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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교육부터 영업까지…지금 은행들은 '메타버스'에 올라탈 시간

하나은행 가상 연수원 3만 명 방문…국민은행 가상 영업점 내부 시연 중

2021.07.27(Tue) 09:27:52

[비즈한국] 시중은행들이 가상현실을 뜻하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이용해 새로운 실험에 나서고 있다. 메타버스는 가상 공간에서 이용자들이 게임, 대화 등 소통할 수 있는 온라인 세상을 뜻한다. 은행들은 자체 플랫폼 구축에 앞서 제페토(Zepeto), 게더(Gather) 등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해 내·외부 소통을 시작했다. 코로나19가 앞당긴 비대면 전환 추세에서 모바일 금융 서비스 확대에 이어, 비대면 채널을 고도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박성호 하나은행장이 캐릭터 라울(Raul, 뒷줄 왼쪽에서 네 번째)로 참석해 메타버스 내 ‘하나글로벌캠퍼스’에서 신입직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하나은행 제공

 

#실제 연수원 그대로 구현한 가상 캠퍼스 등장

 

네이버 Z가 운영하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접속해 하나글로벌캠퍼스 맵을 플레이하면 대학교 교정과 닮은 장소에 도착한다. 연수동과 강당 사이 잔디밭을 지나 로비동에 들어서면 ‘​신입행원 수료식’​이라는 플래카드가 눈에 띈다. 왼쪽으로 이동해 로비와 연결된 카페와 휴식 공간도 둘러볼 수 있다. 건물 벽면 곳곳에는 기업 가치를 소개하는 포스터가 붙어 있다. 건물을 나와 축구장이나 분수대를 향해 나 있는 길에서 산책도 할 수 있다. 영락없는 기업 연수원의 모습이다. 이 가상 연수원은 하나은행이 메타버스 플랫폼에 구축한 ‘​​하나글로벌캠퍼스’​다.  

   

하나은행은 7월 12일 이 가상 연수원에서 신입 직원을 대상으로 멘토링 프로그램 수료식을 개최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로 제공되고 있는 인천 청라 소재의 ‘하나글로벌캠퍼스’의 실제 모습과 흡사한 구조다. 박성호 하나은행장도 아바타 캐릭터 ‘라울(Raul)’​로 행사에 참석해 직원들의 아바타와 기념촬영을 했다.​

 

‘메타버스 연수원’ 구현을 주도한 이들은 올해 입사한 신입 직원들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 연수만 받고 한 번도 연수원에 가보지 못한 신입 직원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2개월에 걸쳐 추진했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신입직원들은 은행장에게 자신들이 직접 설계하고 만든 공간을 안내했다.

 

가상 연수원 수립 후 현재까지 3만 명의 방문자가 다녀갔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팀별로 가상 연수원에서 비대면 연수를 진행하기를 원하는 등 내부적으로 문의가 많이 온다”며 “실제 건물과 동일한 외관에 흥미를 느끼고 찾아오는 외부 방문객도 다수다. 또 다른 형태의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앞으로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젊고 역동적인 기업 이미지를 홍보하고 향후 직원들의 비대면 소통의 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가상 영업점 등장…임원 회의도 가상현실서

 

가상 연수원에 이어 가상 영업점까지 등장했다. KB국민은행은 7월 1일 메타버스 전용 플랫폼 ‘게더’ 플랫폼 내에 ‘KB금융타운’을 열었다. KB금융타운은 △금융·비즈센터 △​재택센터 △​놀이공간 등 3개의 공간으로 구성됐다. 금융·비즈센터는 영업점, 홍보·채용 상담부스, 대강당, 소셜공간으로 꾸며졌고, 재택센터는 재택 근무자와 사무실 근무 직원 간의 원활한 소통과 협업이 가능하도록 구현됐다. 놀이공간은 공원과 미로찾기 게임 등 휴식을 위한 콘텐츠로 채워졌다.

