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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시험' '논문 등재' 의료기기 착각하게 하는 공산품 주의보

공산품으로 허가 받고 의료기기인 척 광고…식약처 "효과 언급한 오인광고 색출할 것"

2019.12.03(Tue) 17:11:23

[비즈한국] 최근 특정 질병에 치료 효과를 내세우는 제품 광고를 SNS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다. 이 업체는 세계적인 논문에 등재됐음을 강조하며 효과가 증명됐다고 강조하는 한편, 진위를 알기 어려운 각종 사용 후기가 끊임없이 올라온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특허를 취득한 것은 물론 국가공인 전파 안전 인증도 받은 제품이라고 한다.

 

관련 질병을 앓거나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제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의료기기’가 아닌 ‘공산품’인 경우가 제법 많다. ‘임상시험’ 결과를 내세우며 소비자들로 하여금 의료기기로 착각하게 만들었을 뿐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꼼꼼히 살펴보지 않으면 이런 꼼수를 쉽게 알아차리기 어렵다.

 

#임상시험 거쳤다고 무조건 의료기기라는 생각 버려야

 

의료기기와 사용 목적, 방법, 이용 대상이 동일한 제품을 ‘공산품’으로 판매하는 업체가 많다. 의료기기로 허가받으면 공산품보다 시간과 돈이 더 많이 들고 사후관리도 까다롭기 때문이다. 사진=팩토리얼홀딩스 제공


의료기기와 공산품은 엄연히 다르다. 의료기기는 ​의료기기법에서 ‘질병을 진단·치료·경감·처치 또는 예방할 목적으로 사용되는 제품’으로 정의한다. 반면 공산품은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에 의해 ‘판매를 목적으로 공업적으로 생산된 제품’을 의미한다. 의료기기는 식약처의 허가를 받아야 판매할 수 있는데 제출해야 하는 자료만 13개 정도다.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할 임상시험 결과, 의료기기 제조업체의 적합성 근거 자료 등이 포함된다.

 

의료기기가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 적잖게 소요된다. 의료기기로 허가받은 LED 마스크를 판매하고 있는 김 아무개 씨는 “모델 하나를 허가받기까지 적어도 2년, 비용은 8000만 원에서 1억 원 정도가 든다”며 “소비자의 불만이 접수되면 식약처에 무조건 보고하는 등의 과정이 필요한데 일반 공산품에 비해 훨씬 엄격하다”고 말했다. 시판 중이라도 식약처가 의료기기에 부적합하다고 판단을 내리면 자료를 다시 제출해야 하는 등 사후관리도 까다롭다. 공산품 역시 제품심사와 공정심사를 거쳐 안전 품질 인증인 ‘KC 마크’를 취득해야 한다. 다만 효능에 대해 심사를 받을 필요는 없다.

 

최근 국내 최초로 유일하게 성 기능 개선 효과를 입증했다고 선전하는 팩토리얼홀딩스의 ‘이지케이7’이 좋은 예다. 한국·미국·독일·중국·일본 등 5개국에서 ‘골반저근 강화용 디바이스’로 특허를 취득한 제품이다. 회사 측은 제품에 탑재된 3개의 전극이 질 근육과 골반저근 전체를 강화해 성 기능은 물론 요실금 치료에 효과적이라고 설명한다. ​가격이 169만 원으로 저렴한 편은 아니다. 하지만 확인 결과 이 제품은 의료기기가 아닌 공산품으로 인증을 받았다. 즉, 정부 기관으로부터 효과에 대한 검증을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지케이7은 ‘성 기능 개선 효과가 입증됐다’며 홍보를 계속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의료기기가 아닌 공산품이 광고나 제품 설명에서 효능 혹은 효과 등을 언급할 경우 식약처로부터 제재를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홍보에 유용하게 활용하는 도구인 ‘임상시험’을 이곳 역시 강조하고 있다. 팩토리얼홀딩스 측은 연세대학교 KEMA 연구소에서 8주간 34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이지케이7에 대한 임상시험을 거친 결과 골반저근, 성욕, 성 만족도가 모두 증가했다며 광고했다. 하지만 임상시험이 있다고 해서 의료기기로서 검증을 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앞서의 김 씨는 “공산품에는 임상시험이라는 말 자체가 없다”고 지적했다.

