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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텔링] 극초음속 미사일, 정해진 계획대로 대응하면 된다

북한 공개 전부터 이미 방어계획 준비…번개 사업 실패 거울삼아 차분히 추진해야

2022.02.02(Wed) 13:21:40

[비즈한국] 2021년 1월은 온통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에 대한 논란뿐이었다. 워낙 북한이 대단한 성능을 가지고 있다고 선전하니 국내 언론도 격추가 불가능하니 북한이 핵무기로 무조건 선제공격이 가능하다는 자극적인 분석도 덩달아 나왔다. 이 때문에 선제 타격이 맞느니, 예방전쟁이 맞느니 하는 불필요한 논쟁까지 정치권에서 더불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결론부터 먼저 말해보자.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은 새로운 위협으로 한반도 안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건인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이것은 급작스러운 사건이 아닌 예측된 행보로서, 이미 우리는 예전부터 북한의 신형 미사일 대응계획을 추진 중이었다.

 

우리나라의 장사정포 요격 체계. 사진=김민석 제공

 

우선 가장 최근에 알려진 한국형 미사일 방어 시스템(KAMD)의 향후 대응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일단 두 개의 새로운 지대공 미사일 체계가 추가된다. 일명 ‘M-SAM Block3’와 ‘L-SAM Block2’ 로 불리는 이 미사일들은 각각 M-SAM Block2 와 L-SAM을 개량하는 것인데, 우선 M-SAM Block3는 미사일의 적을 탐지하는 다기능 레이더(MFR)를 구형 수동 위상배열 레이더(PESA)가 아닌 KF-21 보라매 전투기와 같은 기술인 능동 위상배열 레이더(AESA)로 교체한다. 탄도탄을 더 멀리서, 더 많은 표적을 동시에 탐지하는 것은 물론 전 방향 감시가 가능해진다. L-SAM Block2는 기존 L-SAM보다 더 높은 고도의 탄도미사일을 격추할 수 있도록 개조되어, 일명 ‘K-사드’라고 할 만한 탄도 미사일 요격능력을 가질 계획이다.

 

최근 몇 년 새 공개된 또 다른 KAMD 시스템은 또 있다. 언론에서 가장 주목하는 것은 레일건(Railgun)인데, 화약이 아닌 전자기력으로 초고속 포탄을 발사하는 레일건으로 극초음속 포탄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을 연구 중이다. 원래 레일건은 미사일 요격용이 아닌 지상의 목표물을 파괴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었으나, 이를 변경한 것이다.

 

또 다른 새로운 무기체계도 곧 본격 연구에 들어갈 예정이다. 일명 ‘상승단계요격’(Boost Phase Missile Defense)라는 개념으로, KF-21 보라매 전투기에 발사 직후 상승하는 탄도미사일을 파괴할 수 있는 요격 미사일을 탑재하는 것이고, 현재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미사일 조기경보 위성(SBIRS)을 대신할 ‘한국형 미사일 경보위성’도 추진 중이다.

 

이 모든 새로운 미사일 방어 시스템이 목표로 하는 방향성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 번째 방향성은 요격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다. 수학적으로 성공 확률 50%의 요격 미사일이라도 3회 이상 요격 기회를 가진다면 성공 확률이 92.5% 이상이다. 현재 3단계로 되어 있는 KAMD를 5단계 이상 확대한다면 고도가 낮은 극초음속 미사일이라도 3회의 요격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두 번째 방향성은 최초 요격 시점을 앞당기는 것이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낙하 위치를 알기 어렵다는게 가장 큰 장점이다. 일부 언론들은 극초음속 미사일이 너무 빨라서 미사일이 쫓아갈 수 없는 것처럼 표현하지만 사실 북한 극초음속 미사일의 속도 마하6은 ICBM보다 빠르지 않다. 또한 마치 UFO처럼 불규칙 기동을 할 수 있는 것처럼 오해하는 사람도 있는데, 극초음속 미사일은 곡예비행기 같은 급격한 방향 전환이 불가능하다. 다만 낙하 위치를 방어자가 알 수 없게 하거나, 탄도탄 감시 레이더의 사각지대(Dead angle)를 우회하는 것이다.

 

즉, 북한은 끊임없이 자신의 미사일능력을 고도화 시키려고 노력하지만, 그 노력이 어디로 향할지는 명백하므로 대응책도 분명하고, 우리 정부와 군이 북한 미사일 기술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군비경쟁에서 상대방의 수가 뻔히 보이는 21세기에서는 자연스러운 상황이고,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꾸준한 연구개발과 대응 무기체계 발전을 통하면 현재의 군사력 균형이 깨진다고 표현하기는 어렵다.

 

다만, 공격 무기가 방어 무기보다 훨씬 개발이 쉽고 비용이 적은 것은 우리의 약점인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이 경제적 불균형을 이용한 ‘군 흔들기’ 나 ‘방위산업 흔들기’가 우리 내부에서 나올 경우이다.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 KAMD는 지난 10여 년간 정권의 교체와 무관하게 꾸준하게 연구와 투자가 진행된 것이고,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로 KAMD가 단숨에 무력화된 것이 아니다. KAMD가 무너졌으니 선제공격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문제이고, KAMD가 무너졌으니 무조건 공격해야 한다는 주장도 극단적인 의견일 뿐이다.

 

우리는 이미 기존 무기체계에 대한 불신으로 극단적인 결정을 내려 우리 국방에 큰 문제를 일으킨 경험이 있다. 지난 이명박 정부 때 진행된 일명 ‘번개 사업’은 국내 국방과학 역사상 최악의 실패 중 하나인데,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계획에 없는 급작스러운 북한 갱도 파괴무기를 번개 같은 속도로 만든다는 결정은 결국 사업 관리의 실패로 오히려 정상적 절차보다 느린 실용화와 전력화로 우리 군의 국방력에 큰 타격을 준 바 있다.

 

마침, 대선 공약으로 기존에 2030년으로 계획된 일명 ‘한국형 아이언돔’ 계획을 4년 빨리 단축한다는 모 캠프에서 주장 중이다. 수조 원의 연구비용이 들어가는 한국형 아이언돔 같은 복잡한 무기체계가 개발기간을 4년이나 줄인다는 것은 정말로 번개 같은 속도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무기체계는 개발기간을 1년 줄이기 위해 필요한 예산과 자원을 연구하는 데 1년이 드는 황당한 일도 비일비재하다는 것을 명심하고, 국방 연구개발사업을 마음대로 수정 가능한 약속으로 치부하는 것을 그만둬야 한다.

 

옛날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악당들은 항상 주인공들을 무찌르기 위해 신무기를 준비하다가, 갑자기 고장 나 스스로 일을 그르친다. 그때 항상 악당들의 과학자가 시간과 예산을 조금만 더 줬다면 괜찮았을 거라고 하지 않던가. 북한의 이벤트성 시험발사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우리 국방기술을 조금만 더 신뢰하는 정치권이 되길 기대해 본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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