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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우리 은하 외곽서 발견한 '고양이 꼬리'의 정체

다섯 번째 '초거대 나선팔' 존재 가능성…우리 은하 진화의 실마리 될 수도

2021.08.23(Mon) 14:28:38

[비즈한국] 이 악보, 뭔가 이상하다. 재밌게도 오선지가 소용돌이치는 모양으로 휘감겨 있다. 이건 현대음악 작곡가 조지 크럼이 만든 ‘나선 은하’라는 작품이다. 이름 그대로 소용돌이치는 듯 휘감겨 있는 나선 은하의 나선팔을 표현하고자 한 작품이다. 물론 일반적인 악보처럼 큰 문제없이 연주도 가능하다! 

 

조지 그럼의 ‘나선 은하’​ 악보.​

 

이 악보에 담겨 있듯이 우리 은하계는 여러 나선팔이 아름답게 휘감긴 거대한 소용돌이 모양을 하고 있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뭔가 이상하다. 분명 우리 지구는 지름 10만 광년의 아주 거대한 우리 은하 안에 갇혀 있다. 반세기 전 날려 보낸 인류의 탐사선은 아직도 태양계를 탈출하지 못했다. 즉 이렇게나 거대한 우리 은하를 멀리 날려 보낸 탐사선으로 실제 그 모습을 촬영한 적은 없다. 그리고 아마 앞으로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우리가 실제 모습을 분명한 인증샷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건 우리에게서 훨씬 멀리 떨어진 다른 외부 은하들뿐이다. 그렇다면 대체 천문학자들은 우리 은하가 어떤 모양인지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그저 다른 외부 은하들의 모습을 보고 대충 비슷하게 생겼을 거라고 유추한 걸까? 

 

얼핏 생각하면 우리는 우리 은하라는 거대한 숲에 갇힌 존재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 숲을 벗어나지 못하는 인류가 숲 전체의 모습을 알 수 있을 리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놀랍게도 우리는 숲을 벗어나지 않고서도 아주 훌륭하게 숲 전체의 지도를 그려내는 방법을 터득했다. 그리고 물론 지금도 꾸준히 우리 은하의 지도는 업데이트되고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최근 우리 은하 가장 최외곽에서 굉장히 흥미로운 구조가 발견되었다. 지금껏 모르고 있던 또 다른 나선팔로 의심되는 형체가 발견된 것이다. 만약 정말 그간 숨어 있었던 새로운 나선팔이 맞다면 이는 우리 은하에 존재하는 역대 가장 거대한 규모의 나선팔이 될지 모른다. 과연 우리 은하에겐 대체 나선팔이 몇 개나 있는 걸까? 

 

우리 은하에는 과연 나선팔이 몇 개 있는 걸까? 최근 논의되고 있는 다섯 번째 나선팔의 존재 가능성에 대해 알아보자!

 

#은하 안에 갇힌 채 은하를 한눈에 보는 법? 

 

