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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표 모아타운 1호 이주 시작…LH사회적주택 청년들 "대책 없이 쫓겨날 판" 반발

속전속결 사업 진행…세입자들 "주거비 등 아무 정보 없어, 조합·LH·서울시·강북구 책임 물을 것"

2023.12.08(Fri) 11:20:47

[비즈한국] 모아타운 1호 서울 강북구 번동의 세입자 이주가 11월 30일 시작됐다. 번동 1~5구역에 거주하는 세입자들에게는 4개월의 시간이 주어졌다. 세입자들은 3월 말까지 이사할 집을 찾고 자진 이주해야 한다. 이곳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미는 모아타운 시범사업지인 만큼 빠르게 절차를 밟고 있다. 사업시행계획 인가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년 2개월. 이주와 철거를 거쳐 2026년 최고 35층의 13개 동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다.

 

LH가 운영하는 사회적주택(매입임대주택) 청년 세입자들 역시 이주 대상이다. 지난 3월 강북구 우이동 LH매입주택으로 이사 갈 장소가 정해졌지만, 기한이 다가오는데도 그동안 이사비, 이주 시기 등 추가로 결정된 사항이 전무해 혼란은 커지고 있다. LH가 위탁하는 업체가 달라지면 보증금, 월세, 관리비까지 모두 오를 가능성이 큰 것도 부담이다. 일부 세입자들과 위탁 운영 재단은 최근 문제 제기에 나서기로 의견을 모으고 단체행동을 예고했다.

 

모아타운 사업이 추진되면서 번동에 위치한 LH사회적주택(사진)에 입주한 청년 세입자들도 이주가 결정됐다. 그러나 이주할 곳만 정해졌을 뿐, 다른 정보가 없어 입주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사진=강은경 기자


#시범사업지 타이틀 얻고 ‘속전속결’ 세입자 이주 시작

 

모아타운 시범사업지인 번동 1~5구역은 지난달 30일부터 세입자 이주를 시작했다. 7월 말 관리처분계획과 설계를 확정하고 사업시행 인가를 받은 뒤 본격적인 개발 스타트를 끊은 것.

 

재개발 정비 사업을 하면 기존 주택을 철거하고 새로 짓기 때문에 소유자나 세입자는 다른 곳에 집을 구해 나가야 한다. 이주 기간은 내년 3월 31일까지로 4개월간 진행된다. 조합설립 인가(2020년 8월) 3개월 전 전입신고를 한 세입자나 사업시행 인가 신청일(2023년 4월) 이전부터 거주한 기초생활수급자는 8일까지 임대주택을 신청할 수 있다.

 

모아타운 시범사업지 개발이 현실화하면서 ​번동 ​5구역 내 LH사회적주택에 거주하는 청년들은 날벼락을 맞았다. 살던 집은 매도청구 소송이 걸려 있고 곧 이사를 떠나야 하는데, 대체 주택은 입주 시기나 거주 비용이 깜깜이라서다.

 

이들이 옮겨갈 거처는 강북구 우이동에 위치한 LH매입주택이다. 이곳은 원래 신혼부부를 위한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될 예정이었는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올해 초 대안 주택으로 정했다.

 

번동 LH사회적주택 입주자 A 씨는 “교통도 지금보다는 불편하고 여러 측면에서 악조건인데 대체 주거지가 결정된 이후 추가적인 소식은 듣지 못했다. (지금 살고 있는 곳이) 청년 대상 임대주택이라 목돈이 없는 학생과 취준생도 있다. 몇 개월째 혼란스러운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어 “지금은 방 세 개짜리 한 집에 세 명이 살고 있지만, 이주하는 집은 한 집을 둘이 써야 해서 월세도 오를 것 같다. 하지만 보증금이나 월세가 얼마일지, 관리비는 어떻게 될지 알 도리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모아타운 사업이 진행되는 서울 강북구 번동 일대. 사진=강은경 기자

 

#1년 넘게 무대책, 떠날 곳 정해졌지만 비용·시기는 깜깜이

 

사회적주택 거주자들의 이주가 기정사실화한 건 지난해 10월 번동 가로주택정비사업 조합이 주택 소유주인 LH에 매도청구 소송을 걸면서다. LH는 앞서 조합설립 동의를 거절했는데, 조합이 소송을 통해 대금을 치르고 소유권을 넘겨 받기 위해 이 같은 조치에 나섰다.

