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Story↑Up > 라이프

[행복한 미래 의학] 감초가 좋은가, 아스피린이 좋은가

"대립적인 것은 상보적인 것" 한방·양방 다르기에 서로 보완할 수 있어

2022.08.02(Tue) 09:41:27

[비즈한국] 필자가 운영하던 양·한방 협진병원에 어지럼을 호소하는 두 환자가 내원한 적이 있다. 한 환자는 41세 여자로 본원 가정의학과에서 진료를 받았는데, 어지럼 외에 두통, 구역감, 눈 통증, 소화기 장애 등을 호소하였다. 양방에서 많은 검사를 했지만, 약간의 위염 정도 외에 별 이상이 없어 뚜렷한 진단 없이 대증요법으로 치료했으나 개선되지 않아 한방내과로 전과했다. 한방 검사 결과로는 위장의 담 독소가 뇌로 파급되어 발생한 담적증후군으로 진단되어 담적 치료를 적용하자 치료 4주 만에 모든 증상이 개선됐다.

 

다른 환자는 55세 남자 환자인데, 어지럼증 외에 손발 저림과 고혈압이 있어 중풍을 우려해서 한방이 더 나을 것 같아 한방내과를 선택했다고 했다. 담 독소 제거와 혈액 순환제 등 한방치료를 한 뒤 나은 듯하다 재발해 양방으로 전과했다. 뇌 혈류 검사를 해보니 뇌로 올라가는 경동맥이 좁아져 있었다. 급히 혈전약을 썼고 그 결과 어지럼 등 모든 증상이 개선됐다. 만약 이 환자가 한방치료를 고집했으면, 중풍 같은 큰 병으로 진행할 수도 있었다.

 

감초가 좋을 때도 있고, 아스피린이 좋을 때도 있다. 즉 같은 증상이나 질병이라도 서양의학이 유리한 것이 있고, 한의학이 유리한 것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인체를 조직세포학적으로 바라보는 서양의학과 인체를 소우주로 보는 관념론적 자연철학에 입각한 한의학이 공존한다. 두 의학은 질병 분석(병리론)은 물론 진단과 치료 모든 면에서 전혀 다르다. 이처럼 서로 다른 두 의학이 한 나라에 공존하다 보니, 국민은 어디서 어떻게 치료하는 게 최선일지 몰라 혼란스러워한다. 더욱이 두 의료계는 내가 잘났고 너는 못났다는 식으로 서로 깎아내리고 비판, 공격하는 등 지독하게 갈라져 있는 상태다. 

 

필자는 두 의학을 융합하면 세계 최고의 의학이 탄생한다는 비전을 품고 1992년 실질적인 한·양방 협진병원을 설립했다. 사실 이런 비전은 필자 혼자만은 아니었다. 1960년대 경희대학도 같은 목표로 한의과대학과 의과대학 및 부속병원, 그리고 중간에 동서의학연구소를 설립해 두 의학 통합을 위해 많은 지원과 노력을 기울였다. 이 외에 국립의료원, 카톨릭대학 등도 국가 지원을 받으며 두 의학 접목을 시도했으나 모두 결실을 거두지 못했다. 

 

이처럼 서로 다른 학문을 접목한다는 게 거의 불가능함에도 필자는 두 의학이 접목되면 분명히 더 완전한 시너지 의학이 창출된다는 확신 하나만 가지고 융합 방법론을 찾기 위해 모험적 행보를 내디뎠다. 양자론의 창시자 중 한 명인 닐스 보어(Niels Bohr)는 “대립적인 것은 상보적인 것(Contraria sunt Complementa)”이라는 명제를 남겼는데, 서로 다르기 때문에 오히려 보완할 수 있다는 진리를 우리가 간과한 것이다. 실제 필자는 한의학을 여자, 서양의학을 남자라 비유하곤 한다.

 

1992년 설립한 협진병원은 양·한방 의료진이 함께 환자를 진료하고 케이스 콘퍼런스를 하는 구도의 병원이었는데, 서두에 소개한 두 어지럼증 환자와 비슷한 경우를 많이 경험하면서 소중한 교훈을 얻게 되었다. 같은 증상이나 질병이라도 서양의학이 유리한 것이 있고, 한의학이 유리한 것이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그 기준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기준을 세우는 일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민 건강을 위해 두 의료계가 반드시 이뤄내야 할 숙제지만, 소개한 두 환자를 통해 쉽게 알 수 있는 것은, 검사에서 관찰되는 문제는 서양의학이 유리하고, 검사에는 이상이 없는데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는 한의학이 유리하다는 점이다. 

 

인간의 생명은 육으로만 구성되어 있지 않다. 인간은 영적인 동물로서 영과 혼이라는 보이지 않는 요소가 육과 상호호근(相互互根) 하면서 모든 생·병리가 진행되는 유기적 생명체다. 그런데 서양의학이 육의 문제만을 진단하고 치료함으로써 검사상 이상이 나타나지 않아 신경성, 기능성 등과 같은 원인 미상의 병이 많고, 근본적으로 치료가 안 되어 평생 약을 먹는 만성 질병이 많게 된 것이다. 한의학도 보이지 않는 기능의 문제는 잘 파악하지만, 미세한 부분에 대한 관찰이 정밀치 못하고, 대체로 포괄적이고 모호해서 치료가 안 되는 질병이 또 얼마나 많은가. 이처럼 두 의학은 질병 치료에 완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지해서 더 나은 의학을 위해 겸손과 상호 존중으로 만나야 한다. 감초가 좋을 때도 있고, 아스피린이 좋을 때도 있기 때문이다. 

 

‘행복한 미래 의학’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모든 질환에서 국민의 고통을 더 온전히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의학, 즉, 지난 30여 년간 두 의학을 융합해서 이룬 솔루션을 소개하고자 한다. 다음 호에서는 ‘서양의학과가 한의학은 적인가 동지인가?’라는 이야기를 하겠다. 

 

필자 최서형 박사는 양의학과 한의학을 융합하여 최고의 미래 의학을 구현하기 위해 1992년 양·한방 협진병원을 설립하고 두 의학 융합 방법론을 창안했다. 이러한 공로로 보건복지부의 신지식인 의료계 1호로 선정됐다. 현재 담적 전문병원인 위담한방병원과 암, 치매, 난치성 질환을 대상으로 한 충주위담통합병원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최서형 위담한방병원장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유럽스타트업열전] 반려동물 스타트업엔 '경기 침체'가 없다
· [현장] '노 마스크'로 떼창에 흡연까지…클럽은 코로나 방역 사각지대
· [부동산 인사이트] 용산개발, 실현 가능성과 좌초된 10년 전과 다른 점
· [사이언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은 외계 도시를 찍을 수 있을까?
·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 시즌 8] 안창석-디지털 언어로 '정신'을 담아내다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