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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 경제팩트] 일본 경제, 앞으로도 악순환을 지속할 것인가

일본 경제가 강한 반등을 보인 2002년과 2013년엔 ‘양적완화’가 있었다

2017.03.07(Tue) 11:26:36

[비즈한국] ‘홍춘욱 경제팩트’ 최근 4회에 걸친 연재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하면 이렇다. 1990년 이후 일본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인구감소의 영향이 아닌,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의 ‘자산 거품’ 그리고 거품 붕괴 이후의 잘못된 정책 대응에 원인이 있었다. 물론 엔화가 다른 통화와 달리 ‘안전자산’으로서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일본 경제를 장기불황에 빠뜨린 주범 중 하나였다. 

 

2012년 선거에서 대승을 거둔 아베 정부는 제2차 양적완화를 시행하기에 이르는데, 그 내용은 별것이 없었다. 전통적인 경제학의 기반에서 정부 재정지출을 늘리고, 통화공급을 확대해 디플레이션에 대한 기대를 무너뜨리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사진=비즈한국DB


이 대목에서 의문을 품은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그럼, 일본 경제는 앞으로도 영원히 악순환의 늪에서 벗어날 수 없는가? 

 

그렇지 않다. 아래는 일본의 생산활동인구 변화와 경제성장률의 관계를 보여주는데, 2002년과 2013년 강한 경기회복이 출현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두 국면 모두 세계경제 성장률이 둔화되는 시기로, 일본 경제가 수출 회복의 도움을 받기 힘들었던 시기라는 측면에서 흥미를 유발한다. 어떤 요인이 있었기에 2002년과 2013년 일본 경제성장률이 반등할 수 있었을까? 이 의문을 풀어보자. 

 

일본 생산활동인구 증가율과 경제성장률의 관계. 자료=일본 통계국.


 

일본 경제 회복 원인은 어디에 있나

 

2002년과 2013년 일본 경제가 강한 반등을 보였던 이유는 ‘통화정책’ 변화에 있다. 2002년 일본 중앙은행은 오랫동안 고민한 끝에 역사상 처음으로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 QE)를 시행에 옮겼기 때문이다. 

 

양적완화란, 중앙은행이 채권시장이나 주식시장 등에서 채권이나 회사채 등을 직접 매입하는 정책을 의미한다. 물론 중앙은행이 과거에 이런 정책을 안 했던 것은 아니다. 중앙은행은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일상적으로 채권시장 및 단기자금 시장에서 다양한 종류의 유가증권을 사고팔면서 통화공급을 조절해 왔다. 

 

그런데, 2002년 일본 중앙은행은 장기불황 및 디플레 악순환을 퇴치하기 위해 채권시장에서 거래되는 일본 국채를 대규모로 매입했다는 점이 전통적인 ‘공개시장조작’과의 차이다. 2002~2006년간 일본 중앙은행은 거의 40조 엔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채권을 매입했는데, 이는 경기의 회복으로 연결되었다. 

 

중앙은행이 채권을 매입한 게 왜 경기 회복으로 연결될까? 그 과정을 한번 살펴보자.

 

앞에서 이야기 했듯, 일본은 ‘대차대조표 불황’에 빠져 있었다. 은행들은 대출은커녕 이전에 빌려준 돈을 회수하기에 바빴고, 가계와 기업은 대출을 상환하기 위해 저축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 결과 경제에 돈이 돌지 않고 결국 강한 디플레이션이 발생했다. 이 상황에서 일본은행이 금리를 0% 수준으로 내려본들 아무런 효과가 없다. 왜냐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기에, 실질금리는 계속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어려운 난국을 헤쳐 나가기 위해 일본은행이 빼든 칼이 ‘양적완화’였다. 양적완화를 통해 시장에 풀려 있는 채권을 매입하고, 이 과정에서 채권을 매도한 은행이나 외국인 및 개인투자자들은 현금을 보유하게 된다. 물론 이 현금을 다 대출해주거나 소비하지는 않겠지만, 극히 일부라도 사용되는 순간 성장률이 회복될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중앙은행의 ‘강한 의지’였다. 양적완화라는 새로운 정책을 시행할 정도로 중앙은행의 ‘경기부양’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대내외에 강하게 알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채권시장에서 일본 중앙은행이 대규모로 국채를 매입해줄 것이라고 기대되니, 시장금리가 떨어지고 또 이는 채권을 보유한 투자자들의 ‘자본차익’으로 연결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100에 거래되는 채권을 중앙은행이 적극 매입해 110까지 가격을 인상시키면, 이전에 채권을 보유한 사람은 10%의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시세차익은 은행이나 개인 등 기존의 채권 보유자의 자산을 증가시킨다.