은하 안에 살면서 은하 전체의 지도를 그린다고 하면 이상하게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 은하의 지도도 은하 안에 갇힌 상태에서 그릴 수 있다. 지구에서 모든 방향의 별과 가스 구름을 관측하면서 각 별과 가스 구름이 대략 얼마나 먼 거리에 있는지를 측정하면 된다. 그렇게 조금씩 방향을 틀면서 여러 다양한 거리에 놓여 있는 별과 가스 구름의 분포를 채워나가면, 결국 우리 은하의 전체 모양을 완성할 수 있다. 마치 도로에 갇혀 있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센서에 반사되어 들어오는 레이저 신호를 통해서 방향별로 장애물이 어떤 거리에 있는지를 확인해서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것처럼 주변 지형지물을 그려내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1944년 대학원생이던 네덜란드 천문학자 헨드릭 헐스트(Hendrik C. van de Hulst)는 우주에 가장 많이 존재하고 있을 수소 원자에서 아주 독특한 전파가 방출될 거라는 놀라운 예측을 던졌다. 수소는 양성자 하나로 이루어진 원자핵 주변에 전자 하나가 맴돌고 있는 형태다. 그런데 이 전자에는 스핀이라는 물리량이 존재하는데, 이 스핀 방향이 뒤집어질 때 특정한 에너지의 전파가 방출될 수 있다. 이 빛은 파장이 21cm 길이인 아주 독특한 전파로 관측될 수 있다. 이를 21cm 중성 수소선이라고 부른다. 게다가 아주 파장이 길기 때문에 빛을 대부분 가리는 성간 먼지의 방해를 거의 받지 않는다. 헐스트는 전파 천문대를 활용해 이 독특한 수소선을 관측할 수 있다면 우리 은하 안에 어디에 수소 원자들이 존재하고 있는지 그 분포를 알아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중성수소선을 관측해서 그려낸 우리 은하 속 수소 구름의 분포. 노란색 화살표가 태양계의 위치, 파란 점이 은하 중심을 나타낸다. 수소 구름의 분포를 통해 우리 은하가 나선팔로 휘감겨 있음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이후 1952년 천문학자 크리스텐슨(Wilbur N. Christiansen)과 힌드먼(Jim Hindman)은 우리 은하 전역에서 헐스트가 예측했던 21cm 중성 수소선을 관측했다. 이들은 수소 원자들의 움직임과 그 분포를 통해서 우리 은하에 뚜렷하고 거대한 나선팔 네 개, 그리고 중심에 막대 구조가 있다는 걸 발견했다. 천문학자들은 우리 은하에 거대한 나선팔이 총 네 개 존재하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 페르세우스자리 나선팔, 용골~궁수자리 나선팔, 방패~남십자~센타우루스자리 나선팔, 직각자~백조자리 나선팔이 그것이다.

 

2000년대 들어와서는 천문학자 로버트 벤자민(Robert Benjamin)이 스피처 적외선 우주 망원경으로 직접 먼지 구름 속에 숨어 있던 별 자체의 분포 지도를 그리는 작업을 진행했다. 그는 궁수자리 방향을 중심으로 약 130도 너비의 아주 넓은 각도 범위에 들어오는 총 1300만 개가 넘는 별들의 분포를 그렸다. 그 결과 우리 은하에서 뚜렷한 나선팔이 총 세 개 존재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우리 은하에서 파악된 나선팔의 지도. 이미지=NASA/JPL-Caltech/R. Hurt

 

#우리 은하의 나선팔은 대체 몇 개? 

 

우리 은하의 나선팔은 네 개일까 세 개일까? 2000년대 이후까지 꽤 오랫동안 우리 은하의 나선팔이 총 몇 개인가를 두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전파 관측으로 확인한 가스 구름의 분포로 보면 총 네 개가 보였지만, 적외선 관측으로 본 더 최근의 별 분포에서는 나선팔이 세 개만 보였다. 가끔씩 한 팔을 주머니에 숨기기라도 하는 걸까? 

 

흥미롭게도 우리 은하는 어떤 파장의 빛으로 지도를 그리는가에 따라 나선팔의 수가 완전히 달라진다. 가장 최근의 분석에 따르면 아주 높은 온도의 뜨거운 별빛을 주로 추적할 수 있는 자외선으로 관측하면 두 개의 뚜렷한 나선팔을 볼 수 있다. 반면 나이 많은 미지근한 별빛 위주로 볼 수 있는 적외선으로 관측하면 또 다른 나머지 두 개의 나선팔을 보게 된다. 즉 관측하는 빛의 종류에 따라 주로 보이는 나선팔이 달라지면서 어떤 때는 네 개가 다 보이기도 하고, 어떤 때는 그 중 두 세 개만 보이기도 했던 것이다. 

