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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진의 계정공유] 죽지 않고 귀환한 노장의 존재감 '털사 킹'

'록키', '람보' 실베스터 스탤론의 OTT 데뷔작…70대에도 건재함 과시한 원톱 활약

2023.01.13(Fri) 16:20:11

[비즈한국] 실베스터 스탤론. 우리에게 영원한 록키이자 람보인 그가 마피아로 돌아왔다. 글로벌 OTT 파라마운트 플러스(파라마운트+)의 신작 시리즈 ‘털사 킹’에서 이탈리아계 마피아 드와이트 맨프레디로 출연한 것. 영화에서만 활약했던 실베스터 스탤론의 첫 TV 드라마라는 점에서 눈길을 끄는데, 맙소사, 우리의 록키이자 람보가 75세의 한물간 마피아로 나온다는 것이 유구한 세월을 느끼게 한다.

 

조직을 위해 25년간 감옥에서 복역했으나 출소 후 그를 기다리는 건 오클라호마의 털사로 가라는, 사실상의 유배 명령뿐이다. 사진=파라마운트+ 제공

 

‘털사 킹’은 조직을 위해 25년간 감옥에 갇혀 있던 드와이트 맨프레디가 교도소에서 출감하며 시작한다. 오랜 친구이자 보스인 피트(A.C. 피터슨)와 보스의 아들 치키(도메닉 롬바드로지)가 저지른 살인죄를 뒤집어쓰고 25년이나 복역한 만큼 출소한 그는 제대로 된 보상이 있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그에게 돌아온 건 뉴욕이 아닌 오클라호마주의 도시 털사(Tulsa)로 가라는 말뿐. 사실상의 유배다. 울분이 치솟지만 세월은 지나 보스의 아들 치키가 실질적인 보스의 역할을 하고 있고, 빈털털이인 그는 털사로 떠날 수밖에 없다. 

 

출소한 드와이트를 보다 보면, 25년이나 바깥 세상과 단절됐던 사람이 출소해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먼저 든다. 50년간이나 감옥에 있었던 ‘쇼생크 탈출’의 브룩스에 비하면 절반이지만, 25년이면 강산이 두 번 이상 변하고도 남는 시간이다. 1990년대 말에 감옥에 들어가 2022년에 출소하면 누구나 상전벽해의 흐름에 압도당해 멘탈이 털리지 않겠냐고.

 

털사에 도착해 처음 드와이트가 ‘접수’하는 건 합법적으로 대마초를 판매하는 ‘하이어 플레인’. 가게를 운영하는 보디는 드와이트에게 속수무책 당하는 것 같아도 할 말은 하는 특이한 캐릭터다. 사진=파라마운트+ 제공

 

그러나 한물갔다 해도 마피아는 마피아, 드와이트는 쉽게 당황하지 않고 상황을 자신의 흐름으로 가져와 침착하게 해결해 나간다. 아무것도 없던, 그래서 (갱스터의 입장에선) 일일이 밭을 일구고 수확해야 하는 털사에서 드와이트가 어떻게 자신의 조직을 일구고 그 지역을 접수하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털사 킹’은 70대에도 건재함을 보여주는 노장 배우 실베스터 스탤론에 의지한 원톱 드라마다. 털사에서 처음 택시 기사로 만나 운전사로 고용하는 흑인 청년 타이슨(제이 윌), 드와이트가 털사에서 처음 ‘접수’한 대마초 판매점 주인 보디(마틴 스타), 우연히 드와이트와 하룻밤을 보내고 얽히는 ATF(미국 주류·담배·화기·폭발물단속국) 요원 스테이시 빌(앤드리아 세비지), 전과자 출신 바텐더 미치(가렛 해드룬드), 과거 드와이트와 악연이었으나 털사에서 재회 후 새로운 인연을 쌓을 것으로 보이는 아먼드(맥스 카셀라) 등 털사에서 드와이트와 관계를 맺는 조력자 포지션의 인물들이 있지만 한국 시청자에게 낯선 배우들이다. 제목이 ‘털사 킹’인 만큼 털사에서 조직을 만드는 드와이트에게 이야기와 시선이 집중됨은 당연하고, 게다가 그 드와이트가 실베스터 스탤론이잖아.

