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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덕원' 들어가면 집값 오른다? 아파트 개명 열풍 뒤에는…

GTX 등 호재 올라타려, 행정구역 다른데 신청하기도…"집값 영향 미친다 보기 어려워"

2022.02.01(Tue) 11:29:26

[비즈한국] 내 집의 ‘가치’를 올리기 위해 아파트 이름을 바꾸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건설사 명칭이나 지역명 등을 손보거나, ‘펫네임(특색을 살린 애칭)’을 업그레이드 하는 식이다.

 

서울과 경기 곳곳에서 일부 입주민들이 이미지 제고는 물론 자산 가치 상승을 기대하며 지자체에 개명을 요구하고 있다. ‘프리미엄’을 강조한 아파트명이 집값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각이 있지만, 아파트 이름이 행정구역과 일치하지 않아 혼동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지역구에서 거절하는 사례도 나온다. 생활환경 개선 없이 유행처럼 번지는 명칭 변경 제안을 두고 ‘허울뿐인 개명’이라는 비판 여론도 계속되고 있다.

 

경기 의왕시 ‘포일자이’는 지난해 ‘인덕원 센트럴자이’로 개명했다. 최근 아파트명에 포함된 지명, 펫네임 등을 변경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인덕원’·‘마곡’ 후광 입으려 개명 ‘러시’

 

지난해 6월 경기 안양시 동안구 인덕원역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노선 정차가 확정된 뒤 안양과 의왕시 아파트 주민들은 너도나도 단지명에 ‘인덕원’을 넣겠다고 나섰다. 인덕원역 교통 호재에 올라타 집값을 올리려는 목적이다.

 

경기 의왕시 포일동 ‘포일 숲속마을 4·5단지’는 ‘인덕원 숲속마을’로 이름을 바꿨고 내손동 ‘포일자이’는 ‘인덕원 센트럴자이’로 개명했다. 안양 동안구 평촌동 ‘삼성래미안’은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아파트 명칭을 ‘인덕원 삼성래미안’으로 바꾸기로 의결했다. 이후 주민 공고를 통해 “GTX-C노선 인덕원역이 확정되면서 인덕원의 지명도가 높아지고 경기 남부 교통 요지로 떠오르고 있다”며 “아파트 가치를 높이기 위해 공식 명칭에 인덕원을 추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인덕원역 인근인 경기 안양시 동안구는 상반기 아파트값 누적 상승률 16.59%를 기록했고 의왕시는 20.57%로 전국 1위에 올랐다. 인덕원역 추가 정차 결정이 인근 지역 집값을 견인하자, 실제 거리상으로는 멀리 떨어진 구역의 단지들도 적극적인 행보에 나선 것이다. ‘인덕원 숲속마을’과 ‘삼성래미안’은 역에서 도보로 약 20분, ‘인덕원 센트럴자이’의 경우 약 40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서울에서도 개명 열풍은 거세다. 지난해 강서구청은 아파트 5곳의 명칭 변경을 승인했다. 지난 4일에는 ‘방화12단지 도시개발공사아파트’가 ‘마곡중앙하이츠아파트’로 개명 처리가 완료됐다. 6곳 모두 마곡동에 비해 비교적 주목 받지 못한 방화동 사례다. △방신서광→마곡서광2차 △방화동 한진로즈힐→마곡 한진해모로 △방화현대→마곡현대1차 △신안네트빌→네트빌마곡 △한숲마을대림→마곡한숲대림 등이다. ‘방화2-2그린아파트’도 ‘마곡한강그린 아파트’로 바꾸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일부 입주민들은 이미지 제고는 물론 자산 가치 상승을 기대하며 지자체에 개명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은 수도권 아파트단지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박정훈 기자


한 자치구에서 같은 지명을 포함한 이름 변경이 연달아 승인된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마곡지구에 몰려있는 다양한 호재의 영향권 안에 들어가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마곡지구는 강서구 집값 상승의 최전선에 있다. 마곡엠밸리단지에서 유일한 민간 아파트 브랜드인 ‘마곡13단지 힐스테이트마스터’는 지난해 하반기 처음으로 ‘대출 금지선’인 15억 원을 넘어서 신고가인 15억 1000만 원에 매매 계약이 체결됐다. 마곡지구는 마곡엠밸리 등 대장주 단지 인근에 형성된 편의시설, 서울식물원 등 근린시설과 더불어 2024년 준공 예정인 대규모 마이스(MICE) 복합시설 ‘르 웨스트’ 등의 호재가 이어지고 있다. 

