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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구독에서 통합 관리 플랫폼으로, 카카오 '구독ON' 써보니

가입도 해지도 손쉽게 통합 관리…가격경쟁력, 서비스 차별화가 관건

2021.07.09(Fri) 13:59:48

[비즈한국] 2021년 구독 경제의 핫이슈는 ‘​구독 통합 관리’​다. 개별적으로 관리·과금되는 구독 서비스를 한데 모아 이용자의 편리성을 극대화시키는 플랫폼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에 불이 붙었다. 콘텐츠, 실물 서비스 등 여러 분야에서 대형 플랫폼 기업이 뛰어들었다. 

 

카카오가 지난 6월 15일 공개한 정기 구독 플랫폼 ‘구독ON’도 그중 하나다. 구독ON은 이용자들이 원하는 구독 상품들을 직접 고르고 한눈에 관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 기존에는 상품별, 브랜드별로 각각 구독을 관리해야 했다면 카카오는 이를 모아 마이페이지 메뉴를 통해 구독하고 있는 상품 내역, 결제 스케줄 확인, 해지 신청 등을 편리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구독ON에서는 식품·가전·생필품 등 실물 상품과 청소·세탁 등 무형의 서비스까지 구독 신청이 가능하다. 사진=카카오

  

#접근성 좋지만 아직 가짓수 부족…핵심은 가격 경쟁력

 

카카오 구독ON의 강점은 낮은 진입장벽이다. 카카오톡 계정만 있으면 탭을 넘겨 바로 접속이 가능하다. 카카오톡 알림과도 연동돼 구독 신청부터 결제, 배송 알림, 해지 안내까지 모두 카카오톡으로 알려준다. 별도의 앱을 설치할 필요도, 회원 가입을 할 필요도 없다. 

 

구독 중인 서비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점도 카카오가 내세우는 부분이다. 아직 서비스 초기라 제품군이 다양하진 않지만 첫 달은 반값으로, 혹은 배송비 3000원만 내고 이용할 수 있는 제품을 모은 카테고리를 별도로 뒀다. 꽃과 양말, 샐러드를 주문했다. 첫 달은 할인율이 반영돼 타 이커머스 사이트보다 반값 이상 저렴했지만 두 번째 달부터는 공식 홈페이지나 타 사이트와 비교해 가격에 큰 차이가 없었다. 

 

평소 ‘한 달 무료체험’ 후 해지하는 걸 잊어버려 이용하지도 않는 구독료를 다수 내는 기자에게 과금 항목과 예정일을 한 번에 모아둔 페이지가 있다는 건 대단히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제품을 주문하고 배송받은 뒤 다시 이용할 생각이 없는 꽃 서비스는 구독을 해지했다. 해지 버튼만 누르면 바로 적용 되는 방식이라 간단했다.  

 

가장 편리한 점은 ‘구독 중인 서비스를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개인 페이지에 가면 구독 목록과 결제 예정일뿐만 아니라 전체 걸제예정금액도 확인할 수 있다. 사진=김보현 기자

 

새로운 경험에 대한 만족도도 높았다. 꽃은 정기구독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는 들어봤지만 자취생에겐 과한 호사였다. 첫 구독 할인에 기대어 구독을 시작했다. 막상 배송 온 꽃과 포장 박스를 보니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로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별도의 주문 필요 없이 잊을 때쯤 배송된다는 점도 ’​이라는 서비스 특성과 잘 어울렸다. 해지하지 않고 구독 상태를 유지했다. 반면 외출 횟수가 줄어든 상황을 감안해 양말 구독 서비스는 해지했다.  

 

가격 경쟁력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소비자가 기존에 이용하던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쉽게 움직이지 않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타 사이트를 통해 달에 2회 배송되는 반찬 정기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지만 단지 결제가 용이하다는 이유만으로 카카오 구독ON으로 옮겨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다양한 선택지와 함께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 따라오지 않으면 번거롭더라도 여러 플랫폼을 이용하겠다는 소비자가 있을 것이다. 

 

카카오ON 서비스는 맘카페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 아기 기저귀, 이유식, 반찬, 과일, 애견용품 등 이를 노린 상품군 덕분이다. 맘카페 쪽지로 비즈한국과 인터뷰한 주부 A 씨(34)는 “구독ON을 통해 아이 이유식을 받고 있다. 맘카페를 통해 정보를 접했다. 평소 사용하던 제품이 첫 달은 배송비만 내고 이용할 수 있는 핫 딜로 떠서 구독해 봤다. 꽃, 커피머신 등 다양한 제품을 구독 형태로 이용 중이다. 가격 경쟁력만 갖춰지면 기존에 개별 홈페이지를 통하던 구독 시스템을 카카오로 옮겨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전했다. 


#카카오가 그리는 그림 ‘이용자 록인 효과’

 

구독 시장의 규모는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구독경제 시장 규모는 2016년 25조 9000억 원에서 지난해 40조 1000억 원으로 54.8% 증가했다. 최근에는 카카오뿐만 아니라 네이버, 넷마블 등 대형 플랫폼 기업들도 구독 경제 시장에 뛰어들어 새로운 소비 추세를 쫓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구독ON 서비스의 기획의도에 대해 “단순히 상품을 구매해 소유하는 게 아닌, 일상을 다채롭게 변화시켜주는 경험의 수단으로 기획하게 됐다. 카카오톡을 통해 쉽고 간편하게 구독을 관리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고도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카카오 구독ON은 ‘구독관리 시스템’이다. 카카오가 직접 물건을 배송하지 않는다. 장을 열고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역할이다. 새로운 서비스도 아니다. 구독 경제가 커짐에 따라 이들을 관리하는 플랫폼 서비스도 이미 다수 등장했다. 대표적인 건 ‘왓섭’이다. 왓섭은 마이데이터를 활용한 구독 서비스 통합관리 앱으로, 연동된 계좌들을 통해 이용 중인 서비스와 결제 일, 지출 내역 등을 한꺼번에 확인할 수 있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카카오가 가구, 가전, 생필품 구독 플랫폼을 오픈할 거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아직은 기존의 커머스 탭에서 판매되는 물건 가운데 구독 모델을 도입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가져온 정도지만 향후 확장할 수 있는 영역이 무궁무진하다. 구독 서비스 자체를 관리하는 서비스에 대한 소구가 있다는 건 이미 증명됐으니 카카오는 플랫폼의 접근성, 가격 경쟁력 등을 내세워 소비자를 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카카오의 구독관리 시스템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서비스 출시 초기이지만 전자제품부터 식품, 전자책 구독까지 제품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애견인을 겨냥한 제품과 주부들을 위한 아이 용품까지 타깃이 확실하고 구체적이다. 카카오가 노리는 건 ‘이용자 록인(lock-in) 효과’로 보인다. 기존의 쇼핑하기 탭, 광고 배너 등 시너지 낼 수 있는 영역도 많다. 머지않아 구독 서비스를 관리하는 서비스를 두고 플랫폼사들의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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