 

KB국민은행 사옥. 사진=KB국민은행 제공

 

금융·비즈센터 내의 가상 영업점은 현재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운영되지는 않지만 몇 차례의 시연을 통해 어떻게 활용될지 모습을 드러냈다. 게더 플랫폼은 쉬운 설정과 2차원(2D) 아바타 등이 특징이다. 작은 2D 아바타를 설정해 가상 공간을 돌아다닐 수 있다. 아바타끼리 거리가 가까워지면 자동으로 화상 연결이 돼 얼굴을 보고 대화가 가능하다. 고객이 KB금융타운을 방문해 ‘은행’이라고 쓰인 공간에 들어간 뒤 은행원 아바타 근처로 이동하면 화상 상담이 가능한 형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메타버스 플랫폼 선정 배경에 관해 게더가 협업 도구로서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어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활용하기에 적합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게더는 여타 플랫폼과 달리 업무 맞춤형 플랫폼으로 손꼽힌다. 화상 연결을 바탕으로 하는 것과 더불어 오프라인 사무실을 구현할 수 있고, 화이트보드 기능을 통해 참가인들과 자료를 공유할 수 있다.

 

현재 KB금융타운은 워크숍이나 회의 등 내부적으로 활용하는 테스트 단계다. 7월 8일에는 경영진 회의, 외부업체와의 기술 미팅 등이 KB금융타운에서 개최됐다. 국민은행은 앞으로 기술 기업과 협업해 금융 콘텐츠 개발에도 나설 계획이다. 아바타와 AI를 활용해 메타버스 영업점을 구축하고 고객상담·이체·상품 가입 등 금융 서비스 제공 가능성도 검증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궁극적으로는 자체 플랫폼을 운영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은행권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은행은 7월 13일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은행장과 MZ세대(1981~2000년생) 직원들이 만나는 행사를 가졌다. 권광석 우리은행장은 ‘전광석화’라는 닉네임의 아바타를 만들어 젊은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며 소통했다.

 

DGB금융그룹도 지난달 제페토에서 그룹경영현안회의를 진행했다. 김태오 회장을 포함해 그룹 계열사 임원들은 직접 자신의 캐릭터를 생성하고 전용 맵에 접속해 회의에 참여했다.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개최된 우리은행 임직원 행사에서 권광석 우리은행장이 ‘전광석화’ 라는 닉네임으로 MZ세대 직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제공


#비대면 금융 서비스 고도화 ‘성큼’

 

은행권이 메타버스에 뛰어드는 배경에는 코로나19가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금융, 교육, 문화 등 일상생활과 관련한 전분야에서 비대면 방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10여 년에 걸쳐 오프라인 창구에서 온라인·모바일 뱅킹으로 서비스 환경이 바뀐 은행권이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채널을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시중은행들은 비대면 서비스를 확대·개편하는 추세다. 부동산 정책 변화가 반영돼 복잡하고, 담보 설정 과정이나 예외적인 상황이 많아 비대면으로 서비스되기 어려웠던 대출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은행은 최근 영업점 방문 없이 신청부터 실행까지 모바일로 가능한 모바일앱 전용상품을 선보였다. 투자상품, 부동산, 세무 등 종합자산관리 전반에 대한 화상상담 서비스도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정문철 ​KB국민은행 ​전무(CFO)​는 7월 22일 열린 2021년 상반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모바일앱을 개편하고 비대면 대출 프로세스를 개선할 계획을 밝혔다.

 

코로나19로 속도가 붙은 비대면 문화가 가상세계 속 경제 생태계 활성화 추세와 만나 더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KB금융경영연구소는 ‘지금은 메타버스에 올라탈 시간’ 보고서에서 “대학교 입학식, 기업체 신입사원 교육 등 주로 오프라인에서 진행되던 활동들이 메타버스 공간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언택트 소통이 일상화되면서 가상에서 현실과 넘나들며 활용할 수 있는 메타버스 시대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향후 메타버스는 디지털 자산과 융합되며 새로운 금융시장이 열릴 것”이라며 “미래 고객 선점과 금융혁신을 위한 다양한 형태의 메타버스 실험을 통해 새로운 금융 서비스 채널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메타버스 플랫폼이 아니더라도 시중은행들이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해 고도의 비대면화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아이디어 차원에서 논의되던 메타버스 기반 서비스가 점차 실용화되고 있다. 모바일 뱅킹처럼 보편적인 서비스가 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시중은행들은 메타버스의 확장성에 주목하고 있다”며 “핵심은 비대면 고도화다. 비대면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기 때문에 메타버스가 아니더라도 비대면 서비스가 발전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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