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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ESG 강화, 술·담배·도박 등 '죄악주' 지분 축소 앞과 뒤

큰손의 주식투자 포트폴리오 조정에 상장사들 촉각…KT&G, 하이트진로, GKL 주식 대량 매각

2021.03.31(Wed) 14:16:18

[비즈한국] 주식 시장의 큰손 국민연금공단(국민연금)이 올해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준 적용을 본격화하면서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투자 대상 기업의 수익률 등 재무적 요소뿐 아니라 환경이나 지배구조 측면에서 ‘착한 기업’ 인지를 고려해 기금을 운영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국민연금공단 표지석. 사진=박은숙 기자


이는 2019년 11월 국민연금이 마련한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을 실행한다는 것이다. 투자자산의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해 수익성만 따지는 게 아니라 주류, 담배, 도박, 환경파괴, 화석연료, 군수품, 부패, 비윤리 등을 사업으로 하는 이른 바 ‘죄악주’에 대한 투자를 축소하겠다는 게 그 골자다.

 

이를 통해 올해부터 ESG 평가 결과에 따른 투자배제(네거티브 스크리닝)나 적극적 주주권 행사 등 후속 조치와 연계해 기금의 장기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의 운용자산은 833조 5000억 원 규모이며 국내 주식 보유분은 176조 7000억 원으로 21.2% 수준이다. 국민연금은 올 들어서만 15조 원 규모의 주식을 팔았다. 

 

국민연금의 ESG 기준 적용 원칙은 실제 피투자 기업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들 중에서 담배사업 대명사인 KT&G(케이티앤지)의 경우 지분율 축소가 가장 활발히 진행되는 곳이다. 

 

국민연금은 2019년 12월 31일 기준 KT&G 지분 12.22%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후 1년만인 지난해 12월 31일 국민연금의 KT&G 지분율은 11.52%로 축소됐다. 올해 들어서도 국민연금은 KT&G에 대한 보유 주식을 지속적으로 매각하면서 3월 8일 기준 지분율을 9.10%까지 떨어뜨렸다. 

 

대표적인 주류 기업인 하이트진로도 마찬가지다. 국민연금은 2019년 12월 31일 기준 하이트진로 지분 7.87%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국민연금은 이후 하이트진로 보유 주식 매도를 통해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지분율을 6.59%로 1% 포인트 이상 낮췄다. 

 

카지노업을 하는 GKL(그랜드코리아레저)의 경우 국민연금의 지분율은 같은 기간 13.41%에서 12.77%로 감소했다. 국민연금이 지분을 대거 축소한 관련 기업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국민연금의 주식 포트폴리오 투자 전략의 일환으로 알고 있다. 피투자기업으로서 그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기 조심스럽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다만 예외 사례도 존재한다. 카지노업을 하는 롯데관광개발의 경우 국민연금은 2019년 10월 롯데관광개발 지분 5.29%를 취득한데 이어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10.45%까지 늘렸다. 

 

롯데관광개발은 현재 서귀포 롯데호텔제주에서 운영하는 카지노를 제주 드림타워로 확장해 이전할 계획이다.

 

글로벌 연기금들이 환경오염을 고려해 석탄발전 관련 투자를 자제하고 있지만 국민연금은 한국전력공사에 대한 지분율을 확대했다. 2019년 12월 31일 기준 국민연금의 한국전력 지분율은 7.88%였으나 2020년 12월 31일 기준 지분율은 8.62%로 높아졌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글로벌 연기금들의 ESG 원칙 강화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다. 큰손인 연기금들의 움직임에 주식시장의 판도가 바뀔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복수의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ESG 원칙이 연기금의 장기 수익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며 “관련 기업들에 대한 압박 강화와 함께 주가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국민연금의 변화된 움직임과 맞물려 올해 기업들의 정기 주주총회에선 ESG 경영이 핵심 이슈로 부상하기도 했다. 주요 대기업들이 주총 안건으로 ESG와 관련해 정관을 변경하거나 조직 신설을 선포했다. ​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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