 

1997년 이후 일본중앙은행 자산 추이. 출처=미 세인트루이스 연준(https://fred.stlouisfed.org/graph/?g=cfrd) [주] 양적완화 과정에서 채권시장에서 채권을 매입하므로, 일본은행의 자산(asset)이 증가하게 됨.


 

일본은행, 2006년 양적완화를 중단하다!

 

통화공급 확대, 중앙은행의 강한 의지 표명, 그리고 시세차익 등 양적완화가 유발한 세 가지의 효과 중 어떤 것이 더 유익했는지 정확하게 분해할 방법은 없다. 분명한 것은 양적완화 덕분에 일본 경제가 강한 회복세를 보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일본 중앙은행은 또 다시 큰 실수를 범하고 만다. 2006년 디플레 퇴치라는 목표가 달성되었다고 판단하고 양적완화를 중단했던 것이다. 

 

실제로 일본 중앙은행이 ‘착각’할 만했다. 2006년 소비자물가가 상승세로 돌아서고(+0.3%), 경제성장률도 1.7%에 이르러 세계의 투자자들이 “일본의 부활”에 대해 감탄사를 보였으니까. 그러나 2007년 말부터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이 모든 성과를 한 번에 앗아가 버렸다. 2009년 일본 경제성장률은 -5.5%, 그리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7%를 기록해 1990년 버블붕괴 이후 최악의 성과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때 일본 중앙은행이 저지른 또 다른 실책은 양적완화를 즉각 재개하지 않은 것이었다. 미 연준은 2008년 말부터 즉각 양적완화를 시행했건만, 일본 중앙은행은 2013년 초 아베 정부 출범 이후에야 양적완화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즉, 경제가 위기에 빠지는 순간 즉각 양적완화를 재개했더라면 2009년 일본 경제가 그토록 심각한 경기침체를 겪는 일은 피할 수 있지 않았느냐는 이야기다. 

 

이 결정적인 타이밍을 놓친 탓에, 일본 경제는 더욱 심각한 디플레를 겪었고 이 과정에서 일본 경제에 대한 ‘비관론’은 더욱 심화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한 미국 연준과 일본 중앙은행의 자산 변화. 출처=미 세인트루이스 연준(https://fred.stlouisfed.org/graph/?g=cfra)


 

아베노믹스의 핵심 내용은 ‘통화공급 확대’

 

2012년 선거에서 대승을 거둔 아베 정부는 제2차 양적완화를 시행하기에 이르는 데, 그 내용은 별것이 없었다. 전통적인 경제학의 기반에서 정부 재정지출을 늘리고, 통화공급을 확대해 디플레이션에 대한 기대를 무너뜨리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중앙은행은 채권뿐만 아니라 주식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해 통화공급을 확대하고, 정부는 재정지출을 확대해 경기를 부양하는 것. 한국에서야 달러에 대한 엔화환율의 상승에만 초점을 맞추지만, 아베노믹스의 핵심은 전통적인 케인즈주의 경제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 일본 엔화는 안전자산이다. 그리고 계속 안전자산이 되기 위해서는 ‘물가’가 안정되어야 한다.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또 물가가 오를 때까지 중앙은행이 끝없이 돈 풀겠다고 약속하는 나라의 통화가 ‘안전자산’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 의구심 속에 엔화가 약세를 보이기 시작하면 또 다른 부수적 효과가 따라온다. 그것은 바로 수입물가의 상승이다. 엔화 약세로 해외에서 생산된 제품의 수입 물가가 상승하고, 이는 다시 소비자들의 인플레 기대심리를 부각시키게 된다. 

