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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타운 1호 강북구 번동, 규모는 '재개발급'인데 실효성 없는 세입자 대책

1호 사업지는 '추가 보상 대책' 적용 안 돼…서울시도 구청도 뒷짐

2023.07.20(Thu) 09:43:42

[비즈한국] 모아타운 1호 강북구 번동 정비사업이 세입자 보상 대책 없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곳에는 빌라, 다가구 주택에 세들어 사는 주민 외에도 LH가 운영하는 사회적주택(매입임대주택) 입주자들이 있는데 현재 강북구청이 심의 중인 사업시행계획서에는 이주 보상안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모아타운은 ‘미니 재개발’이라는 별명과 달리 이주대책조항이 없어 도입 초기부터 세입자 소외 문제가 지적됐다. 조합이 이주비나 이사비용을 지원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조례가 뒤늦게 마련됐으나 절차가 상당히 진행된 사업지에서는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서울시 핵심 정비사업에 세입자 보호 공백이 발생함에 따라 이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해 보인다.​

강북구 번동 모아타운 사업이 세입자 보상 대책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LH사회적주택이 위치한 번동5구역 조감도(위)와 배치도. 사진=번동5구역 가로주택사업조합


#‘모범​ 사업지​ 보상안 없이 막바지 절차 돌입

서울시, 강북구청,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강북구 번동 1~5구역은 사업시행계획(안) 인가를 위해 심의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 5월 구청에 사업시행 인가를 신청한 지 2개월 만이다. 현재 협의 마무리 단계로 파악된다. 이 계획안은 관리처분계획을 포함하고 있어 인가가 나면 이주와 착공을 빠르게 개시할 수 있다. 모아타운 사업 활성화를 위해 정비계획 수립, 관리처분계획 인가 등 일부 단계를 줄이고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한 탓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핵심 주택 공급 정책으로 띄운 모아타운은 대규모 재개발이 어려운 여러 개의 소규모 주택이나 필지를 모아 아파트 단지로 개발하는 정비 방식이다. 사업성이나 속도 면에서 유리해 호응을 얻고 있다. 번동 일대도 5개 가로주택정비사업으로 나뉘어 있지만 모아타운으로 묶여 사실상 하나의 아파트 단지처럼 인허가 작업이 동시에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평당 공사비, 분양가도 모두 동일한 가격으로 책정돼 조합원 분양가와 일반 분양가가 각각 2000만 원, 2500만 원 내외 수준이다. 일반 분양이 많아 사업성도 우수한 편이다. 

하지만 구청이 심의하고 있는 사업시행계획안에 구역 내 빌라, 주택, LH매입임대주택 등 세입 거주자에 대한 보상안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세입자 대책이 새로 생겼지만 의무 규정이 아닌 데다 번동의 경우 적용 시기도 지나 보상안 없이 착공할 가능성이 커졌다. 모아타운이 인기를 얻을수록 세입자 소외 문제가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는 것. ​구청은 조합에 안내를 했으나 강제할 권한은 없다고 설명한다. 

번동 1~5구역은 지난 4월 사업시행인가 및 관리처분계획 수립을 위한 정기총회를 열었다. 사진=독자 제공

 

모아주택 사업은 재개발과 맞먹는 규모로 진행되지만 적용하는 법이 달라 세입자 손실보상 의무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지난해 10월 개정된 서울시 조례는 ​모아타운의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구상됐다. ​사업시행자가 주거·상가 세입자에게 이주비용, 영업 보상금을 대주면 법적 상한까지 용적률을 완화하거나 공공임대주택 건립 비율을 축소하는 등 인센티브를 주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웬만한 재개발보다 몸집 크고 빠른데…세입자 반발 커지나

모아타운 시행으로 서울 내에 다수의 이주 세입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비업계는 모아타운이 뿌리를 둔 소규모주택 정비가 처음에는 작은 규모였지만 지금은 훨씬 커져 파급력 역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주요 사업지의 면적을 살펴보면 미니 재개발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번동 1~5구역(5만 5000㎡)과 또 다른 시범사업지인 중랑구 면목동 일대(9만 7000㎡), 중랑구 망우3동 일대(9만 8171㎡) 등의 사업지는 1차 공공재개발 후보지 8곳(각각 5만 ㎡ 이내)보다 면적이 넓다. 올 상반기 후보지 공모 방식이 수시 전환된 모아타운은 현재까지 총 67곳의 대상지에서 추진되고 있다. 


