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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談] "실패는 내가 판단, 성공은 타인이 평가" 장병후 카버샵 대표

'비대면' 차량 관리 서비스 대행 창업…동료들의 투자금 날릴 뻔, 빠른 방향 전환으로 돌파구 마련

2020.12.17(Thu) 14:39:50

[비즈한국] 우리 사회는 여전히 실패에 인색한 편이다. 통계에 따르면 성인 중 절반가량이 파산·해고·이혼 등 인생의 ‘실패’ 한 번으로 낙오자로 전락한다는 데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실수 없이 완벽한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성공한 이들이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실패의 경험이다. 비즈한국은 화려한 성공에 감춰진 경영인들의 실패 경험을 들어보고자 한다. 

 

자동차를 둘러싼 서비스업은 많다. 판매, 세차, 정비, 보험, 개조, 주차, 대여, 운송업…. 2020년은 자동차 관련 서비스업이 플랫폼에 본격적으로 뿌리를 내린 해다.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자동차를 살 수 있고, 차량 관리를 받을 수 있으며, 보험 가입도 가능하고, 주차도 대신해주는 세상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카버샵은 정비·주유·세차 등의 ‘차량 관리 서비스 대행’ 스타트업이다. 2018년 서비스를 시작했다. 다른 차량 관리 서비스 대행 스타트업과 달리 카버샵은 완벽한 ‘비대면 서비스’를 지향한다. 이용자는 서비스 관리자로 불리는 ‘카시터’에게 차키를 직접 건넬 필요가 없다. 지정된 건물에 있는 사물인터넷(IoT) 기반 무인보관함 ‘카버샵 게이트’에 차키를 넣어두면 된다. 키를 확인한 카시터는 이용자가 다른 업무를 보고 있는 동안 차량 정비를 마친 후 다시 카버샵 게이트에 키를 반납한다.

 

장병후 카버샵 대표는 평범한 직장인의 삶을 살다가 2017년 창업을 꿈꾸기 시작했다. 자동차보다는 시간에 관심이 많아 카버샵을 창업했다. 사진=임준선 기자


카버샵을 이끄는 장병후 대표는 처음부터 사업가를 꿈꾸지 않았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터라 우여곡절도 많았다. 장 대표는 앱 개발을 외주로 맡겼다가 금전적 손해를 입었고, 최근에는 기존 사업의 핵심 아이템을 변경하는 피보팅(Pivoting)까지 진행 중이다. 그러나 그는 “실패는 자신이 인정하는 순간 실패”라며 힘들었던 과정을 실패라 말하지 않는다. 언젠가 타인이 자신을 성공한 사람이라 평가할 그날을 바라본다는 장병후 대표의 실패담을 들었다.


#동료들에게 받은 투자금 전부를 날릴 뻔한 이야기

 

“저는 평범한 직장인이었습니다. 미국과 이라크 등 주로 해외 현장에서 근무했습니다. 7년 정도 일한 것 같네요. 창업할 생각은 딱히 없었습니다. 2017년쯤부터 제가 주식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는데요. 상장 기업과 스타트업의 가치평가 기준이 완전 다른 것 같더라고요. 당시 해마다 적자를 내는 스타트업들의 기업가치가 수천억 원에 달했으니까요. 돈을 버는 것보다 일상을 바꾸는 시도에 가치가 부여되면서, 전통적인 기업이 저물어가는 시대라는 것에 확신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계속 직장인으로 머물러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동시에 카버샵이라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서 창업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던 것 같습니다.”   

 

장 대표의 사업에 가장 먼저 투자를 한 건 직장 동료와 지인들이었다. 장 대표는 그들에게 투자받지 못하면 이 세상 누구에게도 투자받기 어렵겠다는 판단에 동료들 앞에서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그렇게 11명의 동료 및 지인들이 각자 최소 1000만 원 이상을 장 대표에게 투자했다. 장 대표는 앱 개발을 위해 투자금 대부분을 외주에 맡겼다. 긍정적인 생각만을 해도 부족할 시기. 그러나 장 대표는 이 시기를 가장 힘든 순간으로 꼽았다. ​ 

 

“그때 외주업체 대표가 도망을 가는 바람에 돈을 많이 날렸거든요. 그 외주사는 앱 개발은 ‘캐시카우’였고, 비즈니스 모델은 따로 있었어요. 앱 개발해서 번 돈을 실제 사업에 투자하는 방식이었죠. 그런데 앱 개발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회사가 많이 어려워진 것 같더라고요. 제가 지불한 개발비 전액을 날릴 위기에 처한 겁니다.”

 

장병후 대표 옆에 보이는 제품이 바로 카버샵 게이트다. 이용자가 차키를 이곳에 넣고 잠가두면 카시터가 차키를 받아 차량 관리 후 다시 카버샵 게이트에 반납한다. 카버샵은 현재 카시터 6명을 정직원으로, 예약이 많을 경우를 대비해 제휴 업체를 두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다행히 장 대표는 외주업체 대표가 잠적하기 직전 법률적으로 공증을 받아 전액 원금 손실은 피했다. 그는 사업을 포기하기보다는 돌려받은 위약금으로 어떻게든 사업을 끌고 갈 생각이었다. 이미 프로토타입(본격적인 상품화에 앞서 성능을 검증·개선하기 위해 핵심 기능만 넣어 제작한 기본 모델)으로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사업 가능성을 확인해서다. 그래도 장 대표는 이 일을 계기로 깨달은 점도 있다고 말한다.  

