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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연일 확진자 속출, 쿠팡 물류센터 직접 일해보니

등록 시 한꺼번에 많은 사람 몰려 거리두기 무색…매일 불특정 다수가 오가는 고용형태는 방역에 취약

2020.09.09(Wed) 12:00:21

[비즈한국] 아이러니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고 연일 텔레비전에서는 외출을 삼가고 사람이 많은 장소를 피하라는 경고가 나왔지만 큰 불편함은 없었다. 수도권의 확산세가 심상치 않게 흘러가며 대면 만남을 삼가자 매일 집에는 택배 박스가 쌓였다. 휴대폰으로 주문한 물건은 하루이틀 안에, 빠르면 다음날 새벽 집 앞에 도착했다.

 

코로나19 장기화 속에서 시민의 위험을 대신 지는 건 배달·택배 등 물류노동자다. 배달·​택배 시장은 ‘코로나 특수’라는 말과 함께 엄청난 성장세다. 국내 택배시장 점유율 1위인 CJ대한통운은 올해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으며, 쿠팡은 최근 광주광역시 등에 대규모 물류센터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물류센터도 코로나19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최근 쿠팡에서 잇따라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8월 15일 이후 인천2 배송캠프, 인천4 물류센터, 일산1캠프, 잠실오피스에서  확진자가 연속 발생했다. 9월 5일에는 고양물류센터에서 40대 직원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한 달 새 물류센터에서만 10명 넘는 인원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난 9월 5일 고양물류센터에서 40대 직원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사진은 고양물류센터 내부 작업장 모습. 사진=김보현 기자


쿠팡이 자신하는 방역은 매일 방문하는 수천 명의 노동자가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일까? 구멍은 없는 걸까? 직접 물류센터를 방문해 쿠팡이 언론을 통해 발표한 방역 현황을 점검했다. 

 

#1m 거리 두기 위해 발 모양 스티커 붙여도 무용지물

 

쿠팡 물류센터 일용직 지원은 간단했다. 알바천국에 올라온 여러 물류센터 공고 중 집과 가까운 장소에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곳을 선택했다. 전날 저녁 문자를 보낸 뒤 곧바로 다음날 주간근무(08:00~18:00) 확정 문자를 받았다. 안내에 따라 ‘쿠팡 셔틀버스’ 앱과 ‘쿠펀치’ 앱을 깔았다. 쿠팡은 이 앱로 전자근로계약서와 출퇴근, 급여계좌 등을 관리한다. 

 

다음날인 8일 새벽 6시 10분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쿠팡 고양물류센터행 버스를 탔다. 코로나19 확산을 대비해 좌석 2개당 1명만 앉을 수 있도록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직원이 이름과 체온, 좌석번호를 적으며 불 꺼진 좌석 사이를 한 바퀴 돌고 나니 버스가 물류센터에 도착했다. 버스들이 줄지어 정차하자 컨버스를 신은 20대 여성과 등산복을 입은 40대 남성 등이 함께 내렸다. 

 

고양물류센터는 5일 직원 가운데 확진자가 나온 뒤 폐쇄됐다가 7일 오후 재가동을 시작했다. 며칠 전의 확진자 소식 때문인지 쿠팡은 코로나19 확산 대비에 총력을 기울이는 듯했다. 대기하는 공간 군데군데 1m 거리를 둘 수 있도록 발 모양 스티커가 붙어 있었으며 손소독제와 소독용 물티슈도 배치돼 오가며 사용할 수 있도록 안내됐다. 

 

8시부터 9시 사이 물류센터에서는 주간조 업무 시작 전 정규직, 계약직, 일용직이 업무별로 다른 장소에 모여 출근 등록을 하고 체온을 재는 일이 급박하게 돌아간다. 관리 직원들은 계속해서 ‘거리 유지해라’, ‘대화하지 말아라’, ‘마스크 쓰고 있어라’ 소리쳤지만 한꺼번에 다수의 인원이 몰리는 일을 피할 수 없었다. 출근 등록 테이블 주변으로 앱을 켜는 중인 사람과 작동이 안 돼서 옆으로 빠진 사람, 마음이 급한 다음 차례 사람과 관리 직원들이 엉켰다. 줄 끝에 서서 이 모습을 바라보다 코 위에서 흔들리는 마스크 철사를 다시 한번 꽉 눌렀다. 