 

이 거대한 메인 나선팔 사이사이에 훨씬 짧고 규모가 작은 마이너 나선팔들도 굉장히 많다. 우리 태양계는 메인 나선팔이 아니라 곁다리에 해당하는 여러 마이너 나선팔 중 하나인 오리온자리 나선팔에 속해 있다. 최근까지 업데이트된 우리 은하의 지도는 거대한 메인 나선팔 네 개와 그 사이사이 곁다리 나선팔 여러 개로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네 개가 끝이 아닐지도… 

 

그런데 최근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네 개의 나선팔이 전부가 아닐지 모른다! 이 네 개보다 훨씬 더 거대한 역대급 규모의 진짜 대장 나선팔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현재 지구에 존재하는 가장 거대한 전파 망원경은 중국에 지어진 FAST(Five hundred meter Aperture Spherical Telescope)다. 무려 지름 500m 크기의 거대한 밥그릇 같은 엄청난 위용에 걸맞게 굉장히 멀리 떨어진 희미한 전파 신호까지 포착할 수 있다. 천문학자들은 2020년 이 전파 망원경을 동원해서 우리 은하 아주 바깥에서 지금껏 몰랐던 아주 거대한 구조를 새롭게 발견했다. 

 

중국에 지어진 현존하는 가장 거대한 단일 접시 전파 망원경 FAST. 사진=Xinhua

 

우리 은하 중심에서 무려 7만 2000광년이라는 아주 먼 거리에 둥글고 길게 이어진 새로운 가스 구름의 분포가 발견된 것이다! 이 정도 거리면 그 방향에서 가장 멀리 그려져 있는 페르세우스자리 나선팔보다 더 바깥이다. 새로 발견된 가스 필라멘트는 그 길이만 3600광년 정도로 확인되었다. 두께는 700광년 정도 된다. 일단 이번 관측에서 확인된 영역만 보면 그 길이와 두께가 5 대 1 정도의 비율이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이번에 발견된 이 영역에게 갈대밭에서 볼 수 있는 고양이 꼬리를 닮은 식물 부들의 이름을 따서 ‘캣테일(Cattail)’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고양이를 키우는 천문학자로서 너무나 마음에 드는 이름이다.)

 

이번 관측을 통해 파악된 새로운 가스 필라멘트의 영역을 하늘색으로 표시했다. FAST end로 표시된 점 사이에 이어진 곡선이 이번 관측으로 파악된 우리 은하 속 새로운 구조다.

 

이번 관측은 약 3~4도의 좁은 각도 범위에서만 이루어졌다. 그래서 아쉽게도 관측 범위 바깥까지 더 길게 연결된 훨씬 거대한 나선팔을 전부 보지는 못하고 그 일부만 확인한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앞으로 또 다른 방향에서 쭉 관측을 이어간다면 이번에 발견된 영역 앞뒤로 더 길게 줄줄이 소시지처럼 이어지는 진짜 나선팔의 모습을 그려낼 수 있을 것이다. 

 

새로 발견된 구조가 더 거대한 나선팔의 일부라면, 이 거대한 나선팔은 또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비교적 최근인 수억 년 전 우리 은하 주변을 지나간 이웃 은하와의 충돌 흔적일까? 실제로 한창 강한 중력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 많은 외부 은하들도 은하 중심에서 굉장히 멀리까지 쭉 늘어져 있는 아주 긴 나선팔들을 보여준다. 이웃 은하의 중력에 의해서 나선팔이 아주 바깥까지 풀어진 결과다. 그러니 새로운 나선팔을 쭉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미처 모르고 있던 또 다른 이웃 은하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 은하가 대체 어떤 과정을 거친 끝에 이런 아름다운 나선 모양이 될 수 있었는지, 우리 은하의 역학적인 진화의 실마리가 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힌트가 될 것이다. 

 

우리가 발견한 캣테일은 말 그대로 고양이 꼬리일 뿐, 그 꼬리를 쭉 따라가다 보면 우리 은하 바깥에 숨어 있던 고양이 본체를 만나게 될지 모른다. 물론 앞으로 아주 오랜 관측과 연구가 이루어져야만 그 존재를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원래 고양이는 어둠 속에 숨어 있는 걸 좋아하니 말이다. 

 

참고

https://ui.adsabs.harvard.edu/abs/2021arXiv210801905L/abstract

http://articles.adsabs.harvard.edu/pdf/1976A%26A....49...57G

https://www.nasa.gov/mission_pages/spitzer/news/spitzer-20080603-10am.html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galaxy.wb.z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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