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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비법] 병행수입업자가 국내 상표권자 견제를 피하는 방법

법적 문제없지만 상표권 침해 및 '짝퉁' 신고 대비해야…유통업계는 병행상품 확보가 곧 경쟁력

2020.08.25(Tue) 10:02:59

[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새로 시작하는 ‘아두면 모 있는 즈니스 률’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인터넷 쇼핑을 하다 보면 가격은 저렴하나 판매 화면만 봐서는 정품 여부를 확신하기 어려운 상품이 있다. 상품의 외관이나 상표의 형태를 봤을 때 정품 같기는 한데, 인터넷상에 표시된 홍보 이미지가 단순하고 공식 한국 홈페이지에는 해당 상품이 없어서 어디에선가 의심이 가는 경우다.

 

이러한 상품은 병행상품일 가능성이 높다. 병행상품이란 해외 상표권자에 의해 적법하게 생산·유통된 진정상품이나 국내의 상표권자 또는 전용사용권자의 허락 없이 수입·판매되는 상품을 말한다. 가령 해외 업체 A가 B에게 자사 브랜드의 상품에 대한 한국 내 유통 권한을 부여했는데, B와 아무런 관련 없는 C가 A의 브랜드 상품을 수입·유통하는 경우가 병행수입 또는 병행상품에 해당한다.

 

대법원은 진정상품의 병행수입은 원칙적으로 허용된다고 판시한다. 그러나 병행수입업자의 영업활동은 일부 제약된다는 입장이다.


병행수입은 △독점수입업자의 가격결정권 남용을 막아 국내외 가격 격차를 해소할 필요성 △소비자의 폭넓은 선택권 보장 △상표권의 권리소진 등을 이유로 1995년부터 허용됐다.

 

대법원도 다음과 같은 요건이 충족됐다면 진정상품의 병행수입은 원칙적으로 허용된다고 판시한다(2006다40423). △외국의 상표권자 내지 정당한 사용권자가 수입된 상품에 상표를 부착했고 △그 외국 상표권자와 우리나라의 등록상표권자가 법적 또는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수입상품에 부착된 상표가 우리나라의 등록상표와 동일한 출처를 표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수입된 상품과 우리나라의 상표권자가 등록상표를 부착한 상품 사이에 품질에서 실질적인 차이가 없는 경우다.

 

그러나 대법원은 병행수입업자의 영업활동은 일부 제약된다는 입장이다. 병행수입업자가 선전광고물·포장지·쇼핑백·내부 간판에 상표를 부착하는 것은 상표권 침해로 볼 수 없어 허용되지만, 사무소·영업소·매장의 외부 간판 및 명함이나 외부 현수막에 상표를 사용해 일반 수요자들로 하여금 그 병행수입업자가 외국 본사의 국내 공인 대리점 등으로 오인하게 하는 행위는 부정경쟁방지법에 위반된다고 판시했다(99다42322, 2008도7462).

 

이와 별개로 병행수입업자는 국내 상표권자(국내 전용사용권자 포함)로부터 이런저런 견제를 받게 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병행수입업자가 국내외 상표권자의 홍보 이미지와 전단 등을 사용할 경우, 저작권자인 국내외 상표권자로부터 저작권 침해 고소를 당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병행수입을 판매하는 웹페이지에는 홍보 이미지나 문구가 단순한 경우가 일반적이다.

 

또 병행수입업자는 상시로 정품 여부에 대한 입증을 요구받게 된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병행수입업자는 병행상품의 출처와 해외 유통업체와의 거래내역(인보이스 등) 등을 확보하고 있으나, 이러한 자료에는 해외 소싱업체의 정보가 그대로 기재돼 있어 영업비밀의 일종으로 취급된다. 따라서 정품임을 입증하기 위해 자료를 모두 제시하기에는 부담되는 면이 있다.

 

국내 상표권자는 병행상품이 짝퉁이라는 감정 결과를 제시하기도 하는데, 그 감정이 국내 상표권자의 의뢰로 이루어진 경우 객관성이 문제 된다.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 홈페이지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정부는 2010년대 들어 물가 안정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병행수입을 활성화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2013년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특정 업체가 수입시장을 독·과점함으로써 수입제품의 소비자 판매가격이 지나치게 부풀려졌고 이는 물가 불안으로 이어졌다는 인식 하에 병행상품 통관 절차를 간소화하는 ‘병행수입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국내 상표권자의 대응도 만만치 않다. 병행상품은 설령 그것이 국내외 상표권자 간의 라이선스 계약에 위반된다고 하더라도 상표권 침해물은 아니다. 그럼에도 국내 상표권자는 용어의 애매함, 즉 짝퉁이 상표권 침해물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라이선스 계약 위반된다는 의미인지 불분명함을 이용해 병행상품을 짝퉁으로 신고하는 경우가 있다.

 

국내 상표권자는 병행상품이 짝퉁이라는 감정 결과를 제시하기도 하는데, 그 감정이 국내 상표권자의 의뢰로 이루어진 경우 객관성이 문제 된다. 이와 관련해 상표권 침해물인 전자담배를 판매한 공소사실로 기소된 사안에서 전자담배 본사는 짝퉁으로 감정한 결과를 증거로 제시한 바 있다. 그런데 울산지방법원은 전자담배 본사가 제품의 진위를 확인할 전문지식이나 능력이 있는지가 분명하지 않아 위 확인 결과를 신빙할 수 없고, 오히려 전자담배의 일련번호를 정품인증 시스템에 입력한 결과 진정상품으로 확인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전자담배를 짝퉁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2016고정1326).

 

병행상품은 가격이 저렴하지만 월드 워런티 조건이 없는 한 국내에서 AS(사후관리)를 받을 수 없다. 그리고 국내에서는 럭셔리 라인으로 해외에서 팩토리 아울렛 라인으로 관리되는 브랜드의 경우 병행상품과 국내 상표권자의 상품 간에는 품질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사정을 감수하고 병행상품을 구매할지는 어디까지나 소비자의 선택에 달린 문제다. 구매대행과 해외 직구 등이 활성화된 현재 상황에서 병행상품을 인위적으로 막을 것은 아니다.

 

한편, 유통업체 입장에서 병행상품 취급은 경쟁력과 직결되는 문제다. 최근 인터넷 쇼핑몰은 경쟁적으로 몸집을 키웠다. 그러나 제조업체 수는 한정적이다 보니 플랫폼에 채워 넣을 상품이 부족해졌다. 제조업체는 온라인·오프라인 간 판매채널 간섭 문제와 저마진 등을 이유로 온라인 채널에 대한 상품 공급에 소극적이다. 이러한 경향은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브랜드일수록 심하다.

 

이러한 상황에서라면 글로벌 소싱 능력을 보유해 여러 제약사항을 돌파한 채 안정적으로 상품을 공급할 수 있는 유통업체가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물론 이에 대한 국내 상표권자의 대응은 더욱 정교해질 것이다. 마치 숨바꼭질과 같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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