 

주간 조 업무 시작 전 출근을 등록하는 모습. 바닥에 1m 거리 유지를 위한 스티커가 붙어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사진=김보현 기자

 

 

이에 대해 쿠팡 측은 “쿠팡은 그동안 정부 방역지침 이상의 방역 노력에 대하여 뉴스룸 등을 통해 알려왔다. 확진자가 나와서가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또한 고양물류센터의 경우 확진자가 나왔지만 방역당국의 역학조사 결과 고양물류센터 내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아 재가동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쿠팡 물류센터 확진 사례는 집단 감염이 아니라고 쿠팡 측은 설명했다. “8월 중순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고 국회, 정부부처 등에서도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에서도, 쿠팡 사업장에서는 산발적인 감염 사례가 확인되고 있을 뿐이다. 감염 사례가 다수 확인되는 것은 전국 200만㎡의 인프라에서 5만 명에 달하는 대규모의 인원들이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식당 등 작은 공간에 다수 인원 몰려

 

쿠팡 물류센터의 업무는 HUB(상하차), IB(Inbound, 물류센터에 들어온 물건을 처리), OB(Outbound, 물류센터에서 나갈 물건을 처리) 등으로 나뉜다. 이날 신규 일용직으로 들어온 40여 명은 강당에서 한 좌석씩 띄어 앉은 뒤 안전교육을 듣고 업무에 투입됐다. 

 

HUB에 지원한 이유는 단순했다. 공고를 살펴보다 ‘사람 간 접촉이 가장 많은 업무일 테니 인터뷰도 쉽겠지’라는 생각이었다. HUB의 업무 가운데서도 컨테이너에 지나가는 래핑된 물건들을 배정된 구역의 박스로 옮기는 ‘출고’ 작업을 맡았다. 소독 기계에서 안전화를 꺼내 신은 뒤 장갑을 끼고 일을 시작했다. 

 

컨테이너는 쉬지 않고 돌았다. 함께 출고작업을 맡은 열댓 명의 여성들도 숨쉴 틈 없이 움직였다. 계약직이거나 근무 경험이 있는 일용직 직원들이 컨테이너 위의 물건을 빠르게 알파벳별로 분류하면 나머지 직원들은 분류된 물건을 구역별로 나뉜 박스 안에 넣었다. 꽉 찬 박스 중 별모양이 그려진 물건이 담긴 박스는 새벽배송이니 왼쪽 파레트에, 일반 배송인 나머지 박스는 오른쪽 파레트에 옮겼다. 

 

한 30대 여성은 “카페에서 일하는데 코로나19가 퍼지면서 한동안 나오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요즘은 단기 일자리 구하기가 어려워 쿠팡에 왔다. 하루 일하면 매일 (출근을 독려하는) 문자가 온다”고 말하며 내가 손에 든 물건을 가져가 박스에 넣었다. 겨우 열 걸음을 들고 옮기는데도 락스나 소분된 쌀 같은 무거운 물건을 들 때면 나도 모르게 신음소리가 나왔다. 웬지 내가 주문한 물건이 있을 것 같아 들고 나르는 물건마다 이름을 유심히 봤지만 만나진 못했다. 

 

마스크를 벗고 일하는 직원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함께 물건을 나르며 접촉하는 것까지 피할 수는 없었다. 밀집된 공간이 아니더라도 다수의 인원이 대화를 하며 같은 물건을 만졌다. 업무 시간에는 화장실을 가서 손을 씻거나 손소독제를 사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식사시간 또한 밀폐된 공간에 한꺼번에 다수의 인원이 몰려 사실상 쿠팡 측의 방역 관리가 큰 의미가 없었다. 쿠팡 측은 “업무별로 식사시간을 다르게 하고 자리마다 칸막이를 설치했으며 소독용 물티슈를 배치했다”고 안내했지만 배식, 정리구역, 정수기 근처에 마스크를 벗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렸다. 점심시간에는 마스크를 벗고 음료를 마시거나 흡연장에서 흡연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식당에는 자리마다 칸막이가 설치돼 있었다. 한자리씩 띄워 앉도록 안내됐으나 일부 직원이 마스크를 벗은 채 돌아다녔으며 정수기 앞, 배식 코너 등에 다수 인원이 몰리기도 했다. 사진=김보현 기자

 

 

이에 대해 쿠팡 측은 “쿠팡은 정부 방역지침 이상의 방역수칙을 시행하고 있다. 마스크와 장갑을 지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2400여 명에 달하는 대규모 코로나19 안전 감시단 운영을 통해 철저한 착용을 확인하고 있고, 업무 시간에도 불필요한 대화를 자제하도록 교육하고 있다. 직원들도 업무 시간에 불필요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위험한 행동인지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식사 및 휴식시간에 대해서도 쿠팡 측은 “쿠팡은 식당 좌석 칸막이 설치 및 한 자리씩 띄워 앉기 등과 같이 정부 방역지침 이상으로 식사 시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다. 음료를 마실 때 마스크를 벗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고, 방역당국 또한 음식 섭취 자체를 금지하고 있지 않다. 흡연 또한 마찬가지다. 문제는 거리두기를 준수하는 것인데, 쿠팡은 위와 같이 식당 내 거리두기를 철저히 실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흡연장에서의 거리두기도 철저히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마스크가 내려가고 남이 쓰던 장갑을 쓰기도

