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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텔링] 한국 단거리 로켓의 '미션 임파서블' 10년 도전기

지나치게 높은 대전차 성능 요구 '무리수'…세계적 흐름에 맞춰 진화 발전해야

2021.11.17(Wed) 16:20:14

[비즈한국] 대한민국의 국방과학기술력은 세계 7위 수준으로 세계 최정상 수준에 올라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세계 최고의 국방과학기술력을 가진 동맹국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이 우리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잘 체감이 되지 않을 뿐이다. 북한이 수 천 km를 비행하는 대형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니 대단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대한민국보다 20년 뒤처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런 높은 성취를 이룬 대한민국 국방과학기술에 대해서 ‘실패 없는 카피 국산화’만 진행했다며 깎아내리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창의성과 혁신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뼈아프게 들어야 하지만, 신무기 개발이 워낙 어렵고, 개발에 실패하면 큰 비난을 받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보수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보병용 대전차 무기인 단거리 로켓탄. 사진=김민석 제공

 

다만 우리 손으로 국산 무기를 만들 때 ‘어떻게 싸울 것인가’​에 대한 올바른 답을 찾는 과정은 아직도 시행착오를 겪는 현상은 우리가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숙제이다. 과거 외국 무기를 수입하면서 무기를 생산한 국가가 쓰는 전술을 그대로 따라 해서 쓰던 시절의 구시대적 모방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있고, 무조건 최고의 무기를 요구하는 무리한 작전 요구 성능(ROC)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업이 아직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일명 ‘​단거리 로켓’​ 으로 불리는 차기 보병용 대전차로켓 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보병용 대전차 로켓인 창끝부대는 중대 단위 이하에서 1인이 들고 사용 가능한 무유도 로켓 무기를 이야기한다. 현궁(Raybolt) 미사일, 토우(TOW), 메티스-M(Metis-M) 대전차 미사일과 같은 유도 기능은 없고 사거리도 수백 m에 불과하지만, 대전차 미사일보다 작고 가벼워서 보병부대와 특수전 부대가 전차를 급작스럽게 만날 경우 가장 먼저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한국전쟁 때 백여 대 남짓한 북한 전차로 크게 고생한 한국 육군으로서는 포기할 수 없는 필수적인 무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정작 이 단거리 로켓이 노후화는 심각해지는 반면 언제 신형 무기가 배치될지 요원하기만 하다. 중형 잠수함, 초 고위력 탄도탄, 4.5세대 최신형 전투기를 만드는 대한민국의 방위산업이 왜 작은 로켓 하나를 만들지 못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무기를 만들자니, 예상보다 난도가 있어 몇 년째 개발이 표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4년 7월부터 2015년 10월까지 한화에 의해서 단거리 로켓 발사기 탐색개발을 진행했는데, 탐색개발이 끝난 후 육군은 2015년 8월부터 11월까지 운용성 확인을 진행한 결과 31개 평가 항목 중 3개 항목이 기준미달이 되어 체계개발이 포기되었다. 이 중 미달한 3개 항목은 발사대 중량, 관통력, 재사용 기능이었는데 당시 기술로는 발사대를 가볍게 만들지도 못하고, 재사용을 하자니 너무 무거워지고, 관통력이 북한의 신형 전차를 파괴할 수 없었다는 것이 그 내용이었다.

 

물론 목표에 달성하지 못한 업체의 잘못도 있겠지만 가장 큰 잘못은 너무 무리한 목표를 삼은 것이었다. 개발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기능과 성능으로 목표를 너무 높게 잡은 것은 육군도 인정하여, 2017년 2월에 육군은 요구 성능을 조정해서 다시 사업을 추진하고자 했다. 하지만, 요구 성능을 한번 낮춘 지 4년이 넘는 지금도 단거리 로켓은 본격 개발에 나서지 못했는데, 그 사이 북한이 또다시 새로운 신형 전차를 내 놓아 관통력은 더 필요하고, 무게는 더 줄여야 했기 때문이다.