 

공산품을 판매하는 기업이 홍보에 유용하게 활용하는 도구는 ‘임상시험’이다. 그러나 이 임상시험과 결과가 검증된 자료라고 보기는 무리가 따른다. 사진=이지케이7 홈페이지 캡처


이러한 지적에 대해 이지케이7 판매사인 팩토리얼홀딩스 관계자는 “보통 의료기기로 허가를 받으면 그 한 가지 효능에 대해서만 마케팅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지케이7의 경우 요실금 치료, 성 기능 개선, 골반저근 강화 효과를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의료기기로 허가받기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의료기기처럼 오인할 가능성은 모르겠다. 보통 의료기기는 의료기기 허가번호를 앞세우는 편인데 (우리 제품은) 허가 번호가 아닌 논문 결과를 앞세웠다”고 밝혔다. 공산품인데도 굳이 임상시험을 거친 이유에 대해서는 “대표가 제품(효과)에 대한 증거를 남기는 것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식약처, 공산품 판매 업체와 간담회 진행…현명한 소비자 판단이 중요

 

공산품을 의료기기인 양 홍보하며 판매하는 업체는 상당수다. 지난 5월과 9월 식약처는 의료기기가 아닌 제품을 의학적 효능이 있는 것처럼 광고하는 사이트 1359개를 적발했다. 모두 의료기기법 위반에 해당한다. 의료기기가 아니라고 명시했더라도 소비자에게 의료기기로 인식하게끔 했다면 이 역시 위법이다. 2002년 6월 대법원은 “광고의 내용에 의학적 효능이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오인될 우려가 있는 표현이 포함된 경우에는 그 제품이 질병의 치료에 효능이 있는 것처럼 광고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과대광고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렇듯 광고에 제약을 받음에도 업체들이 의료기기로 허가받지 않는 이유는 까다로운 사후관리 때문이다. 효과 유무나 비용은 둘째치더라도​ 제품의 법적 지위에 따라 책임 범위도 크게 달라진다는 것.

 

이런 사정은 대기업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대기업 제품을 비롯해 수십여 종의 LED 마스크가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지만, 이 가운데 식약처에 의료기기로 허가받은 제품은 두 종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주름 개선’, ‘안면 리프팅’, ‘기미·여드름 완화’, ‘피부질환 치료/완화’ 등의 효능·효과를 표방해 의료기기로 오인하도록 광고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실제로 지난 9월 ​LG전자 프라엘 더마 LED 마스크, 셀리턴 LED 마스크, 엘리닉 LED 마스크 등​ 48건의 ​LED 마스크​ 제품이 ​식약처에 적발돼 시정명령 등을 받기도 했다. ​

 

 

공산품을 의료기기인 양 홍보하며 판매하는 업체는 상당하다. 지난 5월과 9월 식약처는 의료기기가 아닌 제품을 의학적 효능이 있는 것처럼 광고하는 사이트를 적발했다고 밝혔는데, 그 수는 총 1359개에 달했다. 식약처가 적발한 의료기기 오인 광고. 사진=식약처 제공


앞서의 김 씨는 “대기업이 자본이나 연구원이 부족해서 의료기기가 아닌 공산품으로 판매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 의료기기의 경우 제품 하자가 발생하면 전량 리콜 명령이 내려질 수 있는 등 사후관리가 워낙 까다롭다 보니 그런 걸 피하려는 듯하다”며 “같은 기능과 목적을 가진 제품이라고 해도 의료기기로 허가받을지, 단순 공산품으로 허가받을지는 기업의 선택이다. 하지만 제품이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명백한 의료기기인데 공산품으로 판매하는 건 ‘이건 의료기기가 아니야’ 하고 소비자들을 속이는 셈이다”고 꼬집었다.

 

의료기기를 가장한 공산품 수가 급격히 늘어나며 의료기기로 허가받은 제품을 판매하는 제조업자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도 적잖다. 식약처 역시 고민이 깊다. 식약처 의료기기 정책과는 지난 10월 31일 공산품을 의료기기처럼 광고하는 업체 몇 곳을 불러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했다. 당시 식약처는 업체들에 오인 광고를 중단할 것을 강조하고 만약 치료용 목적인 제품을 팔고 싶으면 의료기기 허가를 받으라고 권고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의학적 기능을 갖고 있다면 사실 업체가 의료기기로 신청을 하는 게 맞다. 그러나 MRI(자기공명영상장치), 주사기 등 반드시 의료기기로 허가를 받아야 하는 품목 이외에는 식약처가 강제할 수 없다. 공산품과 달리 의료기기로 허가받는 데 부담이 적잖아 업체가 사업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라며 “일단은 사이버 조사단을 통해 오인 광고를 하는 사이트를 계속해서 차단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소비자가 현명하게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식약처 측은 “공산품은 효능이나 효과가 검증된 바 없으므로 사용자의 안전을 위해 엄격한 품질검사 등을 통해 관리되는 의료기기를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성준 소비자보호원 시장조사국 약관광고팀장은 “치료 효과가 있는 것처럼 하는 광고가 많다. 소비자들은 광고에 광고심의필이나 심의번호가 있는지 확인하고 구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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