 

드와이트의 힘을 보고 그를 동경하며 조직원이 되려는 25세 흑인 청년 타이슨. 유대인인 대마초 판매점 주인 보디와 흑인 청년 타이슨, 전과자 출신 바텐더 미치 등 드와이트의 조력자가 되는 인물들은 모두 미국 사회에서 주변부 인물들이다. 사진=파라마운트+ 제공

 

실베스터 스탤론은 ‘털사 킹’에서 75세의 마피아와 한몸으로 체화한 듯한 연기를 보여준다. 목소리만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중저음으로, 얼굴엔 주름이 가득하지만 처음 만난 여자가 ‘꽉 찬 55세’쯤으로 착각할 만한 특유의 두꺼운 근육으로, 섣불리 움직이지 않지만 행동해야 할 때는 재빠르게 움직이는 연륜 어린 판단력으로 실베스터 스탤론의 마피아를 완성한 것.

 

아이폰이나 우버는 몰라도, 헨리 밀러와 아서 밀러, 손자병법을 인용하는 등 품격 있는 독서 지식이 있는 데다 파티에 초대받으면 고급 와인을 선물로 사가는 예의를 아는 이 노장 마피아에게 반하지 않기란 쉽지 않다. ATF 요원 스테이시 빌이 술집에서 그에게 먼저 추파를 던진 것도 무리가 아니라고.

 

드와이트와 우연히 하룻밤을 보내고 그와 얽히는 ATF 요원 스테이시 빌. 드와이트가 전과자임을 알면서도 그의 매력에 속수무책 빠지는 중이다. 사진=파라마운트+ 제공

 

그렇다고 ‘털사 킹’이 갱스터 집단을 마냥 미화하는 건 아니다. 타이슨이 드와이트의 힘과 권력에 매료돼 조직원이 되기로 하지만, 그를 대하는 드와이트의 반응은 여느 마피아 같지 않다. “갱스터가 멋져 보인다고?” 드와이트가 조직의 보스 피트나 2인자 치키보다 훨씬 우아해 보이는 감은 있지만, 결국 갱스터는 갱스터다.

 

페스티벌에서 아산화질소를 넣은 ‘웃음가스 풍선’을 판매하다 지역 내 다른 패거리와 충돌해 패싸움을 벌이는 4화의 장면만 봐도 그렇다. 오합지졸의 인원을 끌고 야구방망이 들고 떼로 싸우는 모습은 우아함 따위는 개나 주라고 할 법하다. 조직을 위해 25년을 희생한 드와이트를 박대하는 조직의 모습은 물론, 실상 감옥에 있을 때부터 조직이 드와이트를 배신했다는 증언은 ‘대부’ 같은 끈끈하고 고상한(?) 조직은 영화에나 있음을 보여준다.

 

나이가 나이인 만큼 드라마에서 드와이트는 자주 구식이라 취급되지만, 그에 맞서 ‘클래식은 이런 것이다’를 보여주는 장면도 꽤 있어 중장년층의 심금을 휘젓는다. 수트를 맞추며 재단사와 함께 케니 로저스를 모르는 타이슨에 핀잔을 주는 장면. 사진=파라마운트+ 제공

 

문제는 드와이트를 맡은 실베스터 스탤론이 너무 매력적이란 것. 적당히 건달스럽지만, 깡패나 양아치와는 다른 건달의 품격(?)이랄까, 낭만(?)을 온몸으로 보여주거든. 보상할 때는 확실히 보상할 줄 알고(이래서 나이 들면 지갑을 잘 열라고 하지), 잘 관리된 몸에 잘 재단된 수트를 멋지게 차려 입을 줄 아는 이 늙은 마피아를 거부하기 쉽지 않거든. 나쁜 놈인 거 알고, 그 자신도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 말하지 않는데도 그가 털사의 킹(왕)이 되기를 응원하게 된다고.

 

‘털사 킹’은 티빙 ‘파라마운트+브랜드관’에서 시청 가능하다. 현재 4화까지 공개됐다. 한 주에 한 편씩만 공개해서 감질나기 그지없다는 게 흠. 

 

노장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라고 했던가. 실베스터 스탤론은 모두가 그가 사라질 것이라 여길 때에 ‘록키 발보아’로, ‘익스펜더블’로, ‘크리드’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로 그의 건재를 드러냈다. 첫 드라마인 ‘털사 킹’ 또한 증명한다. 스탤론이 그리 쉽게 사라질 것 같지 않다고. 사진=파라마운트+ 제공

 

필자 정수진은?

여러 잡지를 거치며 영화와 여행, 대중문화에 대해 취재하고 글을 썼다. 트렌드에 뒤쳐지고 싶지 않지만 최신 드라마를 보며 다음 장면으로 뻔한 클리셰만 예상하는 옛날 사람이 되어버렸다. 광활한 OTT세계를 표류하며 잃어버린 감을 되찾으려 노력 중으로, 지금 소원은 통합 OTT 요금제가 나오는 것. 

정수진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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