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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 경영승계 과정서 소액주주들 폭발한 속사정

고려아연 자사주 맞교환 두고 "자사주 마법" 지적…한화 "자사주 활용한 적극적 주주가치 제고"

2022.12.07(Wed) 17:32:50

[비즈한국] 한화그룹 경영권 ‘승계 1순위’로 거론되는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이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달 17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국내 주요그룹 총수들 간의 차담회에 한화그룹 대표로 참석한 데 이어, 지난달 24일 윤석열 대통령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공장 방문 때에도 직접 안내를 맡았다. 재계에서는 회장 역할을 하고 있는 김 부회장에게 사실상 경영권 승계가 이뤄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제 지분 승계만 남은 셈이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이 지난 11월 17일 오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만나기 위해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김 부회장의 승계 과정에서 한화와 한화그룹 계열사 소액주주들의 불만은 증폭되고 있다. 한화 측이 시너지를 강조하며 방산사업 재편과 대우조선해양 인수, 고려아연 자사주 맞교환 등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주가 하락이 우려되고 주주가치 희석과 함께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철저하게 외면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화그룹은 지난 7월 계열사에 흩어져 있던 방산사업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통합하는 사업구조 재편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디펜스와 (주)한화의 방산부문을 흡수합병 및 인수했다. (주)한화는 방산부문을 물적분할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넘기는 대신 한화정밀기계를 가져왔고, 한화건설을 흡수합병했다. 이에 당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가는 치솟았고, (주)한화 주가도 소폭 상승했다. 다만 미래가치가 큰 방산부문을 넘겨준 (주)한화 소액주주들의 속은 쓰릴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사업재편에 따라 가장 큰 수혜를 얻은 곳은 김동관 부회장이 이끄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다.   

 

소액주주들은 대우조선해양 인수에도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이미 13년 전인 2009년 인수를 시도했다가 계약금만 날려먹은 전례가 있는 데다, 대우조선해양의 막대한 부채를 떠안게 되면 인수 주체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뿐 아니라 그룹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지난 3분기 연결기준 대우조선해양의 부채총계는 11조 6004억 원, 부채비율은 1290%로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상태다. ​한화그룹이 ​인수 시 추가로 자금을 투입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는 지난달 28일 현장 실사를 마무리하고 이달 중순 본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최근 고려아연과의 자사주 맞교환 결정은 소액주주들의 분노를 키웠다. 그간 소액주주들의 자사주 소각 요구에도 꿈쩍하지 않던 한화가 최근 잠자던 자사주를 깨워 주주가치를 희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화는 지난 11월 23일 고려아연과 사업제휴 강화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 관계 구축을 목적으로 보유한 자사주 7.3%(543만 6380주)와 고려아연의 자사주 1.2%를 맞교환한다고 밝혔다. 또 고려아연과 수소 밸류체인사업, 탄소포집 사업, 풍력발전 사업 및 자원개발 사업 등에서 사업제휴를 위한 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처분 전 한화가 보유한 자사주는 656만 8817주다. 

 

한화와 고려아연의 자사주 맞교환 배경에는 고려아연을 둘러싼 영풍그룹 오너 일가의 지분 경쟁이 있다. 한화그룹이 영풍그룹으로부터 독립하려는 최윤범 고려아연 부회장의 백기사로 나서면서 지난 8월 한화H2와 한화임팩트 등 한화그룹 계열사들이 고려아연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고려아연 지분 6.8%를 확보한 데 이어, 이번에는 (주)한화와 고려아연이 자사주를 맞교환한 것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부회장과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두 회사의 자사주 맞교환은 결국 지배주주 측 의결권이 강화되는 결과를 낳게 됐다. 원래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제3자에게 처분하면 의결권이 되살아난다. 지배주주는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자사주를 넘기며 우호지분을 확보, 의결권을 부활시키는 셈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소액주주의 권한은 작아진다. ‘자사주의 마법’이다. 지난해 12월 시장에서 물적분할 후 모‧자회사 동시상장 등이 이슈가 되면서 자사주 마법과 모자회사 이중상장 등 소액주주의 손실을 야기하는 대주주의 편법을 규제하겠다는 국회의 움직임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이뤄진 것은 없다. 

 

더욱이 한화그룹의 지주사 격인 (주)한화는 지난 6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성과회의를 개최하고 하반기 중 ESG 경영의 지배구조(G) 측면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방안을 발표한다고 밝혔으나, 올해가 다 가도록 아무런 계획도 내놓지 않았다. 지난해 3월 이사회 내 ESG위원회를 신설하면서 ‘ESG에 진심’이라는 평을 들었던 것과는 상반된 행보다. 

 

이와 관련, (주)한화 관계자는 “한화는 하반기 사업재편을 발표하며 기업가치 제고에 나섰고, 고려아연 주식교환을 통해 전략적 제휴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등 신성장 동력 확보에 힘쓰고 있다”며 “보유한 자사주를 활용한 적극적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이미 실행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실행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소액주주들의 불만과 정확히 대치되는 주장이다.

 

이에 박판서 한화그룹 소액주주 대표는 “주가 저평가가 이어지자 소액주주들은 상반기 본사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자택 앞 등에서 집회와 시위를 ​11회 ​열었다”며 “당시 시위 중단을 요구하며 면담을 요청한 IR팀이 정작 면담에선 ‘할 말이 없다’고 했다”며 울분을 토했다. 박 대표는 “사측은 신사업 진출, 시너지 강화 등으로 명분을 쌓고 있으나 최근의 여러 변화가 모두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결과를 낳았다”며 “승계 작업을 위해 주가 하락을 방치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고 강조했다.

여다정 기자 yeop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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