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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스타트업열전] 위팜 창업자가 들려주는 '잘 실패하는 법'

어쩔 수 없이 회사 문을 닫아야 한다면, 뭘 어떻게 해야 할까

2023.07.05(Wed) 10:07:03

[비즈한국] 농부들이 정보를 교환하고 농작물을 판매하는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플랫폼을 만드는 스타트업이 있었다. 농부들은 이 플랫폼을 통해 중요한 정보를 찾고 물건을 내다 팔 디지털 공간을 확보했다. 

 

부농이 아닌 소규모 농업을 하는 농부들에게 이 공간은 매우 소중했다. 전 세계 농업에 종사하는 인구 중 10억 명이 소농이다. 이들은 전 세계 식량의 80%를 공급할 정도로 중요하지만 이들을 디지털, 온라인 세계로 이끌 마땅한 플랫폼이 없었다. 그렇기에 이 스타트업의 솔루션은 획기적이고 혁신적이었다. 타이밍도 좋았다. 

 

이들은 3000만 달러(390억 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고 120여 명의 직원을 두었다. 아프리카에 3개, 영국에 1개의 사무소를 보유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전성기에는 전 세계 250만 명의 농부들이 이 플랫폼을 이용하고, 일주일에 100만 달러 이상의 농수산물이 거래되었다. 2015년에 문을 연 런던 스타트업 ‘위팜(Wefarm)’ 이야기다. 


위팜은 전 세계 소농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깊은 이해 덕분에 빠르게 성장했다. 사진=위팜 인스타그램

 

#8년 만에 문을 닫다 

 

위팜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깊은 이해 덕분이다. 위팜은 런던에서 웹을 기반으로 시작했지만, 주요 사용자인 아프리카 농부들에 대한 이해를 통해 그들에게 적합한 형태의 제품을 개발했다. 아프리카 농부 대부분은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해 위팜은 농부들이 SMS 인터페이스를 통해 정보를 얻게 했다. 위팜은 SMS를 통해서 축산, 낙농, 곡물 및 과일·채소 등 약 400가지 다른 농업 분야에 종사하는 농부들에게 정보를 전하고 제품을 파는 장터 역할을 했다.

 

런던의 스타트업 위팜. 아프리카에도 3개의 오피스가 있었다. 사진=CRUNCHBASE

 

위팜 마켓 플레이스에서는 3700만 건 이상의 대화가 오갔다. 위팜을 통해 거래된 금액은 2900만 달러(376억 원)에 달했다. 위팜은 현지 이동통신사와 계약해 하나하나 시장을 넓혀갔다. 이런 현지화 계획은 성공을 위한 과정이었지만, 때로는 성공의 걸림돌이 되기도 했다. 현지 이동통신사와의 계약에 정체가 생기면 시장 확장에 바로 적신호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파트너십을 맺는 과정에서 이 플랫폼을 사용하고 싶은 농부들이 긴 시간 대기자 명단에서 기다리거나 기존 회원의 초대를 통해서만 가입되는 불편함도 겪어야 했다. 

 

공격적으로 시장을 확장하기 위해서 지속적인 투자도 필요했다. 우편으로 DVD를 배달하던 넷플릭스가 비디오 스트리밍으로 방향 전환하기까지의 과정에 비유하며 위팜은 “우리는 지금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는 아프리카의 농부들에게 SMS 기반의 마켓 플레이스를 제공하지만, 장차 이들이 모두 디지털 앱 기반으로 서비스를 누릴 것”이라며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함께할 투자자들을 찾았다. 

 

이렇게 하나하나 일궈가던 위팜의 사업은 시리즈 B단계의 투자자를 찾는 과정에서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온라인 농산물 장터 위팜 숍(WeFarm Shop)을 출시 9개월 만에 접었다. 코로나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글로벌 테크 시장의 경기가 좋지 않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투자시장은 더욱 꽁꽁 얼어붙었다. 

 

위팜의 주요 시장인 아프리카 지역의 불안한 정치 환경과 인프라 부족으로 투여해야 하는 자본은 계속해서 늘어났다. 빠른 성장은 더 많은 매출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수습해야 할 일이 더 많아지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고객이 늘자 고객 관리 업무가 늘었고, 팀이 커지자 관리해야 할 자원도 더 많이 필요했다. 매일 크고 작은 문제가 내외부에서 터지면서 창업가는 불을 끄는 소방수처럼 이리 뛰고 저리 뛰어야 했다. 결국 투자자들의 지갑이 닫히자 창업가는 혁신에 대한 불타는 열정을 잠시 접고 현실을 직시할 수밖에 없었다. 더 많은 출혈이 없도록 빠르게 판단을 내려야만 했다. 아프리카와 유럽 대륙을 잇는 유망 스타트업 위팜은 결국 문을 닫기로 한다. 설립한 지 8년 만의 일이다. 

