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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기후주간] K-GX를 위한 철강·석유화학 탈탄소 해법 머리 맞댔다

강화된 환경 규제, 탄소 감축은 '생존을 위한 선택'…산업계 "시장 육성 통한 경제성 확보돼야"

2026.04.21(Tue) 18:22:04

[비즈한국] 전 세계적으로 탄소 중립이 산업 경쟁력의 새로운 척도로 부상한 가운데, 대한민국 기간 산업의 축인 철강과 석유화학 산업이 거대한 전환의 기로에 섰다. 유럽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강화되는 환경 규제는 더 이상 먼 미래 이야기가 아닌, 당장 우리 기업의 수익성을 결정짓는 실존적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철강과 석유화학의 탄소 배출량을 합하면 산업 전체 배출량의 약 65%를 차지하기에, 해당 산업의 탈탄소 전환은 탄소 중립 실천의 핵심 요소다. 유엔기후협약 기후주간과 녹색대전환(Green Transformation, GX) 국제주간 세미나에서는 이러한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구체적 전략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철강과 석유화학은 산업 배출의 약 65%를 차지하는 만큼 탄소중립의 성패를 가를 핵심 업종이다. GS칼텍스의 여수 공장의 모습. 사진=GS칼텍스 웹사이트


4월 21일 여수 유탑마리나 호텔에서 열린 ‘K-스틸법과 GX의 전략적 설계’ 세미나의 핵심은 저탄소 철강 전환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과 경제적 파급효과에 맞춰졌다. 발제를 맡은 고은 사단법인 넥스트 부대표는 ‘K-스틸법’이 지원하는 한국형 저탄소 철강 기준이 글로벌 수요처의 요구 수준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부대표는 현재 수소환원제철을 제외하고는 고로-전기로 복합공정 등이 글로벌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고은 부대표는 “수소환원제철 외에 중단기 대책으로 직접환원철(천연가스 혹은 수소 활용)과 전기로 복합공정인 DRI-EAF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법에 병행 추진을 명문화해 수소환원철 단일 경로 의존 리스크를 분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노라 장 뉴클라이밋 인스티튜트(NewClimate Institute) 연구원은 한국이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분석에 따르면, 한국 철강 산업이 총 배출 집약도를 약 36% 감축할 경우 CBAM에 따른 추가 비용 부담이 사실상 ‘0’에 수렴하게 된다. 이는 단순 비용 절감을 넘어, 다른 고배출 국가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며 무역 손실을 이익으로 전환할 기회라고 강조했다.

 

또한 국내 탄소배출권거래제(K-ETS) 강화를 주문했다. 장기적으로 CBAM 부담을 최소화하려면 철강업체에 대한 무상 배출권 할당량을 단계적으로 줄여 국내 탄소 가격 상승을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통해 확보한 세수는 다시 기업의 저탄소 공정 전환을 지원하는 재원으로 활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4월 21일 여수 유탑마리나 호텔에서 ‘K-스틸법과 GX의 전략적 설계’ 세미나가 열렸다 사진=김민호 기자


오후에 같은 장소에서 이어진 ‘석유화학 산업단지의 청정화학 전환을 위한 정책 및 투자 전략’ 세미나에서는 여수 국가산업단지를 중심으로 한 탈탄소 전환 전략이 도마 위에 올랐다. 석유화학 산업은 철강 못지않은 고탄소 배출 업종으로, 특히 플라스틱 산업에 대한 글로벌 규제가 강화되면서 공정 전반의 혁신이 요구되고 있다.

 

김아영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K-GX 실현을 위해 석유화학특별법 시행령 안에 ‘NCC 전기화’가 연구개발 및 정책금융을 지원할 수 있는 ‘석유화학 핵심전략기술’ 및 ‘고부가 전환’ 범위 안에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탄화수소 분해로 전기화뿐 아니라 NCC 전기화 실증 지원 사업 예산도 기후대응기금에 포함할 것을 제안했다.

 

김수강 사단법인 넥스트 연구원은 여수의 재생에너지 잠재력을 이용해 여수석유화학단지의 전기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김 연구원은 실천 방안으로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등 신규 전력 수요 유치 중심으로 구성된 분산특구 및 지역별 재생에너지 수급 계획에 석화 산단의 수요를 반영해야 한다고 짚었다. 또한 현재는 불가능한 기존 전력구매계약(PPA)과 분산특구 직접 거래의 병행 허용을 제안했다.

 

김수강 연구원은 “GX 추진 전략 내에 NCC 전기가열로·산업용 히트펌프 등 석유화학 산업의 공정 전기화를 세부 과제에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계에서는 탈탄소 전환의 중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저탄소 제품 시장의 수요가 마련되지 않은 점을 현실적 어려움으로 꼽았다. 남정임 한국철강협회 기후환경안전실장은 “저탄소 시장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공공조달에서 우선순위를 부여하거나 일본에서 전기차 보조금 중 녹색 철강 부문을 마련한 정책 등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석유화학 업계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왔다. 다양한 탄소 절감 기술이 개발되고 있지만 마땅한 판매처가 없어 경제성에 대한 고민을 토로했다. 석주화 GS칼텍스 뉴에너지사업개발팀장은 “총 배출량 20% 감축까지는 비용 발생 없이 사용 에너지를 줄이거나 공정 최적화 등으로 감축 가능하다. 하지만 이후에는 제품 가격에 영향이 가기에 저탄소 제품이 기존 시장에서 경쟁하기 어려워 시장 육성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김민호 기자

goldmin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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