 

세입자들이 주거비 부담 가중을 걱정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사회투자지원재단이 LH로부터 위탁 운영하는 LH​사회적주택은 8억 원가량의 시민 출자금을 기반으로 하는 청년주택이다. 청년주거 문제를 해결한다는 취지에 걸맞게 수백만 원의 보증금이 지원되고 월세도 싸서 시세는 물론 타 LH매입임대주택보다도 금전 부담이 적다. 한 달 관리비도 1만 4000원 정도다. 하지만 새 빌라의 주거비용이 얼마나 들지, 앞으로도 혜택을 계속 적용 받을 수 있을지를 알 수 없어 세입자들의 우려가 크다.

 

LH와 재단에 따르면 LH가 임대조건을 재단에 전달한 후 최종 비용을 조율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내년 입주 시 LH에서 나오는 임대비 등 변동 가능성을 고려해 가격을 책정한다는 방침이다.​

 

새 임대주택으로 이주를 포기하는 이탈자도 나왔다. 사회적주택에 4년간 거주한 30대 초반 B 씨는 지난달 짐을 빼고 전세대출을 받아 중랑구 상봉동으로 이사했다. B 씨는 “이곳 특성상 안정적인 발판이 없는 청년들이 대부분이다. 100만 원 정도의 이사비도 큰돈이라 이주 보상으로 받기 위해 고군분투했는데 구청에 전화하면 ‘LH에 연락하라’ 하고, LH에서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며 “무엇보다 스트레스가 심했다. 몇 개월 뒤 거처가 불투명한 상태로 있느니 나가는 게 낫겠다고 판단해 이사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지난 9월 4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강서구 화곡동 모아타운 현장점검을 나왔다. 사진=서울시 제공

 

모아타운은 재개발 사업과 달리 소규모주택정비법에 근거해 이주대책 마련 의무가 없다. 조합이 세입자에게 이주비나 이사비 등을 보상하면 용적률을 완화해주는 서울시 조례가 뒤늦게 만들어졌지만 권고 사항에 그쳐 실효성에 물음표가 붙는다. 사업계획 인가를 받은 번동을 포함해 관리계획 승인이 완료된 10개 모아타운 대상지 모두 세입자 이주보상안을 수립하지 않은 상태다. 강북구청 관계자는 “번동 조합에 개정된 서울시 조례안을 권고했지만 아직까지 추가로 진행된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지난달 13일 세입자 대표와 번동 가로주택 조합, LH, 사회투자지원재단​ 등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사 비용 보상 문제가 거론됐다. 하지만 당시 조합은 이주비·이사비 보상 의무가 없는 점을 강조했고, LH는 별도로 이주 대책을 마련하지는 않는다며 평행선을 달린 것으로 전해진다.​ 

 

#청년 세입자들 “다들 뒷짐, ‘무적’ 모아타운 선례 막아야”​

 

이에 세입자들은 문제 제기에 나서기로 ​최근 ​의견을 모았다. 재단도 함께 대응할 계획이다. 세입자들은 얼마 전 이주 관리를 담당하는 용역업체가 세입자 개인 연락처를 통해 이주 개시를 알린 사실이나, 구청에 개인정보 동의 등을 문제 삼은 재단이 다시 업체로부터 항의성 연락을 받은 것 등이 부적절한 조치였다고도 주장한다.

 

A 씨는 “관할 지자체인 서울시와 강북구청도 1년 넘게 뒷짐을 지고 있다. 이제는 이주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거란 기대는 크지 않다. 하지만 모아타운 사업이 첫 번째로 진행되는 곳인 만큼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세입자 대책의 사각지대, LH나 지자체의 대처 문제 등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고 전했다.

 

번동 모아타운 시범사업지에는 2026년까지 최고 35층 높이, 1242가구 규모의 주거 단지가 조성된다. 사진=서울시 제공

 

LH사회적주택 입주자 회의에서 성명서나 현수막 설치, 세입자 공동행동 등이 언급된 만큼 앞으로 본격적인 대응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회투자지원재단 관계자는 “정책 입안자나 행정기관, 집주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조합, 청년주택사업을 운영하는 LH 모두 책임을 회피한다. 청년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공급된 주택인데 모아타운 사업이 진행되면서 청년의 주거권은 누구도 보장하지 않는 사안이 됐다”며 “서울시 모아타운이 세입자 보호 측면에서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 명확하게 문제 제기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강북구청이 손실보상 기준을 권고한 것으로 안다. 사업시행 인가 후에도 세입자 보상안 추가는 가능하다. 조합 입장에서도 세입자 보상을 해주고 사업 손실은 임대 비율 완화 혜택으로 보완하는 게 더 유리할 수 있다”고 전했다.​

 

LH 관계자는 이주비와 관련해 “아직 기준이 없다 보니 (직접 지원은) 어려운 게 맞지만, 상황에 따라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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