속도는 더욱 빠르다. 모아타운은 평균 8~10년이 걸리는 재개발과 다르게 사업소요 기간을 2~4년으로 잡는다. 서울시와 관할 구청의 기대감이 쏠린 번동 일대의 경우 가장 빠른 속도로 추진되고 있어 터전을 옮겨야 하는 세입자들의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첫 번째 모아타운인 번동 사례가 선례가 될 수 있는 만큼 대상지 세입자들도 유사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LH매입임대주택 옥상에서 바라본 번동 일대. 사진=강은경 기자


사업에 속도가 붙자 빌라 세입자를 중심으로 반대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번동 일대 조합에 따르면 이주 시기는 빠르면 올해 하반기나 내년 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준공은 2025년으로 예상된다.​ 

공적임대주택인 LH사회적주택 거주자들 사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관련기사 모아타운에 밀려난 번동 LH주택 입주자들…결국 우이동 임대주택으로). 이들이 이주할 곳은 우이동 LH매입주택으로 윤곽이 잡혔지만 이사비 부담 등 세부적인 내용은 정해진 게 없다. 거주자 A 씨는 “갱신 계약 시기에 도달한 일부 세입자들은 자격이 유지되고 있는지 다시 심사 받고 있다. 이사를 하면 집 구조가 달라져 기존에 세 명이 사용하던 집을 두 명이 쓰게 될 것 같다. 월세가 비싸질 수 있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건물을 위탁 운영하는 재단을 통해서만 관련 내용을 공유 받고 있다. 조합이나 지자체가 이사비 등을 조율하려는 시도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결국 조합이 쥔 카드…갈등 확대 우려도

손실보상 문제는 ​모아타운 사업 초기부터 ​꾸준히 지적됐지만 서울시와 구청은 개입할 권한이 없다며 여전히 한 발짝 물러나 있는 모양새다. 번동 일대는 서울시가 사전 협의를 통해 시범 사례로 선정한 1호 사업지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종적으로는 인허가권을 가진 구청이 판단할 문제다. 필요하다면 조합에 대책 마련을 요청할 수 있다. 다만 서울시는 계획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모아타운이 추진되고 있는 강북구 번동 일대. 사진=강은경 기자


이주대책조항을 대체하기 위해 마련된 인센티브 조항마저 구멍을 드러내며 앞으로 모아타운 사업지 곳곳에서 잡음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관할 구청이 제도를 홍보하고 있지만 결국에는 조합이 선택권을 쥐고 있어서다. 강제성 없는 제도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도 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구역 내 거주민들의 상황이 취약한 경우가 많다. 정비사업마다 세입자 이주 대책이 제각각인 것부터가 문제”라며 “내쫓는 방식으로는 갈등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일부 지역에서는 사업이 지연되는 등 정상적인 사업 진행이 어려울 수 있다”며 지자체의 역할을 강조했다. 

또 다른 시범사업지인 면목본동 86-3번지 일대는 세입자 보상 인센티브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조합원 분담금이나 사업 진행 속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라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중랑구청 관계자는 “통합 심의가 접수된 후에 내용을 확인해봐야 정확히 알 수 있다”면서도 “현재 조합에서 보상안 마련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강북구청에서도 후발주자들을 대상으로 세입자 보상을 권고하고 있다. 강북구청 관계자는 “관리계획 수립 단계에 있는 나머지의 모아타운들은 계획 수립 시 세입자 대책을 포함할 예정”이라며 “번동 1~5구역의 경우 조례 신설 당시 이미 관리계획을 수립한 상태였다. 강제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조합이 의지가 있다면 추후 변경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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