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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증명] 중국 브로커에게 상표를 뺏기지 않는 방법

한국 유명 상표 선점해 건당 500만 원에 이전…동시출원 및 우선권 제도 활용해야

2021.06.01(Tue) 09:37:45

[비즈한국] 지식재산권은 상표·특허·​디자인 같은 산업재산권과 문학·​음악·​미술 작품 등에 관한 저작권을 총칭하는 개념이다. 4차 산업의 부상으로 중요성은 커졌지만 여전히 전문 영역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지식재산권의 ‘존재를 증명’​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중소기업, 혹은 개인이 자신의 브랜드를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와 지식재산권을 둘러싼 최신 트렌드를 소개한다.

 

25만 vs 935만. 

 

이 압도적 숫자의 차이는 한국과 중국의 2020년 상표출원 건수이다. 중국국가지식재산국 2020년 연도보고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935만 건의 상표를 출원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8년 통계는 더욱 놀랍다. 2018년 전 세계에서 출원된 1100만 건의 상표 중 740만 건의 상표가 중국에서 출원됐다. 같은 해 미국 64만 건, 일본 50만 건, 유럽연합 40만 건, 한국 20만 건과 비교해보면 중국의 상표출원 건수는 어지러울 정도로 많다. 

 

중국은 2011년 ‘국가지식재산권전략강요‘를 발표하고 이를 근거로 지식재산권 강화를 위한 노력을 독려하고 있다. 특허출원에서도 2010년 초반 이미 중국은 미국을 초월했고, 현재까지 다른 나라를 크게 앞서며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특허를 출원하는 나라가 되었다. 중국의 경제 성장 속도에 발맞춰 지적재산권에 대한 욕망도 함께 크게 성장한 것으로 보인다.

 

KFC를 베낀듯한 느낌이 정체불명의 중국 내 한 매장 사진이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한때 큰 화제가 됐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하지만 중국의 이러한 수많은 상표출원에는 브로커들의 상표무단선점도 상당 부분 포함돼 있다. 한국에서 새로운 제품이 발표되거나 혹은 새로운 상표가 특허청에 출원되면 이를 베껴 중국 특허청에 상표를 출원하는 식이다. ‘김광춘’​이라는 상표 브로커는 한국의 유명 상표들을 선점했다가 1개당 500만 원을 받고 이전해 주는 비즈니스로 유명하다. 이런 무단선점에는 중국 내 특허사무소가 적극적으로 개입한다고도 한다. 한국 특허청에 상표를 출원하게 되면 대략 4~5일 이내로 한국 상표 검색사이트인 키프리스에 그 정보가 공개되는데, 중국의 특허사무소가 이러한 정보를 브로커 등에게 제공하고 중국에서의 상표출원을 진행한다. 

 

#설빙이 상표로 7년간 싸운 이유

 

한국의 디저트 카페 브랜드 ‘설빙‘도 중국 진출 전 ‘설빙원소’라는 상표를 선점한 중국업체로 인하여 7년간 힘겨운 분쟁을 해야 했다. 다행히 올해 1월 ‘설빙원소’ 상표권이 무효라는 판결을 받고 중국 재진출을 준비하고 있지만, 중국 내 상표 출원이 늦어진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했다. 

 

설빙의 한국 상표. 설빙은 중국 진출을 준비하던 중 선출원된 상표로 인해 7년간 곤혹을 치렀다. 사진=특허정보사이트 키프리스

 

이러한 일들이 왜 발생하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표의 속지주의와 선출원주의를 알아야 한다. 속지주의는 상표권이 나라마다 별도로 발생한다는 의미다. 즉 나라마다 별도의 상표출원을 하게 되면 해당 국가의 특허청이 심사하게 되고, 심사를 통과해야 그 나라에서만 상표권이 발생하게 된다. 한국에만 상표권이 있고, 중국에 상표권이 없다면 한국의 상표권을 중국에서 사용할 수 없다. 

 

선출원주의는 상표를 먼저 특허청에 출원한 자에게 상표권을 부여하는 제도이다. 상표의 사용보다 상표의 출원을 더 우선한다. 아무리 사용이 빨랐어도 꽤 유명해지지 않는 한 선출원한 자가 상표권을 획득하게 된다.

 

이러한 속지주의 및 선출원주의 제도 때문에 한국에서 상표등록 되고 꽤 알려진 상표라도 중국에서 상표출원을 진행하지 않으면 타인에 의하여 먼저 선점당하는 일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타인이 먼저 중국에서 상표를 선점하게 되면 훗날 중국 진출 시 큰 장벽이 되는 건 당연하다.

 

#법 개정됐지만 ‘무용지물’…중국 진출 계획 있다면 빠른 출원 바람직

 

중국 정부도 브로커에 의한 상표 무단 선점 행위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심사 개정을 통해 이를 방지하려고 노력 중이다. 중국 상표법 제44조에서 ‘기타 부정한 수단으로 상표를 등록하는 행위’에 대한 제재 조항이 존재하고, 2017년 심사심리표준의 개정을 통하여 이러한 기타 부정한 수단으로 상표를 등록하는 행위의 유형을 구체화했다. 여기에 분쟁상표 출원인이 다량의 상표를 출원하고, 진실한 사용 의사가 현저히 부족한 경우 등이 포함돼 브로커의 무단 선점 행위를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중국의 상표 제도를 고려해보면 이러한 조문의 실제 적용은 만만치 않다. 간단히 중국 상표 제도를 살펴보면, 상표 출원 시 대략 6개월 이내 심사관의 심사의견을 통보받게 된다. 심사관이 거절이유를 발견하면 거절결정을, 거절이유를 발견하지 못했을 때는 출원공고 결정을 내린다. 출원공고 결정이 있으면 이후 3개월간의 이의신청 기간을 거쳐 등록단계로 진행된다. 

 

그런데 심사관이 심사단계에서 출원인의 진실한 사용의사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여러 증거나 정황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심사관이 자의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판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한편, 한국의 경우 무단선점된 상표가 있다면 정보제공을 통하여 심사관에게 거절이 되어야 하는 사유를 제공할 수 있지만, 중국에는 이러한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다. 결국 출원공고를 기다렸다가 이의신청을 제기하거나 등록 후 무효심판으로 다투어야 한다. 분쟁에 소비되어야 할 기간과 비용을 생각하면 답은 정해져 있다.

 

장래 중국 진출이 예정되어 있거나 잠재적으로 중국 진출을 고려 중이라면, 중국 내 빠른 상표 출원이 바람직하다. 국내 출원과 동시에 중국 출원도 진행하면 바람직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면 우선권 제도를 활용할 수도 있다. 이는 한국에 출원 후 6개월 이내 한국출원을 기초로 우선권 주장하면서 중국 출원하게 되면 한국의 출원일로 판단 시점을 소급받을 수 있는 제도다. 중국에서 무단으로 출원된 상표보다 늦게 출원되어도 우선권을 통해 판단되는 출원일을 앞서게 할 수 있다. 

 

한국에 출원된 상표뿐만 아니라 한글이나 영문으로 된 상표를 중국어로 브랜딩해 함께 상표를 출원하는 것도 좋다. 중국에서는 스타벅스를 ‘싱바커’, 맥도날드를 ‘마이땅라오’ 등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이렇게 중국어로 된 네이밍된 상표까지 확보한다면 짝퉁 상표의 진입을 더욱 효과적으로 봉쇄할 수 있다.

공우상 특허사무소 공앤유 변리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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