시장이라는 기사에 현혹 되면 안 된다는 조언이다.

 

게다가 여전히 굵직한 바이오 종목들의 임상 발표가 예정돼 있다. 이번주 중에는 필룩스 임상 발표가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4일, 필룩스의 미국 자회사 바이럴진(ViralGene)이 임상을 진행 중인 면역 항암제 임상2상 승인이 임박해 이달 중 가능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필룩스 경영진이 임상 2상 승인 준비를 위한 미국 연구진 미팅을 가지기 위해 출국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지며 주주들의 기대감을 키웠다. 지난 9월 30일 3430원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지난 14일 1만 850원에 거래가 이뤄졌는데, 50여 일 만에 3배 넘게 급등한 것이다. 

 

기업 CB투자업계 관계자는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지만 뒤늦게 바이오 업체를 인수해 바이오 종목으로 이름을 올린다거나, ‘수조 원대 시장 진출 기대감’ 같은 기사가 나오면 한 번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게 바이오 종목”이라며 “어설픈 뉴스로는 시장을 현혹할 수 없다”고 조언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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