 

물론 아베 정부가 모든 면에서 완벽한 정책을 펼친 것은 아니다. 2014년 4월 1일부로 소비세를 인상했는데, 이후 일본 경제는 다시 성장률이 하락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은 2009년에 쓴 흥미로운 보고서를 통해 다음과 같이 섣부른 재정건전화 정책의 부작용을 경고한 바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부터 회복될 수 있을까? 최근 위기와 가장 비슷했던 위기인 20년 전 일본 위기를 살펴봄으로써 단서를 얻는 것이 본 보고서의 목적이다. 본 보고서는 이를 통해 현재의 글로벌 불황에 대한 정책적인 함의를 끌어 낼 수 있었다.  

 

일본의 경험은 네 가지의 매우 넓은 분야의 교훈을 우리에게 제공한다. 첫째, 회복의 징후(green shoot)는 회복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며, 회복기간 동안 신중한 관리가 필요하다. 둘째, 금융시스템의 약화는 경제에 또 다른 충격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회복이 지속될 수 있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해결이 선행되어야 한다. 셋째, 잘 계획된 거시경제적 부양 정책은 이런 조정과정을 도와줄 수 있지만 그 비용은 계속 증가한다. 넷째, 정책 지원을 중단하는 시기를 판단하기는 무척 어려우며 아마도 중기적인 계획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즉, 경기를 회복시키고 싶다면 제일 먼저 금융시스템을 건전화시켜야 하며 그리고 경기가 조금 나아졌다고 해서 세금을 인상하는 등의 조치를 성급하게 취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물론 일본 정부도 할 말은 있다. 어마어마하게 부풀어 오른 일본의 재정적자 문제를 생각할 때, 이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그 생각은 일부 공감된다. 

 

그러나 2014년 4월 1일 소비세 인상 이후 일본 경제의 회복에 급브레이크가 걸렸다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경제의 성과를 무시할 수 없다. 일본 문부과학성과 후생노동성은 최근 “일본 대졸자들의 취업 내정률이 10월 1일 기준 71.2%”라고 밝혔다. 1년 전보다 4.7%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추세대로라면 일본 대졸자 올해 최종 취업률은 97.3%를 기록할 것이라고 한다. 취업할 생각이 있는 사람은 거의 모두 직장을 얻을 수 있는 셈이다. 

 

20년 넘게 장기불황을 겪은 나라의 대학생들이 완전 취업상황을 즐기게 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아베노믹스의 성과에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에 따른 노동력의 부족이 맞물린 현상으로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물론 아무리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해 노동력이 부족했다 해도, 경제가 회복되어 인력 수요가 높아지지 않았다면 97.3%의 대학생 취업률은 불가능했으리라. 

 

결국 일본 경제는 ‘인구절벽’ 같은 단순한 이론 하나로 설명될 대상이 아니라고 봐야 한다. 경제가 침체된 데에 인구감소가 분명 부정적 영향을 미쳤겠지만, 그보다는 1980년대 말의 거대한 자산 거품 그리고 잘못된 정책이 맞물린 일종의 ‘사고’로 보는 게 타당하지 않을까? 특히 2012년 말 아베노믹스 시행 이후 일본 경제가 이렇게 회복된 것을 보면, 더욱 이 생각이 굳어지는 듯하다. 

 

세상을 한두 가지의 요인만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는 간명하며, 또 ‘세상의 비밀을 알았다’는 만족을 제공한다. 그러나 그런 식의 단순 논리로는 미래를 예측할 수 없으며, 특히 자산시장에서 수익을 올릴 수 없다. 은행의 딜링룸에서, 그리고 국민연금의 프론트 데스크에서 매일 시장에서 피 흘리며 얻은 결론은 ‘세상은 단순하지 않으며, 세상을 알았다고 느꼈을 때가 사실은 가장 위험한 때’라는 것이었다. 부디 많은 독자들이 이 책 ‘인구와 투자의 미래’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예측하는 데 필요한 도구를 얻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2014년 4월 1일 소비세 인상을 전후한 일본 경제성장률 추이. 출처=Trading Economics(http://www.tradingeconomics.com/japan/gdp-growth-annual)

 

 

*Murtaza Syed, Kenneth Kang,and KiichiTokuoka ““Lost Decade” in Translation:What Japan’s Crisis could Portend aboutRecovery from the Great Recession”, IMF Working Paper(WP/09/282). 

홍춘욱 이코노미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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