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사모펀드(PEF) 업계의 ‘거물’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의 구속 여부가 13일 결정된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이준희)는 지난 7일, 김병주 회장과 김광일 부회장(홈플러스 대표) 등 핵심 경영진 4명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핵심 경영진 동시 영장청구’는 검찰 수사의 마무리 카드이자, 한 차례만 영장을 청구하겠다는 뜻이 반영된 것이라는 평이 나온다. 특히 수사 과정에서 직급/위치별로 영장을 청구하지 않고, 한꺼번에 영장을 청구한 것은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것을 검찰도 인지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분식 회계까지 엮어 영장 청구
검찰은 김병주 회장 등 4명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홈플러스와 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가 지난해 2월 신용등급이 하락할 것을 알고도 820억 원 규모의 단기 채권을 발행·판매해 납품업체와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또 기업의 재무 상태와 신용등급 변동 가능성을 투자자에게 충분히 공시하지 않고 금융상품을 판매한 것은 자본시장법 위반이라고 본다.
특히 기존의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 외에 1조 원대 분식회계 혐의도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무자회생법상 사기회생 혐의를 적용한 것. 홈플러스의 부채를 자본으로 처리하는 수법으로 재무제표를 왜곡하고 자산 가치를 부풀렸다고 본 것이다.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을 신청하기 직전에 MBK는 잔액이 1조 1000억 원에 달하는 상환전환우선주(RCPS) 상환권 주체를 기존 특수목적법인(SPC)인 한국리테일투자에서 홈플러스로 변경했는데, 이로 인해 부채가 자본으로 처리된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사기회생 혐의는 회생 절차에서 법원에 제출하는 장부나 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하거나 조작해 회생 개시 결정이 내려질 경우 성립하는데, 죄가 인정되면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다만 이 혐의는 김병주 MBK 회장에게는 적용하지 않았다.
#‘4명’ 동시에 ‘다툼 여지’도 많아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핵심 경영진 4명을 한꺼번에 영장 실질심사대에 세운 것을 두고 엇갈린 해석을 내놓는다. 통상적으로 단일 사건에서 4명 이상의 고위 경영진에게 한꺼번에 영장을 치는 것은 이례적인 ‘강수’이자 배수진으로 읽히지만, 반대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할 때 쓰는 전략이기 때문.
기업 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 출신 변호사는 “수사 도중 영장 청구 없이, 수사 말미에 수사 정점에 있는 인사를 포함해 4명에게 동시에 영장을 친다는 것은 이들 전체를 공범 관계로 묶겠다는 의도”라면서도 “다만 법원 입장에서는 각 개인의 관여 정도를 엄격히 따질 수밖에 없고, 그 경우 책임 소재가 모호해지기 때문에 무조건 영장 기각 케이스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과거 대형 경제 범죄 수사에서 검찰이 다수 인원에게 영장을 청구했다가 고배를 마신 사례는 적지 않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당시 옥시 고위 관계자들에 대한 무더기 영장 청구가 그랬고, 최근에는 ‘SPC그룹 부당 지원 의혹’ 수사에서 경영진 여러 명을 동시에 겨냥해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주동자와 가담자를 구분해 일부 영장을 기각했다.
#분식회계? 법조계 “다툼 여지 커”
특히 검찰이 김병주 회장에게 ‘1조 원대 분식회계’ 혐의를 적용한 것을 놓고도 여러 말이 오간다. 최근 회계 부정 사건이 ‘검찰의 판정패’로 끝난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가 확정된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사건이다. 당시 검찰은 삼성바이오가 자회사 지배력 변경을 통해 4조 5000억 원의 가치를 부풀렸다고 봤지만, 법원은 “외부 전문가들과의 협의를 거친 합리적인 경영 판단의 일환”으로 평가했다.
MBK가 부채를 자본으로 분류하거나 자산 가치를 평가한 방식 역시 삼바 사례와 마찬가지로 ‘국제회계기준(IFRS) 기준으로 볼 때 가능하다’는 법리적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영역을 검찰이 ‘범죄’로 입증하려면, 단순한 수치 왜곡을 넘어 경영진의 ‘기망 의사’를 증거로 입증해야 한다”며 “수사 말미 4명이나 되는 경영진에게 한꺼번에 영장을 친 것은, 거꾸로 말하면 특정인 한 명에게 명확한 ‘고의’를 씌우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귀띔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작은 변수’
법조계는 정치권과 시민단체 목소리가 작은 변수는 될 수 있다고 본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들을 구속해야 한다며 법원을 압박하고, 홈플러스 노동조합과 시민단체들도 “약탈적 사모펀드의 탐욕이 기업을 망가뜨렸다”며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영장전담 판사에게 ‘예민한 사건’으로 분류돼, 영장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영장전담 업무를 역임한 한 판사는 “정치권의 압박이 판단 자체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지만, 언론에 날 정도로 예민한 사건들은 더 꼼꼼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며 “이번 사건은 사회적 공분을 산 부분이 있기 때문에 김병주 회장 등 피의자들이 책임감 있는 해결책을 들고 오는 것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검찰이 1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숫자의 분식회계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자본시장법 위반 등 엄중한 법적 잣대를 적용했지만, 1명이라도 영장이 기각될 경우 ‘실패한 수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선 판사는 “4명에게 동시에 영장을 쳤으니 발부가 포함됐다면 어디까지 발부하고 기각할 것인지 결과가 나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면서도 “영장 발부와 기각 결정은 심리 중에 되기 때문에 만일 모두 기각 결정이 나온다면 ‘검찰 수사가 무리했다’는 해석이 가능하지 않겠냐”고 풀이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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