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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자만 배 불린다? 서울시 역세권 청년주택 둘러싼 논란

비싼 임대료, 부족한 공급량 비해 건축주 혜택 막대…재건축 어려운 지역,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

2020.05.22(Fri) 14:02:16

[비즈한국] 용적률을 최고 600%까지 늘릴 수 있고, 용도도 상업성 있는 땅으로 바꿀 수 있다. 서울시에서 건축비의 상당 부분을 저리로 대출해주고, 소득세·​법인세를 75%까지 감면해준다. 건축주가 역세권 청년주택을 지을 때 서울시로부터 받는 혜택은 가히 파격적이다.

 

‘역세권 청년주택’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청년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서울시가 저가의 임대주택을 마련하는 사업인데, 뚜껑을 열고 보니 비싼 임대료와 부족한 공급량으로 청년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그에 비해 사업주들에게는 막대한 혜택을 줌으로써 결국 건설업자들 배만 불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청년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저가의 임대주택을 마련하는 서울시가 역세권 청년주택이 비싼 임대료와 부족한 공급량으로 청년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그에 비해 사업주들에게는 막대한 혜택을 줌으로써 결국 건설업자들 배만 불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서울시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설명자료 캡처

 

역세권 청년주택이 도마에 오른 것은 민간 중심의 사업 추진 방식에 있다. 서울시는 민간 사업자가 기존 빌딩을 청년주택으로 개발하면 용적률 제한을 풀어줘 사업성을 높이는 대신, 전체 호실의 10%를 기부채납 받아 공공 임대로 활용한다. 나머지 90%는 민간 임대 물량이다.

 

서울시는 예산을 아끼면서 민간 차원의 사업 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해 많은 당근책을 제시한 상태다. 그러나 사업 개발과 운영을 민간사업자에게 맡기다 보니 공공성은 뒷전이고, 민간 기업의 이윤 창출 수단으로 쓰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종로구 숭인동의 청년주택은 최초 사업 개시 때 없던 관리비·청소비·식대·가구비 등 40만 원의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바람에 논란을 빚었다. 월 임대료를 합하면 공공 임대여도 월 70만~80만 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이 청년주택은 호텔을 개조했는데, 사업주는 이익을 내기 위해 식대 등의 비용이 발생했다고 설명한다. (관련 기사 숭인동 역세권 청년주택 '호텔급 서비스' 때문에 청년들 안 온다?)​

 

호텔을 개조한 숭인동 청년주택은 관리비·청소비·식대·가구비 등 추가 비용으로 논란을 빚었는데, 사업주가 이익을 내기 위해 이런 비용이 발생했다고 한다. 사진=비즈한국 DB

 

이 호텔뿐만 아니라 역세권 청년주택을 수익 사업의 기회로 엿보는 건설 시행사가 적지 않다. 사업성이 떨어져 리모델링이 어려운 역세권 노후 빌딩을 서울시 지원금을 이용해 손쉽게 재건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서울 시청·을지로 등 중심지역은 1970년대 고도성장기에 빌딩이 대거 들어섰기 때문에 대부분 리모델링·재건축 필요성이 나온다. 그러나 용적률 제한과 사업성 부진, 도로·수도관 등 사회 인프라망과 얽혀 사실상 개발이 어려웠다. 1980년대 격자형으로 들어선 강남 역시 빌딩·상가 건물 노후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역세권 청년주택이라는 명분 아래 서울시 지원금으로 건축물의 사업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서울시에 기부채납 해야 하는 10%를 제외하고는 모두 고급형 청년주택을 지음으로써 실제 청년보다는 한국에 체류 중인 외국인이나 고소득 직종 종사자에게 임대하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서울 강남에서 역세권 청년주택 개발을 준비 중인 한 시행사 대표는 “수익성을 담보하려면 고급형 청년주택을 개발해야 하며, 그에 걸맞은 임대료를 책정할 것”이라며 “향후 매각 시 건물 가치를 높게 인정받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공공 성격을 강조하는 것보다 고급형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것이 인근 주민들의 반발을 낮추는 데에도 유리하다. 

 

​역세권 청년주택 등 임대주택 사업은 대개 리츠(REITs, 부동산투자회사) 펀드가 민간의 자금을 끌어모아 사업을 한다. 의무 임대기간인 8년간은 투자금 회수가 어렵지만, 향후 지분을 매각하거나 주택 임대 전환을 노려 시세 차익을 누릴 수도 있다. 이미 서울 충정로 청년주택의 경우 미계약분을 사업자인 롯데자산개발이 선착순 임대 계약에 나선 상태다.

 

서울 충정로 청년주택의 미계약분은 롯데자산개발이 선착순 임대 계약에 나선 상태다. 대형 자산운용사들도 펀드를 조성해 청년주택 개발에 나서면서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말이 나온다. 사진=비즈한국 DB


높은 수익성을 기대하고 이미 대형 자산운용사들도 폐쇄형 펀드를 조성해 이들 주택 개발에 나섰다. 서울시 역세권 청년주택이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블라인드 펀드로 자금을 모집해 부동산 개발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재벌가 2~3세들과 관련 있는 회사들의 움직임도 상당히 활발하다”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역세권 청년주택으로 역 인근에 빌딩이 하나둘 개발되기 시작하면 근처 빌딩의 시세 갭 메우기가 벌어진다. 주변 시세가 모두 함께 뛴다”고 지적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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