 

“직장생활에서 주 업무가 ‘사업 관리’였습니다. 제가 맡았던 프로젝트 수주 금액만 합쳐도 1조 원을 훌쩍 넘겼습니다. 현장에서 하루에만 수천 명에 달하는 사람들을 관리해야 했습니다. 그만큼 사람을 움직이는 일에는 자신이 있었어요. 저는 어떤 사람을 제 사람으로 만들려면 ‘신뢰’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사람을 믿는 것만큼 상황 분석도 철저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대표가 나쁜 마음을 먹고 사기를 치려던 건 아니었거든요. 실력이 없던 것도 아니었고요. 그 사람이 처한 상황이 잘 안 풀렸던 것뿐입니다. 사람보다는 상황을 믿어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


#실패를 판단하는 주체는 바로 ​자신’​

 

바쁜 일상을 보내는 직장인에게 차량 정비, 세차를 기다리는 시간은 정말 아까운 시간이다. 장 대표는 누군가 이 일을 대신한다면 그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 아이디어가 승산이 있을 걸로 판단했다. 

 

다만 당시 차량 관리 대행 서비스는 이미 시중에 꽤 많이 선보인 상황이었다. 그러나 차량을 인수인계하려면 이용자와 서비스 관리자는 필히 두 번은 만나야 한다. 여기서 장 대표는 한 번 더 불편함을 느꼈다. 그래서 ‘완벽한 비대면 서비스’에 사업 초점을 맞췄다.

 

카버샵의 핵심은 ‘카버샵 게이트’다. 무인 택배함과 비슷하다. 현재 서울시 건물 20곳에 카버샵 게이트가 설치돼 있다. 카버샵 게이트가 놓인 건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카버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현재 누적 이용횟수는 3000건 정도며, 재이용률이 70%에 달한다. 

 

그런데 장 대표는 카버샵 게이트 설치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는 “건물의 시설물 관리자를 찾아 연락하는 것부터 난관이었습니다. 안내 데스크에 가서 물어도 시설물 관리자가 누군지 모르는 게 태반이더군요. 우여곡절 끝에 관리자와 연결이 돼도 저희가 엄청난 매출을 올리는 기업이 아니다 보니 잡상인 취급을 받기도 했습니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카버샵 게이트는 성장성 측면에서 많은 한계점이 있었다. 카버샵은 세차가 핵심 서비스인데 세차는 이용자들의 지불용의 가격 대비 원가 비율이 상당히 높다. 이용자들이 자동 세차 가격을 기준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게이트 설치비, 건물 계약비 등 추가 비용도 발생한다. 또 이용자 건물에 카버샵 게이트가 없으면 서비스 이용도 불가능하다. 결국 장 대표는 건물이라는 제약을 없애기로 했다.

 

장병후 대표는 지난 10월 와디즈에 더 컵을 펀딩했다 . 더 컵은 3주 만에 6700만 원의 펀딩을 받았다. 장 대표는 더 컵의 대중화를 통해 카버샵 정기 구독자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사진=와디즈 홈페이지 캡처

 

“건물 없이 카시터와 이용자를 연결할 방법을 고민했어요. 카버샵만의 ‘디지털 키’를 만들면 어떨까 싶더라고요. 현대자동차의 ‘디지털 키’처럼요. 모든 사람이 디지털 키를 위해 자신의 차를 바꾸지는 않잖아요. 옵션 추가 가격도 상당하고요. 사설 디지털 키는 키를 분해해야 하는 단점이 있고요. 그러다 나온 아이템이 ‘더 컵(THE CUP)입니다. 더 컵은 단순합니다. 기계 안에 돌출구가 차키의 버튼을 누르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더 컵에 차키를 넣어두면 앱을 통해 차를 열고 닫을 수 있습니다. 더 컵을 통하면 카버샵 게이트가 설치되지 않은 주차장에서도 더 편하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습니다.”   

 

장 대표는 아이템 추가로 실패를 성공으로 바꿔냈다. 현재 더 컵은 10월 와디즈에서 3주 만에 약 6700만 원의 펀딩을 받았다. 내부 목표는 3년 내로 100만 개를 파는 것. 여기에 구매자 중 30만 명을 카버샵 구독자로 데려오는 것이 단기적인 최종 목표다.     

 

“카버샵 게이트를 생각해 냈을 때는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어요. 타 차량 관리 대행사를 써보면서 여러 이유로 이용자와 서비스 관리자의 만남을 아예 없애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카버샵 게이트를 내놓은 건데 막상 확장이 쉽지 않더라고요. 그렇지만, 카버샵 게이트를 통해 빠르게 고객을 만나본 것이 해결방안을 고민하게 해줬습니다. 결국 새로운 아이템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최근 무인함을 통해 차량 관리를 하려는 업체들이 등장하는데 그런 걸 보면 일단 빨리 시도한 게 정말 잘했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낍니다.”   ​

 

그러면서 그는 실패를 이렇게 정의했다. “실패는 자신이 판단하는 것이고, 성공은 타인이 평가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저는 이 사업으로 흑자를 낸 적도 없고, 큰 매출을 올린 적도 없습니다. 주변에서 제가 많이 힘들 것이라 지레짐작합니다. 물론 물질적으로 힘든 건 있지만, 저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따라서 위 사례들은 저에게는 실패가 아닙니다. 앞으로도 고난과 역경은 많을 겁니다. 하지만 자신이 이를 실패라고 여기지 않는 게 중요할 듯합니다. 타인이 저를 성공한 사람이라고 평가할 그날을 위해 저는 견디고 또 이겨낼 겁니다.” ​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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