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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리포트] 2030이 '쫌쫌따리' 앱테크에 열심인 이유

'작지만 확실한 보상'에 집중…취업도, 결혼도, 내 집 마련도 어려운 청년 세대의 생존법

2021.06.29(Tue) 16:25:57

[비즈한국] MZ세대는 1980~1994년 사이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1995년 이후에 태어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이다. 주로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변화에 민감’, ‘신흥 소비권력’, ‘워라밸’ 같은 단어로 소개된다. 하지만 이들은 플랫폼 경제로의 전환, 젠더 문제, 코로나19 시대, 유례없는 저성장과 높은 실업률의 한가운데 서 있기도 하다. 부유(浮遊)하는 단어를 바닥으로 끌어 내리기 위해 용어와 통계가 생략한 MZ세대의 현실을 전한다. 이들은 MZ세대를 대표할 수도 있고, 그 중 일부일 수도 있다. 

 

직장인 A 씨는 매일 아침 앱테크(애플리케이션과 재테크의 합성어)를 위해 휴대폰을 집어 든다. 리워드 앱을 켜서 각 앱이 요구하는 간단한 작업을 수행한다. 출석체크형 앱을 켜서 버튼을 누르고 하루 한 번 참여 가능한 룰렛을 돌려 추가 적립금을 챙기는 식이다. 하루라도 빠지면 적립금이 큰 폭으로 줄어드는 경우도 있어 가능하면 아침에 해결하려 한다. 

 

만보기는 꾸준히 인기 있는 앱테크 방식이다. 이용자는 앱을 켜 놓고 일상생활을 하면 걸음 수만큼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고, 앱 또한 이용자가 휴대폰을 사용하는 동안 광고를 노출할 수 있다. 사진=캐시워크 홈페이지

 

‘걷기’도 A 씨에겐 중요한 부업이다. 만보기는 꾸준히 인기 있는 앱테크 방식이다. 걸음 수에 비례해 포인트가 적립되고, 이 포인트를 기프티콘 등으로 교환할 수 있다. A 씨는 만보기형 리워드 앱 ‘캐시워크’를 2017년부터 시작했다. 대략 100보를 걸으면 1캐시를 주는데, 1캐시는 0.7~0.8원 정도로 치환된다. A 씨는 “지금은 5740캐시를 4100원짜리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기프티콘과 교환할 수 있다. 세보니 대략 4년간 커피 쿠폰 21개를 얻었다. 일 년에 5개, 두 달에 1개꼴로 꽤 쏠쏠하다. 지금은 캐시워크 뿐만 아니라 토스 만보기, CJONE 만보기 등 여러 만보기형 리워드 앱을 같이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취감 부족한 세대, 꾸준히 유행하는 앱테크

 

앱테크의 유행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2014년 인물과사상사가 발행한 ‘트렌드 지식사전 2’에는 앱테크를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디바이스의 앱 광고를 보면 주는 적립금이나 커피숍 등의 매장 이용쿠폰을 받는 행위’라고 정의한다. 지난해 4월 한국지식정보기술학회에 실린 논문 ‘빈테크의 출현 이유와 그에 따른 문제점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경제 불황으로 시작된 앱테크는 코로나19가 가져온 불확실성 속에서도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관련 책도 많다. 지난해에도 ‘푼돈 사냥꾼: 1년에 티끌모아 천만 원’, ‘나는 앱테크로 기적을 만들었다: 스마트폰 하나로 월 100만 원 파이프라인 만드는 법’ 같은 제목의 책이 출간돼 20~30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유튜브, 블로그, 커뮤니티를 통한 정보 교환도 활발하다. 대부분의 앱이 ‘추천인 제도’를 통해 추가 적립이 가능하다 보니 정보를 제공하고 추천인 기입을 요구하는 식이다. 

 

A 씨의 휴대폰 알림창에는 늘 만보기형 리워드 앱이 떠 있다. 그날의 걸음 수와 소비 칼로리 등이 함께 뜬다. A 씨는 “휴대폰 배터리가 금방 소진된다는 게 유일한 단점”이라고 말했다. 사진=A 씨 제공

 

대학생 B 씨는 이 방법을 적극 활용해 돈을 번다. 블로그에 본인의 앱테크 노하우를 공유하면서 관련 광고를 받는다. B 씨는 블로그를 통해 여러 리워드 앱을 소개하면서 추천인으로 자신의 아이디를 기입하도록 유도해 추가 수입을 낸다. 만보기형 리워드 앱뿐만 아니라 출석체크형, 설문조사형, 잠금해제형 등 여러 앱을 직접 사용하는 건 기본이다. 

 

부모에게 용돈을 타서 쓰는 B 씨는 앱테크와 온라인 부업을 ‘아르바이트 대신’이라고 생각한다. 돈을 번다는 목적도 있지만, 작은 성취들이 모여 생기는 보람이 일상의 활력소가 된다. B 씨는 “개별로는 쫌쫌따리(조금씩, 작다를 뜻하는 신조어)지만 모이면 적은 금액이 아니다. 우리 세대는 취업-결혼-내 집 마련-출산으로 이어지는, 앞 세대에겐 당연했던 생애주기를 달성하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앱테크 같은) 작은 것에서 만족을 찾으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앱테크·짠테크·빈테크…제로금리 시대를 살아남는 방법

 

짜다와 재테크의 합성어인 ‘짠테크’, 가난할 빈(貧)과 재테크의 합성어 ‘빈테크’도 MZ세대에서 일상적으로 쓰이는 말이다. 최근에는 포인트와 재테크의 합성어 ‘포테크’도 등장했다. 

 

출석체크형 앱은 하루라도 빼먹게 되면 리워드(보상)이 큰 폭으로 줄어든다. 이용자를 앱에 최대한 자주, 오랜 시간 머물도록 하는 마케팅이다. 사진=A 씨 제공

 

모두 내 시간과 노력, 개인정보를 주고 작은 보상을 얻는 방식의 재테크다. 내 집을 마련하거나 큰돈을 버는 복권 같은 기회는 될 수 없지만 꽝도 없다. 운이 좋으면 달에 한 번 정도는 룰렛 돌리기에서 6원, 60원이 아닌 6000원이 걸릴 수 있다. 내가 들인 시간과 노력만큼 보상이 확실하다. 

 

앞서의 한국지식정보기술학회 논문은 “경제 불황으로 출현한 빈테크 출현의 시초는 일본이다. 기존의 중고거래 방식이 모바일 안으로 들어오면서 더욱 활발해지고, 관련 중고거래 앱 회사 ‘메루카리’는 유니콘 기업으로까지 성장했다. 국내에도 이러한 중고거래 앱, 리워드형 앱, 모바일 리서치 앱 등이 급격히 늘었다. 결과적으로는 플랫폼 제공자, 이용자 모두 이익을 보는 상생 가능한 사회가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근본적 원인인 ‘불경기’가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에 집중해 새로운 소비 시장 창출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 속에서 금융기관이 살아남기 위한 방법은 ‘아껴서 잘 살자’라는 원초적인 캐치프레이즈를 가져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핀테크 업체들은 소비자가 앱에 오래 머무르게 하려고 ‘앱테크’ 마케팅을 펼친다. 모바일과 친한 MZ세대의 특성을 살려 일상과 리워드를 엮어 게임 등 다양한 방식의 서비스를 고민하고 있다. 한편으론 큰 대박보다 작지만 확실한 보상의 방식이 통하는 모습이 이들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전했다. ​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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