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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해라 국회] 가짜 불법 의료기기는 왜 유독 처벌 수위가 낮을까

부정식품·부정의약품·부정유독물만 가중처벌…식약처·업계도 필요성 공감

2020.02.18(Tue) 16:28:43

[비즈한국]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대 국회가 저물고 있다. 20대 국회에 발의된 법안은 사상 최초로 2만 건을 돌파했다. 하지만 법안 처리율은 상대적으로 저조한​ 30%에 그치며 아쉬움을 남겼다.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법안만 1만 5000여 건에 달한다. 2개월 후면 20대 국회의원들과 함께 그들이 발의한 계류 법안들도 모두 소멸된다. 비즈한국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경제 관련 현안이 담긴 법안을 골라 입법 배경과 의미를 짚어본다.

 

‘이 의료기기를 쓰고 암이 완치됐다’는 누군가의 설명을 암 환자가 무시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유방암 환자 A 씨가 500만 원을 주고 B 씨가 판매하는 온열기와 쑥뜸기를 사게 된 계기도 그랬다. “유방암 환자가 2주간 원적외선 온열기에 들어가 있었더니 암이 완치됐다. 쑥뜸과 병행해 치료하면 완치할 수 있다”는 B 씨의 말을 믿은 게 화근이었다. B 씨는 특허를 받았다는 내용이 담긴 팜플렛까지 제작하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이 기기는 무허가 의료기기였다. 화상만 입은 A 씨는 결국 B 씨를 고소하기에 이른다.

 

지난해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대동맥류 같은 혈관질환에 사용되는 약 4300개 혈관용 스텐트를 허가사항과 다르게 제조해 136개 의료기관에 납품한 업체를 고발하기도 했다. 이처럼 부정 의료기기를 제조·판매하는 업체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복지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 6월까지 5년간 의료기기법 위반 건수는 총 1694건, 불법개조·​무허가 의료기기 적발 사례는 367건. 의료기기 시장이 갈수록 커지면서 부정 의료기기 역시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환자 생명과 직결되는 부정 의료기기를 제조·판매하는 사람을 가중처벌하자며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대표 발의한 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지난해 7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앞 복도에 법안 관련 자료들이 쌓여 있는 모습. 사진=박은숙 기자

 

#식약처도 업계도 강력한 처벌 원한다

 

이러한 폐해를 막고자 탄생한 법안이 복지위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대표 발의한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안(보특법)’이다. 환자 생명과 직결되는 부정 의료기기를 제조·​판매하는 사람을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제품 소매가격의 2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으로 가중처벌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현행 의료기기법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규정한다. 앞서 유방암 환자에게 부정 의료기기를 판매한 B 씨는 지난해 6월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에 처해졌다.​​

 

그러나 이 법안은 현재 본회의 심의도 거치지 못한 채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김명신 김상희 의원실 보좌관은 “식약처에서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이라 최대한 20대 국회에서 통과시키려 노력할 생각이다. 다만 복지위에 쌓여 있는 법안이 많아서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며 “법안이 통과되면 지금보다 부정 의료기기를 제조·​판매하는 사례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지난해 5월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불법 의료기기 제조행위를 강력히 처벌할 수 있도록 보특법 개정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관련 업계에서도 법안 통과를 바라는 목소리가 적잖다. 소비자를 속이는 대신 정식으로 허가받은 제품으로 정당하게 경쟁하자는 인식이 깔려 있다. 2등급 재활 의료기기를 개발해 상품화 목전에 다다른 이채호 씨는 “의료기기를 허가받기 위해 준비하는 데만 1년 정도 걸린다. 그러다 보니 의료기기를 제조하려는 사람들을 만나보면 3분의 1 정도가 허가받기가 까다롭겠거니 생각하고 범법의 영역을 기웃거린다. 안전을 담보로 꼼수를 부리는 사례”라며 “소비자들, 특히 환자들을 위해서도 정식으로 인증을 받고 의료기기를 내놓아야 한다. 최소 형량을 높이는 방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기기 허가 과정은 꽤 까다롭다. 업계에서는 허가받기가 힘들다는 이유로 소비자를 속이는 대신 정식으로 허가받은 제품으로 정당하게 경쟁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정식 의료기기로 허가받는 과정은 꽤 까다롭다. 의료기기는 인체에 미치는 잠재적 위해성에 따라 1~4등급으로 분류되는데, 등급과 별개로 모든 의료기기 제조업자는 의료기기를 만들 수 있는 시설과 제조 및 품질관리체계(GMP) 기준을 지키고 의료기기 제조허가를 받아야 한다. 2등급 의료기기부터는 식약처가 지정한 기관에서 기술문서심사나 임상자료심사도 받아야 한다. 주기적으로 이상 사례(부작용)도 식약처장에게 보고하게 돼 있다. 허가 과정이 어렵다 보니 의료기기 인증·심사를 도와주는 행정사도 적잖게 활동 중이다.

