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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화되는 일본제철 자산 강제 매각, 한일 갈등 다시 불붙나

일본 '보복조치' 공식화…"자국 기업도 타격 있어 당장 못할 것" 전망 속 "외교적 해결 필요"

2020.08.03(Mon) 12:58:45

[비즈한국] 잠시 잠잠했던 한일 양국의 외교 갈등이 다시 격랑 속으로 빠져들 위기에 처했다. 강제징용 관련 일본 전범기업의 자산 압류를 위한 한국 법원의 공시송달 시효(4일)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 소송 상대방이 재판에 응하지 않으면, 일정 기간 기다리다가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간주’하는 공시송달 시효가 지나면, 법적으로 효력이 발생한다. 내일이면 법원은 일본 기업 측 자산을 강제 매각해 현금화 할 수 있게 된다. 

 

일본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던 일본은 “자국 기업에 피해가 발생할 경우 보복 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을 공식·비공식 루트로 한국 측에 전달했다. 물론 법원이 일본기업 측 자산 현금화를 곧바로 시도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인해 잠잠했던 한일 갈등이, 지난해 7월 반도체 핵심소재의 한국 수출을 금지하는 보복조치 이후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7월 일본 정부가 반도체 핵심소재의 한국 수출을 금지하는 보복조치를 취하자 국내에서 일본산 불매 운동을 벌어져 유니클로 등 일본 기업이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7월 24일 택배노동조합이 유니클로에서 발송하는 택배 배송을 거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이종현 기자

 

#내일부터 일본제철 주식 등 현금화 가능

 

지난 6월 1일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은 일본제철이 갖고 있는 피엔알(PNR·일본제철과 포스코가 합작한 기업) 주식 19만여 주(10억 원 어치)에 대해 ‘압류 명령 결정 공시송달’을 했다. 통상 재판 일정이나 결과에 대해 ‘송달’을 해 재판 당사자에게 통보를 하는데, 일본 측은 현재 사법부의 잇따른 결정에 ‘국제법 위반’이라며 응하지 않는 방식으로 송달을 거부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공시송달 기한을 8월 4일 0시로 정해놨다. 공시송달은 소송 당사자인 상대방의 주소를 알 수 없거나 상대방이 계속 재판에 응하지 않을 때, 법원 게시판 등에 서류를 공시하는 것으로 ‘내용이 전달됐다’고 간주하는 제도다. 2018년 10월 대법원 판결을 일본제철이 따르지 않자 내놓은 방식이다.

 

이제 압류 명령 결정도 효력이 생긴다. 4일부터 법원은 PNR 주식을 강제 매각해 현금화 하라고 명령할 수 있다. 서면 신문 절차 등을 거칠 경우, 통상 2~3개월 뒤부터는 자산 매각이 가능하다. 

 

일본 측의 즉시항고로 법적 대응을 할 수도 있다. 압류 결정에 일본제철 측이 항고할 경우 이를 다툴 수 있다. 그러나 일본 측은 한국 대법원의 손해배상 판결 이후 일체 대응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번 조치에 법적인 대응을 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보복할 것” 다시 불만 드러내는 일본

 

대신 일본 정부는 불편한 심기를 계속 드러내고 있다. 현금화로 인해 자국 기업에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할 경우에는 보복 조치를 하겠다고 지난해부터 거듭 강조하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지난 1일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일본 기업의 자산이 실제로 매각될 경우 “모든 대응책을 정부에서 검토하고 있다”면서 “(보복 조치의) 방향성은 확실히 나와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방식도 언급된다.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주한 일본대사 일시 귀국 △한국인 비자발급 조건 강화 등 2차 보복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통신은 지난달 말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자산 매각을 명령할 경우에 대비해 보복 조치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이 같은 방안을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당장 4일 압류명령 효력이 발생하는 날에 맞춰 보복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법조계 “당장 보복 가능성 낮지만 외교적 해결 필요”

 

물론 일본제철의 자산 현금화에는 수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 여러 법적 절차가 여전히 남아 있다. 법원이 압류 명령 확정 이후 조속히 매각 명령 결정을 내리더라도 일본 측이 명령 송달을 받지 않아 공시송달 절차가 진행된다면 최소 두 달은 소요된다. 민사집행법에는 ‘채무자가 해외에 있으면 심문할 필요가 없다’고 규정했지만, 법원이 ‘심문하겠다’고 결정하면 일본제철에 심문서를 송달하는 데 추가로 시간이 걸린다. 매각 명령이 내려지더라도 압류된 PNR 주식 가치 감정 절차 역시 남아 있어 이를 모두 진행하려면 4~5개월가량은 필요하다는 게 법조계 설명이다.

 

일본 정부가 당장 대응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까닭이다. 외교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지난해 7월 취한 수출규제 조치로 인해 유니클로 등 자국 기업도 피해를 받았기에 추가 보복 조치는 제한적으로 할 것”이라며 “법원의 결정 진행 과정을 살펴가며 대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교계 근무 경험이 있는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한일 관계에서 사법부의 결정은 그 자체로 존중되어야 하는 게 맞다. 다만 사법부의 결정이 갈등의 시발점이 된다면, 결국 이는 외교적인 대화로 풀어야 하는 게 아니겠나”며 “지난 6월 1일 결정 이후 두 달의 시간 동안 양국이 더 적극적으로 갈등 해결을 위해 소통했다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고 지적했다. ​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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