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농협중앙회는 농림축산식품부의 특별감사 중간결과 발표와 각종 비위 의혹으로 인한 파문이 커지자 1월 13일 대국민 사과와 함께 쇄신안을 발표했다. 강 회장은 이날 농민신문사 회장직과 농협재단 이사장직에서 사임했다. 농협중앙회는 조직 전반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로 꾸린 농협개혁위원회도 설치한다고 밝혔다.
강호동 회장은 13일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농림축산식품부의 특별감사 중간결과 발표 이후 엄중한 질타가 이어지고 있음을 무겁게 인식하고 있다”라며 “앞으로 책임 있는 자세로 후속 절차에 임하겠다. 단순한 위기 수습으로 끝내지 않고 농협의 존재 이유와 역할을 바로 세우는 출발점으로 삼겠다”라며 사과문을 발표했다.
농식품부는 2025년 11~12월 농협중앙회와 농협재단을 대상으로 특별감사를 실시했다. 지난해 강호동 회장과 농협을 둘러싸고 각종 비위 문제가 떠오른 데 따른 것이다. 강 회장은 2024년 1월 농협중앙회장 선거 당시 계열사와 거래하는 용역업체로부터 1억 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다. 2025년 국정감사에서는 강 회장의 금품 수수 의혹과 더불어 농협 내부의 허술한 감사 체계, 조합장 금품 선거 문제 등이 거론됐다.
농식품부의 특별감사 중간결과 문제점이 무더기로 드러났다. 1월 중 농식품부가 감사 결과를 통보할 사항으로는 △내부통제 기구의 구성과 운영 문제 △임직원 징계 축소 △자금 및 경비 집행 문제 △폐쇄적·부정적 계약 업무 △불투명한 농협재단 운영 등이 나왔다. 구체적으로는 농협중앙회 조합 감사위원회의 인사는 법적으로 독립성이 보장되나 부회장에게 인사 서열을 보고하는 등 지켜지지 않았다. 임직원 징계 축소의 경우 성 비위, 업무상 배임과 같은 범죄 혐의를 고발이나 심의를 하지 않고 넘어간 사례도 있었다.
부적절한 자금 사용·경비 집행도 문제가 됐다. 농협중앙회장은 해외 출장에서 숙박비 상한선이 250달러(약 36만 원)로 정해져 있는데도 1박당 50만~186만 원까지 초과 집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정보공개법에 따라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공개해야 하나 ‘비서실에 카드가 배정됐다’라며 공개하지 않았다. 중앙회 비상임이사·감사, 조합 감사위원에게 활동 내역이나 증빙서류 없이 특별활동 수당을 매년 300만~400만 원씩 정기적으로 지급한 내역도 확인됐다.
추가 감사를 통해 수사 의뢰나 시정 개선이 필요한 사항도 나왔다. 농식품부는 “농협중앙회장이 농민신문사 회장을 겸직하면서 연봉, 수당, 퇴직금 등을 이중으로 수령한 점이 적법·적정한지 검토할 예정”이라며 “회장과 임원이 연 13억 원가량 수령한 ‘직상금’ 항목에 대해서도 집행 실태와 타당성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감사과정에서 적발된 농협중앙회 임직원 형사사건에 대한 변호사비 지급 의혹, 농협재단 임직원의 배임 의혹 등 두 건은 1월 5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농식품부는 농협중앙회 회원 조합의 연체율이 급증하는 상황, 농협경제지주가 2024년 810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내고도 특별성과보수를 지급한 점, 감사위원회 등 내부통제 역할을 하는 조직이 내·외부 관계자로 구성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더불어 다수의 비위 제보 내용에 대한 추가 확인도 예고했다.
농협중앙회와 강호동 회장은 특별감사 중간결과에 따른 네 가지 쇄신안을 발표했다. 먼저 회장의 권한을 조정하고 인적 쇄신에 나선다. 농협중앙회장의 권한을 명확히 하기 위해 강 회장은 농민신문사 회장직과 농협재단 이사장직에서 사임한다. 전무이사, 상호금융 대표이사, 농민신문사 사장 등 주요 임원도 함께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난다. 강 회장은 “인사를 비롯한 경영 전반은 사업 전담 대표이사에게 맡기고, 본연의 책무인 농업·농촌 발전과 농업인 권익 증인을 위한 활동에 매진하겠다”라고 말했다.
특별감사 중간결과에서 지적된 부분은 제도적으로 보완한다. 특히 해외 숙박비 초과 사용에 대해서 농협은 “규정이 정비되지 않아 250달러로 제한하던 해외 숙박비는 물가 수준을 반영하는 등 합리적으로 재정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숙박비 상한선을 초과한 금액은 강 회장이 개인적으로 반환한다. 강 회장은 “해외 출장 시 일일 숙박비를 초과해 집행한 비용은 이유를 불문하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라며 “관련 비용은 전액 환입 조치하고 현실에 맞게 제도와 절차를 전면 재정비하겠다”라고 말했다.
농협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농협개혁위원회’도 구성한다. 위원회는 중앙회장 선출 방식, 지배구조, 농축협 조합장을 포함한 임원 선거제도 등의 개선과 조합 경영의 투명성 강화를 위한 개혁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위원회는 법조계, 학계, 농업계, 시민사회 등 각계 전문가로 구성하며 위원장도 외부 전문가로 세운다.
정부의 농정 대전환 정책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농산물 유통 구조 개혁, 스마트 농업 확산, 청년 농업인 육성, 공공형 계절 근로 사업 등의 농정 핵심 과제와 농협 사업을 연계한다는 계획이다. 농업인의 소득을 높이기 위한 ‘돈 버는 농업’으로의 전환에도 힘쓰겠다고 밝혔다.
강호동 회장은 “농협은 지난 65년간 농업, 농촌, 농업인을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라며 “앞으로 본연의 역할에 더욱 충실하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이 같은 농협의 대국민 사과와 혁신안이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강 회장이 직접 사과에 나섰지만 금품 수수 등 개인 의혹에 대한 해명은 없었다. 임원 다수가 사임했으나 강 회장은 겸직만 내려놨다는 점도 주목된다. 2024년 3월 취임한 강호동 회장의 임기는 4년으로, 현재 만 2년도 채우지 못한 상태다.
농협중앙회 또한 쇄신안에 내부통제기구의 폐쇄적인 인적 구성을 바꿀 방안은 담지 않았다. 비상임이사, 감사위원 등 임원에게 증빙서류 없이 지급한 특별수당이나 직상금 등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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