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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떼돈 번 정유 4사, '횡재세' 도입 '기금 출연' 압박에 진땀

사상최대 분기 실적 거둔 2분기 영업이익만 7조 5천억 원으로 지난해 영업이익 이미 초과

2022.08.12(Fri) 17:28:00

[비즈한국]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S-Oil),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가 올 상반기 국제유가 상승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면서 초과 이윤에 대한 ‘횡재세’와 ‘사회공헌 기금’ 출연에 대한 거센 압박을 받고 있다. 

 

정유업계는 유가 등락에 희비가 엇갈리는 업계 현실을 감안하지 않고 조세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며 난처해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서울시내 한 주유소가 리터당 1700원 대에 휘발유를 판매하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올해 상반기 정유 4사는 연결기준 12조 3000억 원대 영업이익을 달성해 지난 한 해 거둔 영업이익 7조 2000억 원을 훌쩍 뛰어 넘었다. 1분기 4조 6670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정유 4사는 모두 지난 2분기 사상 최대 분기 영업이익을 갈아치웠다. 2분기 SK이노베이션은 영업이익 2조 3292억 원, GS칼텍스는 2조 1321억 원,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도 1조 7220억 원과 1조 3703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4사의 2분기 영업이익만 7조 5540억 원에 달해 분기 장사로만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을 초과한 상태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정유업계가 미리 사둔 원유 재고자산 가치가 덩달아 껑충 뛰었고 사업의 핵심인 정제마진까지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정유업계는 올해 1분기 거둔 영업이익 중 40% 정도는 원유 재고자산 상승에 따른 이익이라고 평가한다. 정제마진은 지난 1월 평균 6.01 달러에서 6월 평균 24.51 달러로 치솟았다. 정제마진은 정유사가 원유를 정제해 만든 휘발유 등 최종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를 포함한 원료비를 뺀 마진을 말한다. 정제마진은 통상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12일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리터 당 휘발유 가격은 1807.63원, 경유 가격은 1904.60원이다. 휘발유 가격은 올해 연고점 6월 30일(2144.90원) 대비 한 달여 만에 약 16%(337.27원), 경유 가격은 6월 30일(2167.66원) 대비 약 12%(261.14원) 하락했다. 

 

이러한 기름값 하락세는 7월부터 적용된 정부의 유류세 인하 폭을 30%에서 연말까지 37% 확대한 조치와 함께 일부 유종의 국제유가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수준인 90달 초반대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 국내 기름 값 하락세는 유류세 인하와 국제 유가 하락세에 있는 것이지 정유업계의 역할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정유업계가 고물가에 편승해 잇속만 챙겼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사단법인 에너지 석유시장감시단이 지난 4일 발간한 ‘7월 석유시장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국제 휘발유값이 284원 내릴 때 국내 정유사는 225원, 주유소는 162원만 값을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국제 기름값이 오를 때 국내 정유업계는 기름값 상승분을 그대로 받아들여 재빨리 가격에 반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고물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기름값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세수 감소를 무릅쓰고 유류세 인하에 나서 왔다. 지난 5~6월 유류세 30% 인하 조치가 취해지면서 1조 3000억 원 가량의 세수 감소가 발생했다. 또한 정부는 7월부터 올 연말까지 유류세 37% 인하 조치를 단행하기로 확정하면서 이로 인한 하반기 관련 세수 감소액만 5조 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가운데 국회는 지난 2일 본회의를 열고 2024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유류세 탄력세율 조정 한도를 현행 30%에서 50%로 확대하는 내용의 교통·에너지·환경세법 개정안과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정부가 탄력세율까지 고려한 실제 유류세 인하 가능 범위를 현재 최대 37%에서 최대 55%까지 확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최대폭까지 탄력세율을 적용할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다. 최근 국제유가 하향세와 함께 정부가 추가 세수 감소를 부담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유류세 추가 인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다. 현재로선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국내 정유사들을 상대로 ‘횡재세'나 사회공헌 기금 출연 등 고통분담을 압박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2일 발표한 ’국정감사 이슈 분석‘에서 “국내 정유 4사의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늘어난 만큼 횡재세 도입을 공론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시했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민생우선실천단은 지난 1일 정유 4사 임원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유럽과 미국은 석유업계를 상대로 이미 횡재세를 도입했거나 논의 중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UN사무총장은 3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한 글로벌위기대응그룹(GCRG) 보고서 발간 관련 기자회견에서 전 세계 정부에 석유·가스 기업을 대상으로 한 횡재세 도입을 촉구했다.

 

영국은 에너지 요금이 급등하자 지난 7월부터 석유와 가스업체에 정상화 될 때까지 일시적으로 25%의 초과 이윤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150억 파운드(약 24조 원)의 재원을 마련해 가계에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미국은 이윤율이 10%를 넘어서는 석유기업에 추가로 21%의 연방세를 물리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정유업계는 횡재세나 기금 출연 논의가 나오는 것에 대해 매우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수요 부진으로 정유업계가 5조 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을 간과한 채 올 상반기 최대 실적을 거뒀다고 압박하는 게 타당하냐는 지적이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횡재세 논의와 관련 “국내 정유업계는 원유를 시추하는 것이 아니라 정제업에 집중돼 있어 유럽과 미국 등에서 나오는 횡재세와 그 배경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최근 국제유가 하향세로 상반기와 달리 원유 재고자산의 손실이 예상된다”며 “정제마진 역시 지난 7월부터 고점인 6월 평균에 비해 절반 이하로 떨어져 하반기 상황을 낙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금 조성과 관련해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기금 출연의 경우 주주들이 배임 문제를 제기할 수 있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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