 

#위해도 높은 의료기기 제조·판매업체 “와닿지 않아”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부정 의료기기로 소비자가 피해를 입는 사례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기대를 낳는다. 부정 의료기기의 경우 의료기기 등급으로 따지면 제조가 그나마 쉬운 1~2등급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 단계의 의료기기도 화상 등 부작용 발생 가능성은 충분하다. 의료기기로 오인하게끔 하는 광고도 점차 사라질 수 있다. 현재 의료기기가 아닌 공산품을 의료기기로 광고하기는 아주 쉽다. 한 바이럴 마케팅 대행업체에 관련 문의를 하자 이 업체 관계자는 “(정식 의료기기가 아니더라도) 탈모치료제, 고주파 치료기와 같은 명칭으로 홍보 가능하다. 신고도 워낙 많고 죽을 각오로 임해야겠지만 잘해드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부정 의료기기로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사례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낳는다. 이에 따라 의료기기로 오인하게끔 하는 광고도 점차 사라질 수 있다. 현재 의료기기가 아닌 공산품을 의료기기로 광고하기는 아주 쉽다. 사진=김명선 기자


해당 법 개정으로 인해 적법한 방식으로 의료기기를 제조 및 판매하는 것에 대한 정부나 소비자단체, 업체의 관심이 높아지는 점도 긍정적이다. 이제껏 부정 의료기기에 대해서만 관리 및 처벌 규정이 느슨했기 때문이다. 현재 보특법은 부정식품, 부정의약품 및 부정유독물을 제조해야만 가중처벌 한다고 명시한다. 또 2014년 12월부터 시행된 국내 의약품 피해 구제제도와 달리 의료기기 피해 구제 제도는 지난해 8월 엘러간 인공유방 보형물이 희귀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제기된 뒤에야 논의가 시작됐다. 환자단체연합회 관계자는 “개인이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기가 많아지면서 피해 사례도 덩달아 늘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위해도가 높은 3~4등급 의료기기를 제조해 판매하는 업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으리란 전망도 나온다. 식약처가 지난해 10월에 발간한 ‘의료기기 허가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1등급 의료기기 허가·인증·신고 건수는 1740개, 2등급 의료기기는 1123개인 반면 3등급 의료기기는 539개, 4등급 의료기기는 198개에 그친다. 1~2등급 의료기기 경쟁이 가장 치열하다는 얘기다.

 

의료기기 업체 관계자는 “특히 4등급은 주사처럼 인체 내부에 찔러서 들어가는 제품인데 이 정도를 불법으로 만들기는 어렵다”며 “이 법이 통과되면 ​1~2등급 의료기기가 무분별하게 나오는 현상이 ​나아질 것으로 생각하지만 4등급 의료기기를 제조한 입장에서는 와 닿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의료기기를 제조해 판매하는 제약사 관계자도 “소비자는 모르겠지만 기업에는 크게 영향이 미칠 것 같지는 않다”고 내다봤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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