 

부정적인 ‘후광’을 벗기 위한 개명 요구도 있다. 공공분양 아파트들을 중심으로 ‘LH(한국토지주택공사)’나 ‘부영’ 등의 단어를 빼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공공임대아파트를 주로 건설하는 부영의 사명과 LH 등을 없애 ‘임대아파트’라는 선입견을 벗어나려는 시도다. 지난 11일 광주시 ‘광주 화정 아이파크’ 건설 현장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한 이후엔 HDC현대산업개발의 브랜드명 ‘아이파크’를 빼야 한다는 주민 의견이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자치구와 소송도 불사, 집값에 영향 있을까

 

건축법은 주변 여건 등의 변화에 따라 필요 시 건물의 소유자가 건물의 명칭 변경을 신청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주민들이 투표를 통해 브랜드를 바꾸겠다고 해도 다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파트 이름을 바꾸기 위해서는 소유자 80% 이상의 서면 동의 혹은 75% 이상의 집회 결의가 필요하다. 이후 시공사로부터 변경허가 사용승낙서를 받아야 하고 지역명이 아파트 이름에 들어가기 때문에 자치구 승인도 받아야 한다. 

 

입주 후 10년이 지난 아파트까지 번거로운 개명 절차에 나선 것은 지역 명, 단지 이름이나 건설사 브랜드가 집값에 영향을 끼친다는 인식이 만연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부동산R114와 한국리서치의 공동 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성인 남녀 10명 중 9명은 건설사와 브랜드 가치가 아파트 가격 형성에 중요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건설사가 아파트를 둘러싸고 있는 입지, 자연 환경, 학군 및 특장점 등의 특색을 살려 붙이는 ‘펫네임’ 경쟁이 강화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과거 대규모 단지임을 강조하는 기능으로 각광받았던 단지 명 뒤 ‘1차’ 등의 표현은 낡은 이미지를 준다는 이유로 저무는 추세다. 대신 ‘센트럴’, ‘아트’, ‘아르떼’, ‘첼리투스’, ‘더클라스’ 등 외래어 표현이 ‘고급화’ 전략에 활용되고 있다. 

 

양천구청은 신월동에 위치한 신정뉴타운 롯데캐슬 입주민과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사진은 해당 아파트의 명칭 변경 제안서.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하지만 많은 아파트가 너나 할 것 없이 개명 열풍에 동참하면서 부정적인 시각도 나온다. 실제 소재지가 아닌 지역명을 아파트 이름에 포함하려는 것에 대해 ‘지나치다’는 의견이다. 서울 양천구 신월동에 있는 ‘신정뉴타운 롯데캐슬’은 지하철 2호선 신정네거리역까지 걸어서 10분 정도 걸리는 역세권 입지다. 지난해 10월 전용면적 84㎡는 최고가인 12억 1000만 원에 팔리며 호가가 14억 원까지 올라갔다. 이 아파트는 단지명을 ‘목동 센트럴 롯데캐슬’로 바꾸는 절차에 나섰는데, 양천구청은 신월동에 위치한 아파트를 소재지와 달리 목동으로 표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명칭 변경 신청을 반려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필담 비판’이 뒤늦게 올라오며 한 차례 이슈가 됐다. ‘목동 롯데캐슬 에비뉴’, ‘목동 센트럴 롯데캐슬’, ‘스카이 롯데캐슬’ 등의 명칭이 제안된 가운데 일부 주민들이 ‘그냥 삽시다’, ‘목동도 아닌데 웬 목동. 적당히 합시다’라며 반발한 것이다.

 

양천구청과 입주민은 현재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최근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가 구청의 손을 들어주며 “단지가 목동과 멀리 떨어져 있으며, 행정구역이 명확하게 구분되는데도 구청이 사용 승인할 경우 일반인들 인식에 혼란을 줄 수 있다”고 판결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천구청 관계자는 “법정동과 건물 명칭이 다르고, 증축 혹은 리모델링 등 실질적인 외형 변화가 없어 명칭 변경의 근거가 부족하다”며 “목동이 가진 네임밸류를 확보하기 위해 문서상으로만 이름을 바꾸는 것은 혼동의 여지를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아파트명 개명 열풍은 주거의 가치보다 자산적 가치가 커져 생긴 현상이다. 내가 사는 곳이 나의 사회적 가치를 말해준다는 인식에서 시작된 것”이라며 “실제로 고급스럽게 이름을 지으면 집값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지만 단기적인 집값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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