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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비법] 기업이 재판에서 '이기는 증거'를 수집하는 5가지 방법

논리보다는 증거가 판결에 결정적 작용…회의록·카카오톡·진술서 등 유용

2020.02.17(Mon) 14:26:29

[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새로 시작하는 ‘아두면 모 있는 즈니스 률’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민사재판이나 형사재판에서 다뤄야 할 대부분의 큰 문제는 사실관계이며, 사실이 어떻게 인정되느냐에 따라 승부가 좌우된다(판사실에서 법정까지​, 박우동). 의뢰인은 변호사에게 정교한 법리와 명쾌한 논리 등을 기대하지만, 실제 사건의 승패는 사실관계에 달려있다. 변호사가 사실관계를 입증할 증거를 찾는 데 골몰하는 이유다.

 

누구와 언제, 어디서 만나 무슨 대화를 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증거는 무엇이 있을까. 궁리하기에 따라서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1층 안내 데스크에서 출입이 관리되는 대기업 사옥 내에서 만났다면 ‘건물 출입대장’, 만나서 신용카드로 커피값을 계산했다면 ‘신용카드 사용내역(법인카드라면 더욱 그럴듯해 보일 것이다)’, 차를 같이 탔다면 ‘블랙박스 동영상’, 업무 차 지방 출장으로 다녀왔다면 ‘출장 복명서’, 사무실 복귀 후 작성한 ‘면담 보고서’과 ‘회의록’ 등이 모두 증거가 된다.

 

수사기관, 행정관청 등은 이러한 증거를 수집하고 확보하는 데 전문가다. 개인이 자료를 관리하기는 어렵고, 소규모 사업체가 일일이 문서를 챙기기도 어렵다. 그러나 사람 일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법. 여기서는 자주 문제 되는 이슈를 자료별로 살펴본다.

 

민사재판이나 형사재판에서 다뤄야 할 대부분의 큰 문제는 사실관계이며 사실이 어떻게 인정되느냐에 따라 승부가 좌우된다. 법원에서는 업무일지와 회의록을 독립된 증거자료로 본다. K스포츠 이사회 회의록 사진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비즈한국 DB


1. ‘업무일지’와 ‘회의록’ 등 업무 담당자가 자신이 처리한 사무 내역을 그때그때 기계적으로 작성하는 문서다. 법원은 그러한 문서는 사무처리 내역을 증명하는 독립된 증거자료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대법원 94도2865 판결). 업무 담당자가 업무차 반복해서 작성한 문서라면 그 자체로 객관적이고 신빙성 있는 증거로 인정받는다는 얘기다. 간혹 의뢰인으로부터 전달받은 업무일지와 회의록 등을 보면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떠한 발언을 했는지, 어떠한 검토과정을 거쳐 의사결정을 내렸는지 일목요연하게 작성돼 있어 감탄한 적이 있다. 이러한 자료는 보통 대기업이나 행정관청 등에서 수년간 훈련된 사람들에 의해 작성된다. 따라서 소규모 사업체라도 사업이 본궤도에 진입한 경우 대기업 출신 임직원과 공무원을 영입해 문서화를 통한 회사관리를 도모한다.

 

2. ‘내용증명’은 보통 공문의 형식으로 발송되는데, 이는 회사의 공식 입장으로 간주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증거다. 특히 법령이나 계약조항에서 ‘사전 서면 통지’를 법률요건으로 규정하는 경우, 내용증명 발송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작업이다. 그러나 현실은 내용에 대한 고민 없이 공문이 발송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예를 들어 내용증명에서 상대방 주장을 굳이 인정하면서 논증을 펼칠 필요는 없다. 상대방(원사업자)이 공사 하자를 이유로 공사대금 감액을 주장하는 경우, 수급사업자는 관용적으로 “(하자가) 발생했으나, 이는 당사와 무관한 것으로”, “설령 그러한 사실(하자)이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등의 문구를 사용한다. 그러나 이러한 문구는 하자를 인정한 꼴이 된다. 수급사업자에게 불리한 내용이기 때문에 안 하느니만 못하다. 차라리 “귀사의 하자 주장은 객관적인 증거가 없는 것이다”, “당사의 귀책으로 발생한 하자는 없다”는 등으로 간단히 회신하는 방안이 유리할 수 있다.

