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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의 밀덕] 서울과 수도권 위협하는 북한 장사정포의 진짜 위력

시간당 1만 4000발 발사 과연 가능할까…상반된 예측 보고서 제대로 검토해야

2020.08.25(Tue) 14:25:16

[비즈한국] 지난 8월 8일 미국의소리 방송은 미국 랜드 연구소가 발표한 ‘북한의 재래식 포: 보복, 강압, 억제, 또는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수단(North Korean Conventional Artillery A Means to Retaliate, Coerce, Deter, or Terrorize Populations)’이란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의 핵과 생화학무기가 아닌 재래식 포격 만으로도 한 시간 내 최대 20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 랜드 연구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핵과 생화학무기가 아닌 재래식 포격만으로도 한 시간 내 최대 20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사진=미국 랜드 연구소 제공

 

가상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작성된 보고서에는 북한군이 파주에 위치한 LG 디스플레이 공장을 포격하거나, 혹은 비무장지대에서 1분 간 짧은 포격을 가할 경우와 1시간 동안 일제사격을 퍼붓는 경우, 그리고 마지막으로 서울을 겨냥한 단 시간의 포격과 1시간 동안의 집중사격 등 5가지 상황을 놓고 피해를 예측했다. 특히 서울에 대한 집중 포격은 장사정포 즉 사거리 40km 이상 사격이 가능한 170mm 자주포, 240mm 방사포 등 총 324문을 동원해 1시간 동안 1만 4000 발을 발사하는 것을 전제로 했다. 

 

이 경우 사망자 1만 680명을 포함해 총 13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결과를 보면 매우 충격적이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몇 가지 의문점을 갖게 한다. 우선 북한군 각종 화포의 가동률을 100%로 보았고 발사속도도 최대치로 설정했다. 하지만 170mm 자주포의 최대 발사속도는 5분당 1~2발에 불과하다. 240mm 방사포의 경우 자주포보다는 훨씬 빠른 사격이 가능하지만, 다연장 로켓포의 특성상 로켓포탄을 쏘기 위해서는 탄조립 즉 로켓포탄의 신관과 포탄 그리고 추진체를 결합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북한군 170mm 자주포의 최대 발사속도는 5분당 1~2발에 불과하다. 사진=KCNA 제공

 

이 때문에 사격준비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 또한 수천여 발 혹은 수만여 발을 발사하려면 탄조립에만 수많은 병사들이 동원되어야 한다. 한미감시자산이 군사분계선 인근의 북한군 장사정포에 대한 감시를 포기한다면 모를까 이러한 움직임은 사전에 발각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지난 2012년 미 노틸러스 연구소가 발표한 북한군 장사정포 위협에 대한 보고서는 랜드 연구서 보고서와는 상반된 결과를 보여준다. ‘미사여구와 현실의 차이(Mind the Gap Between Rhetoric and Reality)’ 보고서는 유사시 북한군 장사정포가 발사되어도 시간당 4000발을 넘기 어렵다고 얘기하고 있다. 

 

또한 개전 초기 부상자와 사망자를 포함한 인명피해가 적게는 2811명, 최대치로 잡아도 2만 9661명을 넘어서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이 보고서 작성에는 미 육군에서 위협평가 업무에 20년 이상 종사한 예비역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지난 1994년 3월 19일 판문점에서 개최된 남북 특사교환을 위한 실무접촉회담에서 당시 박영수 북한대표의 ‘서울 불바다’ 발언 이후 장사정포는 우리에게 가장 큰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북한군 장사정포 위협과 관련된 객관적인 분석은 없었고, 과장만이 난무했으며 여기에 더해 기형적인 전력건설이 이루어졌다. 

 

북한군 장사정포에 맞서기 위해 군에 배치된 K9과 K55 자주포 숫자는 2000여문 이상에 달하며, 1850여문을 보유한 미국보다 더 많다. 사진=국방부 제공

 

특히 우리 군은 북한군 장사정포에 맞서기 위해 많은 국방예산을 들여 수많은 자주포를 만들어 배치했다. 그 결과 배치된 K9과 K55 자주포 숫자는 2000여문 이상에 달하며 1850여문을 보유한 미군을 제쳤다. 미군은 자주포 대부분을 창고에 보관하고 400여대를 약간 웃도는 수량만 운용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정부 차원에서 북한군 장사정포 위협에 대한 객관적인 조사와 판단이 필요하다.

김대영 군사평론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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