 

탱크의 장갑 성능이 크게 개선되면서 보병용 대전차 로켓으로 정면에서 탱크를 파괴하는 것은 매우 어려워 졌다. 사진=김민석 제공

 

알려진 바로는 국방과학 연구소가 신형 탄두 연구를 끝내는 2023년 이후에나 단거리 로켓은 개발을 시작할 수 있다고 하는데, 개발을 결정한 지 10년이 훌쩍 넘어야 개발이 완료되는 셈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무엇보다 육군의 요구사항이 과도한 반면, 업체는 정해진 규칙과 구조 안에서 창의성을 발휘하거나 정당한 예산을 청구할 기회가 없었다. 육군은 단거리 로켓이 직사 사격, 즉 전차의 정면 장갑을 공격하여 관통하는 것을 요구했는데, 북한의 신형 전차들이 장갑을 점점 강화해서 이를 공략하는 게 너무 어려웠다. 그래서 대전차 미사일과 일부 신형 단거리 로켓은 ‘상부 공격모드’(Top Attack)라는 기능으로 얇은 전차의 상면 장갑을 공격해서 이를 피해 가는데, ADD가 이런 공격기능을 연구하지 못하고 해외 기술도입도 이뤄지지 못했다.

 

또한 다기능 요구와 재사용 요구도 과도했다. 군은 단거리 로켓발사기가 전차 공격 탄두와 적 벙커 타격 탄두를 모두 갖추기를 원했는데, 해외 무기체계 중 이렇게 탄두를 바꿔가며 공격 가능한 칼 구스타프(Carl Gustaf)는 무겁고 전차 장갑 관통능력이 크게 부족하며, 유명한 RPG-7은 사거리가 짧고 명중률이 낮다. 아무도 달성하지 못한 목표를 무리하게 요구한 셈이다.

 

그래서 한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은 단거리 로켓에 대해서 기존과 다른 접근방식을 보인다. 우선 여러 국가가 단거리 로켓을 대전차 임무에 사용하지 않고, 화력지원과 고정 벙커 공격용으로 용도를 사용하고 있다. 각종 정찰장비가 발달한 현대전에서 정규군이 전차를 갑자기 마주칠 일이 적기 때문이다.

 

혹은 보병이나 벙커를 파괴할 수 없지만, 최신 기술을 적용해서 전차를 공격하는 경우도 있다. 스웨덴 사브(SAAB)사의 MBT-LAW(Main Battle Tank and Light Armour Weapon)의 경우에는 자기장 신관과 특수 탄두를 개발해서, 미사일처럼 전차 상부를 공격할 수 있다. 문제는 우리 군은 벙커도 파괴할 수 있고, 전차의 정면 장갑을 뚫을 수 있는 그 누구도 성공하지 못한 도전을 고집스럽게 강조한다는 것이다.

 

물론 현재 ADD가 진행 중인 탄두 강화 연구가 결실을 본다면, 우리는 그야말로 전 세계가 포기한 어려운 도전에 성공한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칭찬받아야 하지만, 그동안 허비된 10년간의 세월을 생각하면 다소 현실적인 목표를 잡아야 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든다. 또한, 실용화한다고 해도 정면 장갑 파괴를 위한 특수기술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복잡한 전자장비가 많은 MBT-LAW보다 가격 경쟁력이 있을지도 다소간 의문이 드는 상황이다.

 

이렇게 단거리 로켓 개발 방향에 대해서 개발 실패와 고난이 반복되는 와중에, 이미 주변국의 최신 전차는 특수 장갑을 장착하는 것을 넘어서서 연막탄 및 특수 요격탄으로 미사일과 로켓을 막는 능동 방어(Active Protection)으로 진화하는 중이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능동 방어를 이겨내는 단거리 로켓을 만드는 것이 장기 과제로 놓여있다. 차 차기 단거리 로켓을 개발할 때는 지금까지의 개발 실패와 고난의 경험을 잘 살려 현명한 선택을 하길 기원해 본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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