 

각종 법령에서 법률요건으로서 의사표시의 내용을 규정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는 법조문의 문구를 반영해 공문 내용을 구성해야 한다. 가령 가맹사업법은 가맹본부가 해지하는 경우 점주에게 사전에 서면으로 계약위반 사실과 시정 기회를 2회 이상 통지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2주 내에 위반사항을 시정하고 그 결과를 회신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가맹본부 공문은 위 조항에 부합하지만, “위반사항이 확인됐으므로, 본 계약을 해지한다”는 가맹본부의 공문은 해지 요건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 

 

카카오톡과 텔레그램, 문자 메시지는 사실관계를 입증하는 데 매우 편리한 증거다. 통화 녹취나 대화 내용 녹음 역시 유용한 증거다.


3. ‘카카오톡’, ‘텔레그램’, ‘문자 메시지’ 등은 사실관계를 입증하는 데 매우 편리한 증거다. 소규모 사업체에서는 카카오톡에 의존해 영업상 내부보고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담당자 퇴사, 휴대전화 교체, 애플리케이션 삭제 등으로 대화 내역을 확인할 수 없게 되는 황당한 사례가 종종 있다. 따라서 직원이 퇴사할 때는 법인 휴대전화를 반환받는 것은 물론이고, 개인 휴대전화라고 하더라도 백업을 요구하는 편이 좋다. 카카오톡은 평소 너무 자주 사용되므로, 카카오톡 내역이 중요한 증거라는 점을 간과하기 쉽다. 그러나 카카오톡에 기록된 대화는 더 이상 비밀이 아니며, 그 흔적이 영구히 남아 엉뚱한 곳에서 발목을 잡을 수 있다. 

 

4. 통화 녹취, 대화 내용 녹음도 유용한 증거다. 간혹 의뢰인 중 할 말을 하는 분은 껄끄러운 관계에 있는 상대방에게 직접 전화해 유리한 답을 얻어내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녹음 파일을 속기사 사무실에 맡겨 녹취서를 작성하는 데는 비용이 많이 든다. 또 녹음 내용 해석에 이견이 있을 수 있고, 분량이 너무 많으면 쟁점과 관련된 내용을 찾기 어렵다.

 

예를 들어 B에 불리한 A의 질문에 B가 “알았다”고 답변했다고 가정하자. A는 B가 불리한 사실을 스스로 인정했다고 주장할 것이다. 반면 B는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말했을 뿐이고 질문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고 변명할 것이다. 법원은 황당하게도 이 변명을 믿어 버리는 경우가 있다. 결정적으로 녹음을 위해 전화하는 경우 십중팔구 상대방은 눈치채고 방어적으로 나온다. 때문에 녹취로써 유리한 사실을 입증하는 경우는 생각만큼 많지 않다.

 

사안에 따라 상세한 기록을 남기면 작성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행정관청의 영치 등으로 자료가 넘어가는 경우 유죄 입증자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압수수색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최준필 기자


5. 아무리 찾아봐도 쓸 만한 증거가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러한 경우라면 사건의 당사자가 사실관계를 상세히 설명하는 진술서를 작성하는 방법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보통 진술서의 작성자는 사건 관여자 즉 당사자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사람이므로, 객관적 제3자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상대방은 당연히 그 내용에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할 것이나, 이른바 ‘자유심증주의’라고 하여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하므로(형사소송법 제308조 등), 사건 관여자의 진술서라고 해서 당연히 가치가 없다고 볼 수 없어 그 내용에 따라 증거가치가 판단된다. 

 

한편 사안에 따라 상세한 기록을 남기면 작성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행정관청의 영치 등으로 자료가 넘어가는 경우 유죄 입증자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말이 되면 업무일지나 수첩을 찢어버리거나, 정기적으로 휴대전화를 교체하는 사람이 있다. 한때 많은 사람들이 텔레그램은 안전하다고 생각해서 텔레그램을 사용했다. 그러나 대화자 중 한 명이 휴대전화를 압수당할 경우, 그 내역이 노출되는 것은 카카오톡과 매한가지다. 이러한 사례가 몇 차례 있자 텔레그램의 인기도 금방 가라앉았다.

 

법원·​수사기관·​행정관청이 현명하게 판단을 해주리라 믿는 것은 너무 안이하다. 분쟁에 대비하여 사전에 선별적으로 증거가 될 만한 자료를 분류하거나 폐기하는 판단이 필요하다. 그것이 소송의 본질과도 맞는 자세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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