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비즈니스 법률(알쓸비법)’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사업자 사이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마케팅도 과열되기 마련이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광고를 문제 삼는 일도 늘어난다. 경쟁 사업자의 광고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을 때, 다툴 수 있는 수단에는 무엇이 있을까.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것은 형사 고소다. 예컨대 업무방해죄나 사기죄로 고소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사업을 영위하는 입장에서는 광고 관련 분쟁을 곧바로 형사사건으로 끌고 가는 데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실무상으로도 광고를 둘러싼 다툼에서 사기죄 등이 인정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허위성이 극히 명백하고 비난 가능성이 상당히 큰 예외적 사안이 아니면 형사책임까지 인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제가 된 사례를 보면, 종전에 출하한 적 없는 신상품에 대해 첫 출하부터 마치 기존 판매가가 있었던 것처럼 종전 가격과 할인 가격을 병기해 곧바로 세일에 들어가는 이른바 변칙 세일 광고가 있었다. 또 기획 특선으로 판매한 산양산삼이 실제로는 인공 재배한 삼에 불과했고 감정서 역시 허위였지만, 마치 자연삼 종자를 심산유곡에 심어 자연 상태에서 성장시켰다가 수십 년 만에 채취한 진짜 산양산삼인 것처럼 광고한 사례도 있었다. 이처럼 광고의 허위성 자체가 분명하고 거래 상대방의 판단을 현저히 왜곡했다고 볼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형사 책임까지 인정되기는 쉽지 않다.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역시 생각해 볼 수 있다. 판례를 찾아보면 허위광고를 이유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 사례 자체는 적지 않다. 대부분 소비자가 부동산 분양 광고나 금융투자 상품 판매 광고를 문제 삼은 경우다. 예를 들어, 분양 광고에서 아파트 인근에 해양 공원이 들어서고 경전철이 신설될 예정이라고 광고했으나 실제로는 그러한 계획이 진행되지 않는 경우 수분양자가 시행사나 시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유형이 대표적이다.
반면 경쟁 사업자가 다른 경쟁 사업자를 상대로 허위광고로 손해배상을 청구해 책임이 인정된 사례는 상대적으로 찾기 어렵다. 이유는 분명하다. 우선 허위광고로 인해 경쟁 사업자에게 법적으로 평가 가능한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는지가 문제다. 설령 손해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손해가 문제의 광고로 인해 발생했다는 점, 즉 광고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결국 경쟁사업자 간 광고 분쟁에서 민·형사소송은 이론상 가능하더라도 실제로는 쉽고 효율적인 수단이 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실무에서는 다음 단계로 표시광고법 위반 또는 전자상거래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게 된다. 표시광고법은 부당한 표시·광고를 금지하고 이에 대한 행정적 제재 수단을 둔다. 형사 고발도 제도상 가능하나, 가습기 살균제 광고와 같은 예외적 사안을 제외하면 대부분 행정제재 단계에서 사건이 종결된다. 전자상거래법 위반 광고 사건 역시 대체로 이러한 표시광고법 실무의 연장선에서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표시광고법상 금지되는 부당광고는 대체로 △거짓·과장 광고 △기만 광고 △부당한 비교 광고 △비방 광고의 유형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이러한 개념들은 모두 상당 부분 불확정 개념으로 이뤄져 있다. ‘거짓’ ‘과장’ ‘기만’ ‘오인하게 할 우려’ ‘공정한 거래 질서를 해칠 우려’와 같은 표현은 문언만 보아서는 경계가 분명하지 않다. 결국 구체적 사건의 맥락, 광고 문구의 표현 방식, 광고가 게재된 매체, 거래 관행, 소비자 인식 등을 종합해 해석할 수밖에 없다.
간혹 문헌이나 해설서를 보면 표시광고법 조항을 나열하면서 마치 조문만 읽으면 곧바로 부당광고 여부를 식별할 수 있는 것처럼 설명하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 실무는 전혀 그렇지 않다. 조문만으로는 개별 광고가 위법한지 아닌지를 판별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해석에 따라서는 현실의 상당수 광고가 모두 부당광고처럼 보일 수도 있다. 본질적으로 광고에는 소비자의 주목을 끌기 위한 일정한 과장과 강조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결국 실무진은 조문뿐만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의 심결례, 법원 판결례, 최근 집행 동향까지 함께 봐야 한다.
공정위 심결례를 살펴보면, 부당광고를 인정한 사례는 대체로 몇 가지 유형으로 묶을 수 있다. 첫째, 허위성 및 소비자 오인 가능성이 비교적 명백한 경우다. 예를 들어 대구 소재의 한 학원은 강사진이 ‘서울대 수리과학부’ 출신이라고 광고하면서 ‘매년 SKY와 의·치대 합격생을 다수 배출한다’고 홍보했으나, 실제로는 사실이 아니거나 지나치게 부풀린 내용이었다. 공정위는 이에 대하여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또 골프공 판매 사업자가 ‘KPGA 볼 사용률 1위’ ‘KPGA 프로들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볼’이라는 문구를 사용해 마치 KPGA 주관 1부 투어에서 선수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골프공인 것처럼 광고한 사안도 있었다. 실제로는 그런 표현을 뒷받침할 객관적·합리적 근거가 없었고, 공정위는 이를 부당광고로 보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억 600만 원을 부과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특히 ‘1위’ ‘최다’ ‘압도적’ ‘가장 영향력 있는’ 같은 단정적 표현이 객관적 근거 없이 사용될 때 얼마나 큰 법적 위험이 발생하는지를 보여준다.