 

#어디에서도 폐업하는 법은 알려주지 않았다

 

위팜이 문을 닫는 과정에 창업자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회사가 문을 닫은 지 7개월 후 위팜 창업자 케니 이완(Kenny Ewan)은 링크드인을 통해서 소식을 전했다. 그는 위팜이 8년간 이루어낸 성과를 담담히 얘기했고, 위팜의 사업을 지지하고 함께해준 투자자, 동료, 멘토, 이사회, 파트너사, 농부에게 감사를 전했다. 

 

글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그간 축적된 여러 생각과 고뇌, 그리고 어쩌면 매우 우울했을 그의 시간이 스치듯 지나갔다. “저는 지난 몇 달간 휴식을 취하며 성찰하고 에너지를 회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는 창업에서부터 폐업까지의 시간을 어떻게 돌아봤을까. 

 

“이제 저는 다음 모험을 찾을 준비가 되었습니다(And now, I’m ready to start looking for my next adventure).” 이를 다행이라 해야 할까. 아니면 걱정해야 할까. 8년간 공들여온 사업을 반추하고 여기서 잃은 에너지를 회복하는 데 어쩌면 7개월은 긴 시간이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도전을 찾는 동시에 자기처럼 회사의 문을 닫아야 하는 후배 창업가들을 위해 자신의 실패담을 담담하게 공유한다. ​

 

위팜의 창업자 케니 이완의 링크드인 프로필 사진. ‘OPEN TO WORK’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사진=케니 이완 링크드인

 

실리콘밸리에는 ‘더 빨리, 더 자주 실패해서 다음 혁신을 만들어 나가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 한들 실패를 즐기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케니 이완은 “회사 문을 닫을 때 그 어느 곳에서도 어떻게 폐업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았다”며 자신과 같은 고민을 하는 스타트업을 위해 실질적인 조언을 시작했다.

 

그는 유럽 최대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 시프티드(sifted)를 통해 자신이 겪은 과정을 차근차근 공유했다. ‘주변의 투자 전문가와 법률 전문가에게 즉시 조언 받는 것’이 창업자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폐업 이유, 현 재무 상태, 설립 지역은 회사마다 다르다. 여러 국가에 법인이 있는 경우는 더욱 복잡하다. 따라서 회사와 회사 구성원 모두를 최대한 소모하지 않는 방법은 제대로 된 법적 조언을 받는 것이라고 말한다. 

 

다음으로 이사회를 소집해 구체적인 프로세스를 논의해야 한다. 창업자는 회사가 문을 닫아야 하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회사가 짊어져야 하는 재정적 의무를 다하도록 전문 관리자를 선임하거나 회사의 자산을 매각하는 등의 실무적인 다음 단계를 이사회에서 논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직원들에게 상황을 투명하게 공유하는 것이다. 직원 전체가 모여 질문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무엇보다 정직해야 한다고 그는 조언한다. 또 회사가 완전히 닫기로 결정을 했다면, 시간을 갖고 사람들이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위팜은 여전히 투자를 유치하면서도 사업 종료가 2개월 남은 상황을 직원들에게 공유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차근차근 준비해 회사 문을 잘 닫더라도 창업자는 탈진 상태에 빠지고 만다. 이완은 이 과정에서 심리 치료사, 코치, 멘토의 지원을 받을 것을 권했다. 생각보다 처리해야 할 것이 많고, 이 과정은 결코 감정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시 돌진할 것이 아니라 쉬어야 하는 상태임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의 성공 스토리는 당연한 것처럼 소개되지만, 실패한 이야기는 다들 쉽게 하지 못한다.

 

10년 넘게 비즈니스를 잘해왔던 스타트업도, 창업 경험이 몇 차례나 있는 창업자도, 1년이 갓 넘어 이제야 막 제품 개발을 완성한 스타트업도 모두 휘청거리는 것을 주변에서 보니 케니 이완의 얘기가 남 일 같지 않다. 그는 분명 7개월 쉬는 동안 ‘쉬어야 함’을 인정하지 못하고 다시 돌진할 준비를 했는지 모른다. 본인이 이루어낸 성과보다 ‘왜 이렇게 하지 못했을까’ 자괴감에 빠져 몇 날 며칠 밤을 지새웠는지도 모른다. 

 

스타트업의 성공 스토리는 당연한 것처럼 소개되지만, 실패하고 넘어지고 무릎이 까지기도 하고 때로는 골절되어 병실에 누워 있어야만 하는 이야기는 다들 쉽게 하지 못한다. 그들이 다시 일어나지 못했기 때문일까. 

 

성공보다 실패의 비율이 훨씬 높은 창업의 세계에서 그 언저리에서 아직 넘어져 있는 사람들의 얘기가 이제는 필요한 것 같다. 잠시 넘어져 있어도 괜찮다고, 멈추고 쉬어 가는 것이 다음 큰 걸음을 위한 준비가 될 것이라고 얘기해주는 것이 혁신 생태계의 역할이 아닐까. 

 

필자 이은서는 한국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베를린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예술의 도시이자 유럽 스타트업 허브인 베를린에 자리 잡고, 도시와 함께 성장하며 한국과 독일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잇는 123factory를 이끌고 있다.​​​​

이은서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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