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비즈

[존재의 증명] 영탁 상표권 분쟁 해결법은 '막걸리 한 잔'

양측 모두 상표권 소유권 차지 어려운 상황…법리적 다툼보다 대승적 타협이 '최선'

2021.07.28(Wed) 09:28:02

[비즈한국] 지식재산권은 상표·특허·디자인 같은 산업재산권과 문학·​음악·​미술 작품 등에 관한 저작권을 총칭하는 개념이다. 4차 산업의 부상으로 중요성은 커졌지만 여전히 전문 영역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지식재산권의 ‘존재를 증명’​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중소기업, 혹은 개인이 자신의 브랜드를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와 지식재산권을 둘러싼 최신 트렌드를 소개한다.

 

가수 영탁과 영탁막걸리를 제조 판매하는 예천양조 간 분쟁이 뜨겁다. 예천양조 측은 영탁 측이 무리하게 3년간 150억을 요구해서 계약이 불발되었다 주장하고 있다. 반면 가수 영탁 측은 예천양조가 협상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았고, ‘상표권이 없더라도 상표사용이 가능하니 굳이 불리한 협상을 하지 않겠다’며 협상이 종료됐다는 입장이다. 이 분쟁에서 분명한 건 가수 영탁이나 예천양조 모두 ‘영탁’ 상표권을 소유하려 한다는 사실이다. 

 

예천양조는 2020년 4월 신제품 ‘영탁막걸리’의 광고 모델로 영탁을 발탁했다. 당시 전통주 업계 최고 모델료를 경신하며 1년 계약을 체결했으며 영탁의 계약금은 1억 6000만 원 상당으로 알려졌다. 사진=예천양조 제공

 

가수 영탁 측에서 원하는 시나리오는 ‘영탁’ 상표권을 확보하고, 예천양조의 영탁 막걸리가 판매가 계속되는 한 매년 매출액의 일정 부분을 로열티로 받아 가는 것으로 예측된다. 이와 반대로 예천양조는 상표권을 확보한 상태로 영탁을 일정기간 동안만 모델로 사용하여 모델료를 지불하고 이후는 독자 노선으로 진행하려는 계획으로 보인다. 현재 양측은 이를 위해 각자 ‘영탁’ 명칭에 대한 상표를 출원한 상태다. 

 

#‘영탁’ 상표권은 누구에게 있을까

 

예천양조는 막걸리에 대한 ‘영탁’ 상표를 확보할 수 있을까.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6호에서는 저명한 타인의 성명 등을 포함하는 상표의 등록을 제한하고 있다. 저명한 타인의 동의가 없는 한 상표 등록이 불가하다.

 

예천양조의 최초 ‘영탁’ 상표 출원시점은 2020년 1월 28일이다.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 프로그램이 2020년 1월 2일부터 3월 14일까지 방영된 것을 고려하면 예천양조의 상표출원은 가수 영탁이 크게 알려지지 않았을 시점에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판단시점’이다. 예천양조 측에는 안타깝지만 관련 법이 2016년 개정됨에 따라 타인의 저명성에 대한 판단시점이 ‘출원시’에서 ‘등록여부 결정시’로 바뀌었다. 즉 출원시에는 가수 영탁이 저명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등록여부 결정시점인 2020년 7월에는 이미 가수 영탁이 전국적으로 유명인사가 돼 결국 예천양조가 출원한 ‘영탁’ 상표는 최종 등록이 거절됐다. 예천양조는 올해 1월 28일 다시 ‘영탁’이라는 명칭의 상표를 막걸리 종류에 대해 출원했는데, 가수 영탁의 저명성으로 인해 가수 영탁이 동의를 해줘야만 상표 등록이 가능한 상황이다.

