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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보급형' 애플은 2세대 아이폰 SE로 무얼 노렸나

지문 인식 방식의 터치ID 탑재로 슬로어답터 공략…아이폰 11과 똑같은 A13 바이오닉 탑재

2020.04.16(Thu) 16:47:20

[비즈한국] “아이폰 9가 나올까?”

 

2017년 아이폰 X이 발표됐을 때 농담 삼아 넘버링을 건너뛴 아이폰9라는 이름을 두고 내기를 했다. 하지만 아이폰 XS와 11이 나올 때까지도 9라는 숫자는 등장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 9가 다시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은 2020년 봄에 등장할 것이라는 소문의 새 아이폰 때문이었다. 

 

애플이 4월 15일, 2세대 ‘아이폰 SE’를 발표했다. 이 제품과 이름에는 꽤 많은 의미가 숨어 있다. 그리고 이 아이폰 SE는 아이폰11과 더불어 올해 가장 뜨거운 시장 반응을 불러일으킬 스마트폰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추측이지만 적지 않은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아이폰 SE에 상당히 충격을 받을 듯하다. 

 

2세대 아이폰 SE의 디자인은 아이폰 8을 그대로 빼닮았다. 16:9 비율의 4.7인치 디스플레이를 썼고, 홈버튼과 터치ID가 있다. 그리고 아이폰 11과 아이폰 11 프로에 쓰인 A13 바이오닉 프로세서가 더해졌다. 값은 64GB 제품이 55만 원부터 시작하고, 128GB와 256GB 제품이 각각 62만 원, 76만 원에 팔린다.

 

애플은 별다른 발표 행사를 열지 않고 보도자료와 홈페이지를 통해 2세대 아이폰 SE를 발표했다. 코로나19 여파 때문으로 해석된다. 사진=애플 제공

 

애플이 내놓은 아이폰 SE의 제품 설명 문구는 ‘이상적, 그리고 합리적’이다. 대개 이런 문구가 쓰이는 제품은 ‘보급형’으로 꼽히는데 2세대 아이폰 SE의 방향성은 조금 다른 부분이 있다. 애플의 제품 라인업과 브랜드 지향점에 따라 결정된 제품이라는 이야기다. 9 대신 SE를 붙인 것도 이 연장선에 있다.

 

SE의 정확한 의미가 공식적으로 발표된 적은 없지만 으레 ‘스페셜 에디션(Special Edition)’으로 꼽힌다. 말 그대로 특별히 내놓는 제품이라는 것이다. 1세대 아이폰 SE는 4인치 디스플레이와 아이폰 5S의 디자인에 대한 시장 요구를 반영했다. 훌쩍 커진 아이폰 화면에 대한 어색함에 아이폰 5나 5S를 떠나지 못하는 수요가 꽤 많았고, 이는 애플에게 단순히 신제품 구매를 미루는 것과는 조금 달랐다. 애플은 64비트를 비롯해 머신러닝, 증강현실 등 플랫폼과 앱 생태계의 전환이 필요했고, 이는 새로운 프로세서가 적용되어야 풀 수 있는 일이었다.

 

수요는 충분하다고 보였고, 애플도 이를 받아들여 단종 제품을 다시 꺼내기도 했다. 그렇게 아이폰 SE는 아이폰 6S 출시 반년 뒤에 등장했다. 보급형으로 해석하는 시선도 있었지만 아이폰 SE는 제품에 약점을 만든다거나 원가를 줄이지 않았다. 딱 시장이 원하던 ‘프로세서만 바꾼 아이폰5S’였고, 이 디자인과 폼팩터는 여전히 애플이 최선을 다해서 만들었던 과거의 플래그십을 그대로 따랐다.

 

2세대 아이폰 SE는 가격으로 보면 보급형이지만, 스마트폰의 두뇌에 해당하는 프로세서는 최상급 기종인 아이폰 11 프로와 동일한 A13 바이오닉을 탑재했다. 사진=애플 제공

 

2세대 아이폰 SE는 조금 다른 접근이다. 애플은 2017년 아이폰 X을 내놓으면서 다음 10년을 언급했다. 그리고 동시에 지난 10년을 정리하는 아이폰 8을 함께 내놓았다. 그리고 이를 마지막으로 홈버튼, 터치ID는 퇴장의 길을 걷는 듯했다. 하지만 이 터치ID에 대한 수요는 좀체 사그러들지 않는 듯하다. 특히 최근의 코로나19를 비롯해 황사와 미세먼지 등 마스크를 써야 할 일이 많은 상황에서 얼굴 전체 윤곽을 비밀번호로 쓰는 페이스ID는 기대처럼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손가락만 가져다대면 잠금이 풀리던 터치ID가 아쉬운 상황이다.

