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뉴스와 시장은 다른 언어를 쓴다. 요즘 뉴스를 보면 투자하기가 무섭다. 종전 협상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기싸움, 유가 100달러 돌파 공포, 연방준비제도 독립성 훼손 논란까지. 채널을 켜는 순간마다 새로운 악재가 쏟아진다. 그런데 이상하다. 시장은 오른다.
뉴스가 최악일 때 시장이 바닥을 치고, 뉴스가 가장 좋을 때 시장이 고점을 찍는다는 것은 오랜 격언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매번 이 사실을 머리로는 알면서 몸으로는 반대로 행동한다. 공포에 팔고, 안도에 산다. 이번에도 그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지금 이란 사태를 둘러싼 시장의 움직임을 냉정하게 해석하면 한 가지 불편한 진실이 보인다. 이미 시장은 결론을 내리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국-이란 협상이 끝나지도 않았고, 호르무즈 해협은 여전히 긴장 상태인데, 코스피는 지난주 5.6%, 나스닥은 5.5%가량 올랐다. 이것은 무모한 낙관이 아니다. 스마트머니가 극단적인 전면전 확률을 낮게 상정하고, ‘최악은 지났다’는 시나리오에 확률적 배팅을 시작했다는 신호다. 물론 시장의 바닥을 예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단기적으로는 지정학적 소음과 지표 발표에 따라 추가적인 진통이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가격의 일시적 출렁임이 아니라, 그 저변에서 흐르는 데이터의 변화다.
투자자들이 지금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제2의 2022년’이다. 많은 투자자들은 그 당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며 유가가 치솟고, 인플레이션이 4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던 악몽을 이란 사태에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지금 상황은 정말 2022년과 같은가? 2022년의 초인플레이션은 팬데믹 이후의 과잉 유동성과 공급망 마비가 맞물린 ‘4중 복합 충격’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재정은 제한적이고, 노동시장은 이미 냉각 중이며, 공급망 차질은 에너지에 국한돼 있다. 이 구조적 차이를 무시하고 과거의 공포를 복제하는 것은 지도가 다른데 같은 길을 가려는 것과 같다.
시장이 주목하는 심리적 마지노선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 배럴당 85달러다. 이 선이 왜 중요한가. 과거 데이터를 보면 유가가 이 구간 위에서 장기화될 때 비로소 에너지 비용 상승이 서비스 물가와 기대인플레이션으로 전이되는 ‘오염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즉, 유가가 85달러 아래에서 안정된다면 중앙은행은 공급 충격을 일시적 현상으로 간주하는 ‘일시적 충격 무시(look-through)’ 전략을 유지할 명분이 생긴다. 금리를 올릴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다.
연준의 긴축 재개 우려 역시 과장된 측면이 있다. 현재 연준은 금리를 3.75%에서 동결하며 관망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방향성이다. 유가가 점진적으로 하락한다면 미국의 핵심 물가(PCE)는 올해 4분기에 연준의 예측치(2.7%)를 상당 폭 밑돌 수 있다. 삼성증권은 이 경우 핵심 PCE가 2.4% 수준까지 내려올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21일 예정된 케빈 워시 연준 의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변수다. 시장이 가장 혐오하는 것은 특정 성향의 정책이 아니라 ‘예측 불가능성’이다. 인준 절차가 순조롭게 마무리돼 연준을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것만으로도 시장은 리스크 프리미엄을 걷어낼 것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달러 약세와 신흥국 자산의 반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부분의 투자자는 ‘잘못된 투자’를 두려워한다. 그러나 지금 시장에서 진짜 위험은 따로 있다. 하나는 비합리적 변수에 대한 무방비다. 전쟁은 경제적 논리로만 돌아가지 않는다. ‘비이성적 행위자의 돌출 행동’이라는 꼬리 리스크(Tail Risk)는 여전히 존재한다. 따라서 낙관에 올인하기보다 포트폴리오의 한 축에 에너지나 원자재 헤지를 남겨두는 전략적 유연함이 필요하다.
또 하나는, 그리고 이것이 더 치명적인 위험인데, 기회를 놓치는 위험이다. 공포에 매몰돼 관망하는 동안 시장은 이미 다음 단계로 넘어가 있다. 스마트머니는 뉴스를 보고 투자하지 않는다. 뉴스가 되기 전의 구조를 읽는다. 두려움이 가장 클 때가 종종 가장 좋은 진입 시점이라는 것은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다만, 매번 그 사실을 확신할 때는 버스가 떠난 뒤다. 지금 버스 정류장에 서 있다면 이제는 타야 할 때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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