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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비법] 서체 파일 침해 경고장 받았다면 어떻게 대처할까

합의 요구는 정식 위임장 받은 변호사만 가능…동일·유사성 등 침해 요건도 따져봐야

2019.12.13(Fri) 10:02:29

[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새로 시작하는 ‘알아두면 쓸모 있는 비즈니스 법률’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서체 또는 폰트(이하 서체) 저작권 침해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글자 모양을 말하는 서체는 저작권의 보호 대상인 저작물이 아니다. 서체는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해야 할 한글 자모 모양을 기본으로 삼아 인쇄기술에 의해 사상이나 정보 등을 전달하는 실용적인 기능을 주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대법원 94누5632).

 

그러나 컴퓨터에 저장돼 서체를 표현하기 위한 서체 파일은 컴퓨터 프로그램 저작물로 보호된다. 따라서 엄밀하게 표현하자면 최근 문제 되는 사례들은 ‘서체 침해’가 아니라 ‘서체 파일 침해’ 사건이다.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HTML 소스를 열어보면 사용된 서체 파일을 확인할 수 있다. PDF의 경우에도 파일 정보를 통해 서체 파일을 확인할 수 있다. 권리자는 이러한 파일 정보 화면을 캡처하여 서체 파일의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경고장(내용증명)을 받으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인터넷 상담 글을 보면 합의금 장사에 불과하므로 무시하라는 답변도 있다. 다만 무시가 능사는 아니다. 저작권 침해는 형사상 범죄이고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시간 순서대로 대응 방안을 정리해 본다.

 

글자 모양을 말하는 서체는 저작권의 보호 대상인 저작물이 아니다. 그러나 컴퓨터에 저장돼 서체를 표현하기 위한 서체 파일은 컴퓨터 프로그램 저작물로 보호된다. 폰트 이미지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1. 경고장을 받으면 우선 권리자가 주장하는 서체 파일이 사용됐는지, 또 그러한 사용 내역이 디지털로 기록돼 증거화가 가능한지 확인해 봐야 한다. 앞서 본 것처럼 서체 그 자체는 저작물로 보호되지 않기 때문에 서체 파일을 사용한 사실이 증거로서 입증되지 않는다면 권리자가 침해를 주장하기는 어렵다.

 

2. 다음으로 경고장의 발송자가 해당 서체 파일의 권리자가 분명한지, 권리자로부터 수권을 받았는지를 경고장과 그 첨부 서류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간혹 저작물에 대한 권리자라 주장하는 사람이 여럿 있어 누가 진정한 권리자인지 분명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법률사무소에서 발송한 경고장에 위임장이 첨부되지 않아 수권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 사례도 있다. 권리자가 외국에 소재하는 외국인(또는 법인)인 경우에는 위임장(Power of attorney)에 아포스티유(Apostille)가 발급되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아포스티유란 외국 기관이 외국 문서의 진정 성립을 확인하고 발급하는 관인 또는 서명을 말한다.

 

따라서 경고장을 볼 때 △위임장이 없거나, △아포스티유가 누락되어 있거나, △권리자의 정보가 불분명하다면 발송자에게 보완을 요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발송자가 진정한 권리자 및 수권자 여부를 입증하지 못한다면, 그 경고장은 마치 남의 물건을 가지고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손해배상을 요구한 것과 같다. 때문에 발송자가 사기죄와 공갈죄 등의 죄책을 부담할 수 있다.

 

경고장을 발송한 후 전화 통화를 통해 합의를 요구하는 사람이 변호사인지 아니면 법률사무소 직원인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3. 경고장을 발송한 후 전화 통화를 통해 합의를 요구하는 사람이 변호사인지 아니면 법률사무소 직원인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변호사법은 변호사가 아니면서 금품 등의 이익을 받거나 받을 것을 약속하고, 법률 사무를 취급하거나 이러한 행위를 알선한 자를 처벌한다(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 따라서 권리자 본인 또는 직원이 합의금을 요구하는 관행에는 변호사법 위반 문제가 잠재돼 있으며, 변호사와의 직접 협상을 요구하는 것은 현행법상 당연하다. 실무상 변호사가 일일이 수많은 내용증명 발송 건을 챙기기는 어려우니 변호사와의 협상을 요구하는 것이 침해 혐의자에게는 유리한 측면이 있다.

 

4. 저작권법상 보호되는 저작물이 맞는지(저작물성), 권리자가 주장하는 저작물과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는 도안 간에 동일·유사성이 인정되는지(동일·유사성) 등 저작권 침해 요건의 충족 여부도 꼼꼼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

 

동일·유사성은 당연히 인정되는 개념이 아니다. 정황상 저작물을 무단 사용한 것처럼 보이더라도 결과물을 대조해 보았을 때 차이점이 존재한다면 동일·유사성이 부정될 수 있다. 만약 저작물성과 동일·유사성이 부정된다면 그러한 사건이 단 한 개에 불과하더라도 해당 저작물을 통해 합의금을 받아내려는 권리자 측의 사업모델은 붕괴된다. 현행법상 보호되지 않는 권리를 주장하면서 합의금을 요구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권리자 측은 최악의 상황을 피하고자 저작권 침해 여부를 극렬히 다투는 상대방에 대해서는 낮은 합의금이라도 합의를 하려 하고, 합의금의 액수가 알려지지 않도록 합의서에 비밀유지 조항을 넣는다.

 

서체 파일 사례를 보면 사용자가 의도적으로 서체 파일을 무단 복제·사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워드 프로세서에 저장된 서체 파일을 사용하여 인터넷 홈페이지와 PDF 파일을 제작했는데, 그러한 서체 파일은 비영리적 사용만이 가능한 것이었다는 이유로 저작권 침해로 몰리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 경우 사용자에게 서체 파일의 사용 범위가 제한되어 있다는 점을 고지하지 않은 워드 프로세서 제작자는 아무 책임이 없는가? 아직 이러한 문제 제기가 없다는 것이 의아하기만 하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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