 

지난 7월 22일 예천양조는 영탁과의 재계약 불발 사실을 알리며 영탁 측이 모델료 별도, 상표 관련 현금과 회사 지분 등 1년간 50억 원씩 3년간 총 15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요구했다는 주장을 밝혔다. 사진=예천양조 제공

 

가수 영탁 측의 입장은 어떨까. 영탁 측의 상표가 등록된다면 예천양조 측에 ‘영탁’ 상표 사용금지를 바로 요청할 수 있게 되고, 이 경우 예천양조는 영탁 측이 요구하는 비용을 지불하거나 혹은 ‘영탁’이라는 상품의 상표를 변경해야 한다. 하지만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20호에서는 동업, 고용 등 계약관계나 업무상 거래관계 또는 그 밖의 관계를 통하여 타인이 사용하거나 사용을 준비 중인 상표임을 알면서 출원한 상표의 등록을 불허하고 있다. 건전한 상거래질서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실제 가수 영탁 측은 작년 8월 19일 막걸리 등에 대해 ‘영탁’ 상표를 출원했고, 현재 심사가  진행 중이다. 가수 영탁 측과 예천양조는 2020년 4월 1일부터 1년간 광고 모델 계약을 맺었다. 계약의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이러한 모델 계약만으로 또는 양측의 계약 내용에 따라 양측이 업무상 거래관계로 인정될 수 있고, 이 경우 가수 영탁 측의 막걸리에 대한 ‘영탁’ 상표 또한 등록이 어렵게 된다. 

 

지난 5월 17일 가수 영탁 측의 ‘영탁’ 상표에 대한 정보제공이 있었다. 추측해보면 ‘예천양조 측에서 상술한 상표법의 사유를 근거로 상표가 거절돼야 한다’는 정보를 특허청에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가수 영탁 측의 ‘영탁’ 상표도 상표 등록이 어려울 수 있다. 

 

#모두가 윈-윈하기 위한 방법

 

예천양조와 가수 영탁 측 모두 상표 등록에 실패한다면 예천양조의 영탁 막걸리 브랜드 사용은 지속될 수 있다. 상표 등록을 받지 못했다 해서 상표 사용이 불가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이 경우 상표를 독점하지 못한 상황이므로 타사에서 모방 상표 등이 출시돼 상표 자체의 식별력이 손상될 수 있다는 리스크가 있다. 또한 ‘영탁’ 막걸리가 가수 영탁에 대한 팬심에 상당 부분 영향을 받는 브랜드임을 가정하면 이후 가수 영탁의 팬들의 불매운동이나 여론 악화 등으로 매출에 상당 부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브랜드 인지도를 쌓는 일은 오래 걸려도 신뢰를 잃는 건 한순간이다.  

 

1년 전 모델 계약을 진행했던 그 시점의 대처에 아쉬움이 남는다. 가수 영탁 측은 먼저 상표부터 출원한 다음 모델 계약에 임하는 것이 바람직했고, 예천양조도 모델 계약 시 영탁에 대한 상표권 내용을 포함해 계약을 진행했다면 상표권을 확보하지 못한 채로 사업을 하는 리스크를 크게 줄일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모델 계약에 함몰돼 상표권을 구체적으로 고려하지 못한 결과이다.

 

이제는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예천양조의 영탁 막걸리 매출 하락이 가수 영탁 측에 이로울 게 없다. 예천양조도 가수 영탁과 각을 세우는 게 회사의 성장에 결코 도움이 안 된다. 지나치게 법리적으로 접근하여 각자의 권리만을 내세우게 되면 현재의 주장들이 소송으로 진화하게 되고, 결국 가수 영탁과 예천양조 모두 ‘영탁’이나 ‘영탁’ 막걸리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언론플레이를 멈추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지금은 영탁 막걸리 한 잔을 권하며 상생할 수 있는 미래를 위해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을 때다.

공우상 특허사무소 공앤유 변리사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존재의 증명] BTS, 정우성, 이순신은 과연 상표등록이 가능할까
· [존재의 증명] 상표 등록만 하면 '끝'이 아닌 까닭
· [단독] 정용진 자랑하던 '구단주' 맥주, 이미 제3자가 상표 출원
· [존재의 증명] 삼성과 LG의 'QLED'는 과연 상표 등록이 가능할까
· [존재의 증명] 중국 브로커에게 상표를 뺏기지 않는 방법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