 

5일 고양물류센터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직원은 협력업체 보안팀 소속이다. 작업장 입구에서 열을 체크하는 업무를 맡았던 걸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협력업체 보안팀 직원은 “여기 고양물류센터에서 며칠 전 확진자가 나와 관리 직원들이 바짝 긴장했다. 대기시간이나 식사시간에 거리두기를 전보다 강조하고 있다. 수도권 확진자가 늘면서 마스크를 벗는 사람도 확실히 줄었다. 그래도 마스크를 벗는 식사시간이나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몰리는 출퇴근 시간에는 더 강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끼리는 확진자 한 명만 나와도 나머지 사람들은 운에 맡겨야 한다고 농담삼아 말한다”고 말했다. 

 

쿠팡의 한 물류센터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는 한 직원은 “부천 물류센터에서 확진자가 연달아 나오면서 언론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장갑을 끼고 택배를 만지거나 상자에 소독제를 뿌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런 뉴스를 보면서 출근한 우리는 택배를 만지고 그 손으로 밥을 먹었다. 쿠팡이 돈을 들여 방역에 힘쓴다고 하지만 일을 하다 보면 마스크가 내려가기도 하고 남이 쓰던 장갑을 쓰기도 한다. 그럴 땐 등골이 서늘하다”고 말했다. 

 

대기 공간과 식사 공간에는 1m 거리 두기를 위한 스티커가 붙어 있었지만 작업 현장에서는 거리를 둘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됐다. 사진=김보현 기자

 

 

이에 대해 쿠팡 측은 “방역당국은 박스를 통한 감염 가능성은 낮고 감염 사례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상자에 소독제를 뿌리는 것은 방역에 도움이 안 된다는 내용도 방역당국이 발표하고 언론에 보도돼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집에 돌아온 뒤에 계속해서 쿠팡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시원한 가을! 물류센터에서 근무하기 딱 좋은 날씨입니다!!’, ‘중요-현재 고양센터에는 많은 인원 투입과 함께 신규센터로 지정되어 홈센터 상관없이 자유롭게 근무 지원 및 출근이 가능합니다(단, 고양센터로 출근은 가능하나 출근 시 홈센터가 고양으로 귀속돼 다른 센터 이동 불가)’, ‘★화려한 인센(인센티브)이 나를 감싸네★ 오직 쿠팡 고양센터에서만 계약직으로 입사하면 인센티브 80만 원 이상 지급’. 

 

#일용직·계약직이 전체 96%인 고용구조가 악수

 

쿠팡은 5월 부천물류센터에서 30여 명의 확진자가 나온 뒤 7월 홈페이지를 통해 “코로나19 초기부터 정부 방역지침을 반영한 자체 방역지침을 마련해 마스크 착용, 손소독제 사용, 열감지카메라 설치 및 유증상자 출근 금지, 거리두기 안내 등 코로나19 방지를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올해 1500억 원 이상의 코로나19 안전비용을 투자할 예정이며 상반기 이미 600억 원 이상 투자를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하루 일을 하자, 이와 같은 문자가 계속 왔다. 일용직과 계약직이 전체의 96%가 넘는 고용 구조는 방역에 취약하다. 사진=김보현 기자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모임’과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 지원대책위’ 측 발표에 따르면 쿠팡 물류센터 일용직 노동자는 70%, 계약직은 26.8%에 이른다. 전체의 96%를 넘는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쿠팡의 고용구조상 매일 다른 사람이 현장에 오고 간다. 아무리 방역에 신경을 쓴다고 해도 물류센터 업무상 위험에 노출되는 순간이 생긴다. 확진자 한 명이 방문한 순간 많은 인원이 사실상 격리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불완전한 고용구조가 코로나19라는 위기 상황에 악수로 작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쿠팡 부천물류센터에서 일하다 코로나19에 확진 판정을 받은 피해 노동자들과 시민단체는 지난 9월 2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감염병 예방법 위반 등의 혐의로 쿠팡을 고발했다. 이들은 “부천물류센터에서 5월 23일 확진자가 발생한 후 쿠팡은 즉각적으로 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대처하기보다는 주문량 처리에 급급했다.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코로나19가 집단으로 번지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쿠팡 부천물류센터 관련 확진자는 현재 밝혀진 수만 150명이 넘는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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