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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부장에 고함] 배우 오영수가 말하는 아름다운 삶의 방식

쇄도하는 러브콜에 동요하지 않는 초연함 화제…한결같은 노배우의 '인생 관조법'

2021.10.26(Tue) 10:27:03

[비즈한국] 전 세계가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열풍이다. 온갖 매스컴과 SNS에서 끊임없이 회자되는 광풍의 인기 속에서 출연 배우들의 일부는 이미 미국 간판 TV 토크쇼인 ‘투나잇 쇼’에서 인터뷰하기도 했고, 각종 매스컴에선 이들 배우를 잡느라 혈안이 됐다. 그런데 이런 인기 행보 속에서 가장 예상치 못한 행보를 보여주는 배우가 한 명이 있어 주목된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오징어게임’ 1번 참가자 ‘일남’을 연기한 배우 오영수다.

 

사진=MBC ‘놀면뭐하니’​ 화면 캡처

 

그는 무명의 배우였다. 적어도 50여 년간. 그리고 세계적인 스타가 되는 데는 불과 8시간이 필요했다. 어쩌면 첫 시즌 1편이 방영되던 1시간 남짓. 그 짧은 러닝타임을 통과한 후, 그는 더 이상 이전의 오영수 배우로 살 수 없었다. 대부분 사람들이 흥분하며 비명을 지를 만한 일들이 곳곳에서 일어났다. ‘오징어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시청률 고공행진의 결과를 내자, 그에게는 광고와 인터뷰가 쇄도하게 됐다. 남녀노소, 한국인과 외국인 가릴 것 없이 그를 알아보며 반가워했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대체로 정신이 혼미해질 법한 상황이다. 

 

그런데 오영수 배우는 “극중 ‘깐부’ 정신이 와해할 수 있다”며 광고를 거절했고, 수많은 인터뷰 요청도 대부분 거절했다. 누가 봐도 ‘인생 최고의 하이라이트’라고 말할 만한 상황 앞에서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 배우 오영수는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가 참으로 궁금해졌다.

 

사진=MBC ‘놀면뭐하니’​ 화면 캡처

 

그렇게 수많은 인터뷰와 광고를 고사하며, 대중 앞에 나서지 않았던 배우 오영수가 얼마 전 MBC의 ‘놀면 뭐하니’에 출연해 화제였다. 방송인 유재석과 걸그룹 ‘러블리즈’의 이미주가 사회를 맡은 ‘뉴스데스크+’ 프로그램 속 인터뷰이로 등장한 것. 길지 않은 인터뷰 시간 동안 그는 평범한 질문에 차분히 대답을 해나갔는데, 유재석의 “삶의 고민의 무엇이냐”는 질문에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특별히 고민은 없다. 염려가 있다면 가족과 같이 잘 살아가는 것이다. 욕심 안 내고 산다. 작든 크든 살면서 많이 받아왔다. 받았던 모든 걸 남겨주고 싶은 생각이다. 쉽게 예를 들면, 산속에 예쁜 꽃이 보이면 젊을 때는 그걸 꺾어 갔지만, 내 나이쯤 되면 그냥 놓고 온다. 그리고 보고 싶을 땐 다시 가서 본다. 그게 인생과 마찬가지다. 있는 그대로 놔두는 것. 그게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사진=MBC ‘놀면뭐하니’​ 화면 캡처

 

이어지는 인터뷰 말미, 오영수는 다음과 같은 말을 다시 이어갔다. “제가 우리 말 중에 가장 좋아하는 말이 아름다움이란 말이다. 아름다운 세상, 아름다운 사람, 아름다운 사회. 이 자리에 와서 아름다운 공간에서 아름다운 두 분을 만나고 아름다운 시간을 보냈다. 여러분, 아름다운 삶을 사시길 바란다”며 인터뷰의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오징어게임’에선 끝까지 인간을 믿지 않는 캐릭터였던 그였는데, 현실의 그는 인간을 믿고, 인간의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멋진 할배였다.

 

인생을 살다보면 기가 확 죽을 만큼 우울해지는 삶의 순간도 있지만, 롤러코스터처럼 짜릿한 최고의 인생 하이라이트의 순간도 다가온다. 배우 오영수는 인생 최고의 순간에도 부화뇌동하지 않고, 늘 그랬던 것처럼 한결같이 자기 길을 걸었다. 그리고 그는 그것이 아름다운 삶을 사는 방식이라고 말한다.

 

인터뷰이였던 배우 오영수의 마지막 인사말까지 듣고 나니, 우리 인생에 그의 인생 관조법을 적용해 보면 어떨까 싶었다. 누군가에게는 버겁고 힘겨운 이 인생을, 배우 오영수는 아름답다고 말한다. 그 말의 함의에는 많은 것들이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을 뒤흔드는 감정이 와도 초연해질 수 있는 그 마음은 품기 쉽진 않겠지만, 이 노배우의 아름다운 인터뷰의 대답처럼 적어도 그런 태도로 삶을 바라보기라도 해보면 어떨까. 편법과 술수를 쓰지 않고, 묵묵히 성실하게 한 길을 걷는 것은 결코 바보짓이 아니라는 믿음. 이 혼돈의 시대에 이런 우직한 믿음을 선사한 배우 오영수는 꽤 오래도록 우리들의 아름다운 깐부로 기억될 듯하다.

 

필자 김수연은?

영화전문지, 패션지, 라이프스타일지 등, 다양한 매거진에서 취재하고 인터뷰하며 글밥 먹고 살았다. 지금은 친환경 코스메틱&세제 브랜드 ‘베베스킨’ ‘뷰가닉’ ‘바즐’의 홍보 마케팅을 하며 생전 생각도 못했던 ‘에코 클린 라이프’ 마케팅을 하며 산다.

김수연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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