둘째, 소비자에게 알려야 할 중요한 사실을 알리지 않음으로써 소비자를 오인시키는 기만 광고 유형이다. 이는 최근 IT 기술의 발전과 온라인 플랫폼의 대중화로 인해 더욱 빈번하게 문제되고 있다. 예컨대 광고대행사가 인플루언서를 모집해 SNS에 식당이나 숙박업소 체험 후기를 게시하게 하면서, 그 게시물이 경제적 이해관계에 기초한 광고라는 점을 누락한 사례가 있었다. 공정위는 이를 자발적 후기인 것처럼 소비자를 오인시킨 부당광고로 판단해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세무 플랫폼 운영 사업자가 ‘새 환급액이 도착했어요’ ‘환급액 조회 대상자 선정’ ‘환급액 우선 확인 대상자입니다’와 같은 문구를 사용한 사례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는 새로운 환급금이 발생한 것도 아니고, 특정한 선정 절차를 거쳐 우선 확인 대상자가 된 것도 아니었지만, 마치 개별 소비자에게 실질적 혜택이 이미 발생한 것처럼 인식하게 만든 것이다. 공정위는 이를 부당광고로 봐 시정명령과 함께 71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셋째, 광고 내용을 정당화하기 위해 전문적인 시험·분석·감정 또는 인증 자료가 필요한데, 그러한 객관적 근거 없이 효능·안전성을 단정적으로 광고한 경우이다. 예를 들어 침대용 소독·방충제 제품 포장에 ‘인체에 무해한 원료를 사용했다’는 문구를 표시한 사안에서, 국내외 전문 연구기관의 분석 결과 실제로는 신체 접촉 경로에 따라 일정 수준 이상의 독성 및 건강 유해성을 가진 성분이 포함돼 있었다.
공정위는 위 광고 문구를 거짓·과장 광고로 보아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최근에는 인체 유해 성분·친환경·무독성·항균성·기능성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기 때문에, 이러한 영역의 광고는 특히 엄격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인체에 무해’ ‘100% 안전’ ‘완전 무독성’과 같은 표현은 광고상 매력은 크지만, 이를 뒷받침할 충분한 자료가 없다면 매우 위험한 문구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사업자로서는 표현 수위를 조절하거나, 사전에 전문기관의 시험·분석 자료를 충분히 확보할 필요가 있다.
넷째, 비교적 드문 유형이지만 경쟁 사업자를 은밀하게 비방하거나 비난하는 방식의 광고가 있다. 공정위는 광고대행사를 이용해 54개 인터넷 사이트에 경쟁사의 유아용 매트 제품을 비방하는 댓글과 게시물 274개를 게시한 사례에서, 이를 기만 광고로 판단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5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 유형은 전통적인 의미의 광고라기보다 온라인 여론 형성, 후기 조작, 바이럴 마케팅의 외형을 띠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경쟁 사업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인위적으로 조성해 소비자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표시광고법상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사례들을 종합해 보면 부당광고는 아무 광고에서나 무차별적으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행위 유형과 관심 영역에서 집중적으로 문제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객관적 근거 없이 시장지배적 지위나 우월성을 단정하는 표현, 경제적 이해관계를 숨긴 뒷광고, 인체 안전성이나 기능성을 뒷받침할 자료 없이 단정하는 광고, 경쟁 사업자를 은밀히 비방하는 게시물이나 댓글 등이 특히 대표적이다.
다만 부당광고 사건이 실무상 어려운 이유는 별도로 있다. 1차적 집행 권한이 공정위에 집중돼 있는데, 공정위 역시 다수의 사건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건의 중대성, 정책적 우선순위, 사회적 파급력 등을 함께 고려해 사건을 선별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신고인으로서는 위법성이 의심되는 광고라고 생각하더라도, 공정위가 정책집행 필요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하거나 사회적 관심도가 크지 않다고 보면 무혐의나 심사 절차 종료 등으로 종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런 사정 때문에 과거에는 사업자들에게 경쟁 사업자의 부당광고를 적극적으로 신고하라고 쉽게 권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국내 온라인 커머스 환경이 소수의 대형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개별 플랫폼의 내부 판단이 입점 업체의 영업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보다 훨씬 커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공정위의 최종 제재 여부 못지않게, 플랫폼이 특정 광고나 판매 게시물을 어떻게 평가하는지가 실질적으로 중요해졌다. 경쟁 사업자가 플랫폼에 상대방 광고를 신고하고, 플랫폼이 자체 기준에 따라 해당 광고나 판매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노출을 제한하면, 그 자체로 해당 사업자의 영업 활동은 상당한 제약을 받을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공정위 제재보다 플랫폼 조치가 더 즉각적이고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결국 오늘날 사업자에게 광고 컴플라이언스는 더 이상 사후 분쟁 대응의 문제가 아니라, 영업 지속성과 직결되는 상시적 관리 과제가 됐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광고하거나 상품을 판매하는 사업자라면 자신의 광고 문구, 이미지, 후기 운영 방식, 비교 표현, 안전성·효능 관련 표현에 법적 문제가 없는지 사전에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동시에 경쟁 사업자의 광고 역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이제 광고 분쟁은 단순한 문구 다툼이 아니라, 플랫폼 유통 구조와 공정위 집행, 그리고 시장 내 경쟁 전략이 맞물린 종합적 리스크 관리의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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