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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선호 닻 올린 현대중공업, 대우조선과 결합 EU 장벽에 '시계제로'

3세 경영체제 마무리 LNG선 독과점 문제에 발목 잡히나…현대중공업 "심사에 최선 다해 임해"

2021.10.21(Thu) 14:35:35

[비즈한국] 최근 3세 경영 체제를 사실상 마무리한 현대중공업그룹 정기선호가 최대 현안인 대우조선해양(대우조선)과의 기업결합이 유럽연합(EU) 장벽에 부딪히며 경영능력 시험대에 올랐다.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은 지난 12일 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그룹 지주회사인 현대중공업지주와 조선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사진=현대중공업


정기선 사장은 현대그룹 창업주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6남인 현대중공업그룹 대주주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이다. 정 사장의 이번 승진으로 현대중공업그룹은 3세 경영 체제를 사실상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정기선호가 극복해야 할 최대 과제인 대우조선 인수 건은 여전히 시계제로 상태다. 기업결합 시 독과점 심화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내는 해외 경쟁당국들의 심사 지연으로 장기간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은 2019년 1월 동종 경쟁기업인 현대중공업그룹에 현물출자 방식으로 대우조선해양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같은 해 3월 산업은행은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 매각과 관련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산업은행은 기업결합 심사 지연으로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체결한 현물출자 투자 계약 기간을 이미 네 차례나 연장한 데 이어 종결 기한을 올해 12월 31일까지로 또 늘렸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기업결합 심사는 한국과 EU, 중국, 일본, 카자흐스탄, 싱가포르 등 6개국에서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가운데 카자흐스탄, 싱가포르, 중국 등에선 승인 결정을 내렸지만,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와 EU, 일본 경쟁당국은 여전히 승인 결정을 못하고 있다. 

 

특히 EU는 2019년 12월 2단계 심사를 시작했지만 몇 차례 심사를 연기한데 이어 현재 아예 중단한 상태다. 일본은 지난해 3월 1단계 심사를 끝냈고 EU의 심사 결과를 참고해 승인 여부를 결정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도 지난 2019년 7월 현대중공업으로부터 기업결합 신고서를 접수한 이후 최근까지 1단계 심사에 머물러 있다. 공정위는 해외 경쟁당국들의 눈치를 보며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 팽배해지자 10월 5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업무보고를 통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심사를 연내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정위가 기업결합을 승인한다고 해도 EU와 일본이 바로 승인할 것이란 낙관적인 기대는 할 수 없는 상황이다. 

 

EU 경쟁당국은 양사의 기업결합에 대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독과점 해소 방안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선진 기술을 보유한 국내 조선업계가 절대적 강세를 보이는 고부가가치 조선산업 분야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건조 부문에서 양사가 결합할 경우 전세계 점유율은 60%대를 훌쩍 넘어 선다. 

 

더욱이 현 추세는 글로벌 탄소중립 시대 강화 움직임에 따라 대표적인 친환경 에너지원 중 하나인 액화천연가스(LNG) 수요 증가에 따라 조선산업 고객인 해운 회사들이 LNG선 발주가 늘어나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은 이에 대한 해소 방안을 EU 경쟁당국에 적극적으로 제시하지 못하면서 심사가 지연되고 있다. EU 경쟁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하면 현대중공업이 다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도 조선산업의 최대 고객인 글로벌 해운 회사들이 몰려 있는 EU 각국들로부터 수주 영업을 못하게 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익명의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이 LNG선 사업을 강제 구조조정하지 않는 이상 양사의 결합으로 독과점 문제를 해결할 방도는 없다”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도 “EU 경쟁당국이 이번 기업결합으로 인한 독과점 구조 해소를 위한 시정 조치를 사실상 요구하는 것으로 안다. 이런 상황에서 먼저 승인을 해준다고 EU가 곧 승인을 해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대우조선 노조는 물론 대우조선 본사와 공장이 소재하는 거제시 등 지역 반발도 거세다. 거제시는 지역경제 악화를 우려해 현대중공업과의 기업결합 철회를 공공연히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대우조선이 매각될 경우 구조조정이 불가피해 거제, 창원 등에 있는 협력업체들이 극심한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변광용 거제시장은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에게 “EU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사업 축소와 설비 감축으로 인한 대량 실업이 발생하게 된다”며 기업결합 반대 입장을 전달했다. 

 

현대중공업과 기업결합으로 고용불안을 우려하는 대우조선 노조의 반발도 넘어야 할 산이다. 대우조선 노조는 이달 14일부터 산업은행 본사 앞에서 매각 철회와 노사 자율교섭 인정을 촉구하는 무기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노조는 “산업은행이 노동 삼권에 보장된 단체교섭권을 부정하고 노동자에게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며 매각을 반대하고 있다. 

 

또한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지주 간 계약을 보면 거래 지연에 따른 책임과 거래 종결 기한이 명시돼 있지 않아 현대중공업이 기업결합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대우조선해양 지배구조의 불확실성이 길어질수록 해외 고객들로부터 선박 발주와 관련한 반사익을 거둘 수도 있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 측은 “최선을 다해 기업결합심사에 임하고 있다. EU 경쟁당국이 당사에게 전해 온 공식 입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외부 변수로 심사 자체를 보류한 상태라는 것”이라며 “EU로부터 심사 재개시점과 LNG선 사업 부문 관련 입장을 공식적으로 들은 바 없고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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