 

그리고 애플은 다시 그 시장 수요를 받아들이면서 2세대 아이폰 SE를 내놓는다. 1세대가 화면 크기라면 2세대는 터치ID라는 이야기다. 4인치 디스플레이에 대한 수요는 아직 있겠지만 이제는 4인치 화면이 큰 흐름은 아니다. 2세대 아이폰 SE의 4.7인치도 충분히 ‘작다’.

 

단순히 아이폰 8의 업그레이드라고 읽을 수도 있다. 하지만 브랜드 측면에서 보면 조금 다른 의미를 갖는다. 만약 이 제품이 아이폰 8S나 아이폰 9로 등장했다면 아이폰은 과거를 놓지 못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 애플은 이미 아이폰 11과 11 프로로 제품 라인업을 정리, 완성했다. 여기에 새로 무엇인가가 끼어드는 것은 브랜드로서 옳지 않은 일이다.

 

2세대 아이폰 SE는 지문인식 기능과 휴대가 편한 작은 화면을 선호하는 슬로어답터에게 가장 적당한 제품이다. 사진=애플 제공

 

그럴 때 쓰기에 딱 좋은 게 바로 ‘특별판’, SE다. 아이폰 SE는 정식 라인업에 들어가지 않는 번외 제품이다. 여전히 터치ID를 떠나길 망설이는 ‘슬로어답터’들에게 내미는 손이다. 애플로서도 조심스럽지만 필요했고, 시장 환경이나 출시 시기 측면에서도 적절하다.

 

2세대 아이폰 SE 역시 저가 시장을 잡으려는 보급기의 성격은 아니다. 물론 55만 원부터 시작되는 가격은 파격적이다. 그런데 이 제품의 프로세서는 200만 원에 달하는 아이폰 11 프로의 그것과 똑같은 A13 바이오닉이다. 이 프로세서는 현재 나와 있는 ARM 기반 칩 중에서 가장 빠른 프로세서로 꼽힌다. 성능이나 기능으로 이른바 ‘급 나누기’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아이폰 SE는 A13 바이오닉을 넣으면서 앱 성능뿐 아니라 스마트 HDR이나 4k 60p 촬영 등 아이폰11 계열과 다르지 않은 사진 경험을 갖게 됐다. 초광각이나 망원렌즈는 빠졌지만 사진을 찍고 만들어내는 모든 과정은 아이폰 11 시리즈와 똑같다.

 

LCD 역시 아이폰 11과 마찬가지로 HDR 콘텐츠를 재생할 수 있고 색 표현력도 똑같다. 사실상 과거의 폼팩터를 쓰고 있을 뿐 아이폰 11 시리즈와 맥을 같이한다.

 

저가 시장을 잡으려고 하는 걸까? 아이폰 SE를 저가형, 보급형으로 놓기보다 플랫폼의 저변을 넓히는 쪽에 가깝다. 애플의 전략은 단순히 기기를 많이 파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와 앱 생태계를 확장해서 플랫폼 지배력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이용자들이 플랫폼을 벗어나지 않고 다시 새로운 기기로 접근하는 선순환을 만드는 데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트렌드를 반영하는 기술이 필요하고, 그게 바로 64비트, 머신러닝, 증강현실이다. 이를 반영한 앱, 게임,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앱스토어가 풍성해져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프로세서가 더 많이 깔려야 한다. 한 세대 이전 칩을 쓸 수 있지만 지금도 새로운 기술을 위해서는 성능에 목이 마르기 때문에 1년, 한 세대라도 더 많은 기기를 더 좋은 환경으로 준비해 놓을 필요가 있다. 이는 분명 프로세서 원가 차이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답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애플은 아이폰뿐 아니라 아이패드까지 프로세서에 구분을 줄여나가고 있다. 물론 이 정책은 언제든 바뀔 수 있고, 시리즈의 연속성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애플은 이 기기에 아이폰 9 같은 이름 대신 SE를 붙였다고 볼 수 있다.

 

어쨌든 아이폰 SE는 검증된 폼팩터와 고성능 프로세서에 55만~76만 원이라는 공격적인 가격까지 갖추게 되면서 스마트폰 시장에 큰 바람을 일으키게 될 듯하다. 그리고 다른 제조사들이 이를 따르기도 쉽지 않다. 직접 프로세서를 개발하고, 생태계와 플랫폼까지 갖고 있어 가능한 투자이기 때문이다.​ 

최호섭 IT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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