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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미래형 편의점 '셀프매장 2.0'은 아마존 고와 뭐가 다를까

계산대·앱·결제 없어 아마존고보다 '진화'…오류 줄었지만 아직은 실험 단계, 목적은 '데이터'

2020.12.17(Thu) 13:24:34

[비즈한국] “마트에 들어간다. 물건을 집는다. 나온다.”

 

11월 19일 신세계아이앤씨가 기술을 개발하고 이마트24의 형태를 빌어 선보인 ‘셀프매장 2.0’의 운영 시스템이다. 매장 앞 키오스크에서 약간의 절차를 밟으면 냉장고에 코끼리를 넣는 것만큼이나 간단하게 물건을 살 수 있다. 

 

셀프매장 2.0 매장 내부. 입구 키오스크에서 약간의 절차를 거친 뒤 매장에 입장해 물건을 집고(just pick) 나가면(out) 자동으로 결제가 된다. 사진=김보현 기자

 

미래형 마트의 시작은 ‘아마존 고’다. ‘세계 최초의 무인 매장’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아마존 고는 미국의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이 2018년 1월 대중에게 처음 선보인 오프라인 매장이다. 인공지능, 머신러닝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소비자가 앱만 다운로드하면 줄을 설 필요 없이(No lines), 계산 순서를 기다릴 필요 없이(No checkout) 쇼핑할 수 있게 했다. 

 

신세계아이앤씨의 ‘셀프매장 2.0’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별도 앱을 다운로드 받을 필요 없이 키오스크에서 휴대폰 번호를 통해 본인 인증 절차를 거쳐 부여되는 QR코드만으로 매장을 이용할 수 있다. 신용카드 사용만 가능한 아마존 고와 달리 체크카드도 사용할 수 있다. 

 

언제 기술이 여기까지 왔을까. 지난 주말 대형마트 셀프 계산대 옆에 매장 직원이 서 있던 장면이 스쳐 갔다. 계산원에게 결제 카드를 내밀고 포인트 적립 번호를 누를 때 뒤통수가 따가운웠던 것도 떠올랐다. 그 모든 게 생략된 쇼핑이 3장짜리 보도자료만으론 설명되지 않았다. 직접 가보기로 했다. 


#전화번호와 결제 카드만 입력하면 '집고 나오기'

 

11일 금요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장기동 신세계아이앤씨 데이터센터 1층 ‘셀프매장 2.0’을 찾았다. 외관은 여느 이마트24 편의점과 다르지 않았다. 반신반의하며 매장 문을 열었다. 편의점이라면 매장 입구에 위치해야 하는 계산대와 점원이 없었다. 대신 손님을 맞이하는 건 키오스크와 게이트였다.

 

키오스크 첫 화면은 14세 이상과 미만을 구분해 선택하도록 되어 있었다. 신세계아이앤씨 관계자는 “14세 미만 청소년일 경우 부모의 인증이 필요하다. 개인정보 보호 정책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진=김보현 기자

 

키오스크에서 ‘14세 이상’을 누른 뒤 휴대폰 번호와 신용카드(또는 체크카드)를 등록하면 카카오톡으로 QR코드가 날아온다. 이 QR코드를 게이트에 찍으면 그제야 입장이 가능하다. 

 

신선식품, 가공식품, 음료수 등 일반 편의점과 판매하는 물건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성인 인증이 필요한 담배와 건물 내 매장 직원들이 자주 이용하는 음료수, 커피 자판기 같은 제품은 게이트 밖 별도 공간에 마련됐다. 일부러 2+1행사 제품을 골라 3개를 집어 매장을 나왔다. 계산대를 통과하지 않고 나오는 기분이 생소했다. 

 

영수증은 대략 3분의 시간이 흐른 뒤 확인할 수 있었다. 카드사에서 날아온 결제 안내 문자를 확인하고 카카오톡으로 전송된 QR코드 페이지를 다시 접속하자, 하단에 영수증이 첨부돼 있었다. 매장을 나온 뒤 휴대폰으로 결제를 확인할 때까지 물건을 훔쳐 나온 것 같은 불안감도 들었다. 

 

매장에 머물러 있던 40여 분간 인근 주민으로 보이는 손님 3팀이 매장에 들어와 물건을 구매하고 나갔다. 매장에 입장하지 않고 게이트 밖 커피 자판기만 이용한 손님도 있었다. 

 

그 중 한 명은 결제 오류를 해결하기 위해 매장에 있던 직원을 찾았다. 신세계아이앤씨 관계자는 “결제 지연 문제로, 곧바로 결제된 부분을 확인해드렸다. 시스템상 결제가 조금 늦게 되는 경우가 있지만 아직 크게 시스템에 오류가 난 적은 없다. 회사 건물 1층이지만 인근에 아파트 단지가 있어 일반 고객 이용률이 63%나 된다. 신선식품 재고 관리나 매장 내 청결 관리, 담배 판매 등 때문에 11시부터 15시 사이를 제외하고는 직원이 매장에 주둔한다”고 설명했다.

 

#결제 오류, 체크카드 잔고 부족…아직 테스트베드 단계

 

신세계아이앤씨의 ‘셀프매장 2.0’은 작년 9월 오픈한 ‘셀프매장 1.0’이 지적받은 부분을 보완해 리뉴얼됐다. 특히 필수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되는 점은 아마존 고에서 한 단계 나아갔다는 평가도 받는다. 아마존 고가 신용카드만 사용이 가능한 데 비해 셀프매장 2.0은 체크카드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우려는 남는다. 물건을 집어 매장을 나온 뒤에 결제가 이뤄지는데 체크카드에 잔고가 부족하면 어떻게 될까? 신세계아이앤씨 측에 따르면 아직 여기에 대한 대책은 없다. 구매한 금액보다 등록한 체크카드의 잔고가 부족할 경우 서비스센터에서 해당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재결제를 안내하는 방식으로 설계돼 있다. 신세계아이앤씨​ 관계자는 “그런데도 체크카드를 선택지에 넣은 것은 신용카드보다 체크카드 사용률이 높은 국내 여건을 고려한 것이다. 아직 이를 악용한 사례는 없다”고 덧붙였다. 

 

매장 천장에 붙어 있는 30여 대의 카메라는 고객 한 명 한 명을 QR코드로 인식해 움직임을 체크한다. 물건을 들고 내려놓는 움직임과 이동하는 동선을 체크해 최종적으로 매장을 나왔을 때 가지고 나간 상품의 가격을 매기는 식이다. 사진=김보현 기자

 

매장 안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수도 다양했다. 손님이 물건을 집었다 놓기를 반복하거나 제자리가 아닌 다른 자리에 둘 수 있다. 카메라의 눈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물건을 가방에 숨기거나 손으로 집어 게이트 밖으로 던질 가능성도 있다. 매장 곳곳에 ‘구입하지 않는 상품은 반드시 제자리에!’, ‘쇼핑하는 도중 다른 사람에게 상품을 건네지 마세요!’ 같은 유의사항이 적혀 있지만 마냥 손님의 양심에 의지할 순 없다. 시스템이 이를 감지할 수 있을까?

 

매장 천장에 붙어 있는 30여 대의 카메라는 고객 한 명 한 명을 QR코드로 인식한다. 안면 인식보다 더 적은 정보를 수집하는 셈이다. 여러 대의 카메라가 고객의 동선과 모션을 인식하고 어떤 물건을 들었다 놨는지, 최종적으로 가지고 나가는 물건은 무엇인지 서로 확인해 최종 영수증을 내놓는다. 현재 기술로는 매장 내 약 15명까지 입장이 가능하다. 

 

신세계아이앤씨 관계자는 “인공지능이 계속해서 데이터를 학습하고 오류를 개선한다. 작년 9월 매장을 오픈했을 때와 비교해 결제 오류도 줄고 기술이 정교해졌다. ‘스마트선반’이라고 불리는 매장 내 냉장고도 외관은 일반 냉장고와 같지만, 안쪽으로 센서나 카메라가 설치돼 있어 물건 움직임을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신세계아이앤씨는 ‘무인매장’이 아닌 ‘셀프매장’임을 강조했다. 관계자는 “직원이 있기 때문에 ‘무인’은 아니다. 테스트베드 매장인 셀프매장 2.0은 ‘결제 자동화’에 초점을 맞췄다.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브랜드 이미지 각인 효과’를 노리고 시작한 부분이 크다. 피드백을 받아 보완한 셀프매장 3.0은 내년 초 오픈할 예정이며 아직 일반 매장으로의 확대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기술 고도화 목적은 아마존과 같은 ‘데이터 수집’ 

 

여기에도 유통업계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은 ‘데이터’가 있다. 신세계아이앤씨는 보도자료에서 ‘셀프매장 2.0’을 일반 소비자 대상으로 오픈한 까닭에 대해 “현장에서 실제 고객 반응을 모니터링하며 데이터를 모으는 전략”이라고 밝혔다. 

 

아마존 고는 올해 1월 기준 미국 내에서 25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아마존이 2021년까지 아마존 고 매장 수를 3000개로 확장할 예정이라고 밝힌 만큼 현 단계에서는 이를 위한 데이터를 수집 중이다. 아마존은 아마존 고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여러 사업 영역에서 활용할 목적도 가지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매장 축소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단순히 매장 수를 정리해 비용을 절감할 것인가, 기존 매장을 활용하며 갈 것인가를 선택해야 하는 시기다. 매장 관리와 계산 과정에 드는 시간·비용을 단축하는 것 또한 가까운 미래에는 실적에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인공지능과 데이터가 업계 핵심으로 부상한 만큼 기술 고도화와 이에 동반되는 소비자 경험이 승패를 가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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