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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실리콘밸리] 스팀, 게임 대신 '장터'를 만들다

1억 2500만 유저·25개 언어 서비스…게임업계 장악한 온라인 플랫폼

2017.10.03(Tue) 19:20:12

[비즈한국] ‘배틀그라운드’​라는 게임이 화제입니다. 100명이 섬에서 생존을 위해 싸우는 심플한 게임은 한국 게임으로는 이례적으로 전 세계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배틀그라운드는 인터넷방송 트렌드의 핵심 콘텐츠가 됐고, 게임 대회도 준비 중입니다. 게임 제작사인 블루홀 스튜디오의 주가도 뛰고 있지요.

 

성공 배경에는 ‘스팀​이라는 플랫폼이 있었습니다. 배틀그라운드 유저들은 스팀을 통해 게임을 합니다. 어떤 플랫폼일까요? 

 

스팀은 게임업계의 아마존이 됐다.

 

FPS 게임의 전설로 알려진 ‘카운터 스트라이크’의 개발사인 밸브(Valve Corporation)에 고민이 있었습니다. 온라인 게임의 업그레이드가 용이하지 않았던 거죠. 패치를 균등하게 업데이트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했습니다.

 
스팀은 처음 밸브사의 온라인 게임을 자동으로 업데이트하는 플랫폼으로 시작했습니다. 불법복제 방지 시스템과 해킹 방지 시스템을 강화하는 일도 했죠. 게임을 파는 ‘장터’도 부가적으로 할 수 있었습니다. 스타크래프트로 잘 알려진 ‘블리자드’의 ‘배틀넷’과 크게 다르지 않은 개념으로 시작한 셈입니다.
 
처음 스팀은 타 회사와 함께 클라이언트를 개척하려 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야후 등이 제안 대상이었죠. 이들은 모두 거절했고, 밸브는 어쩔 수 없이 스팀을 단독으로 만들었습니다. 추후 스팀의 성공을 보면서 거절한 회사는 후회할 수밖에 없었겠지요.
 
스팀은 2002년 공개됐습니다. 밸브는 자체 게임 ‘카운터 스트라이크’ 등의 배틀넷 기능을 스팀에 집중했습니다. 또 게임 퍼블리셔, 인디 게임 제작자와 상의해 타 회사 게임도 팔기 시작했지요.
 
본래 패키지 게임은 피지컬 CD를 사야 가능했지만, 보관이 불편하고 사용자가 점차 CD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대세에 맞지 않았습니다. 스팀은 디지털 다운로드를 제공했습니다. 스팀에서 사면 스팀에 로그인하는 한 언제든 지우고 깔 수 있으니 ‘클라우드’ 개념을 제공한 셈입니다. CD에서 MP3, 스트리밍으로 넘어간 음악 포맷의 혁신이 게임에서도 이루어진 것이지요.
 
게임을 묶어 제공하자 다른 가능성도 열렸습니다. 퍼블리셔만 허용하면 기습 세일로 싸게 팔 수도 있고, 패키지로 여러 게임을 묶어서 팔 수도 있게 된 거죠. 다양한 마케팅이 가능해진 셈입니다.
 
마케팅 전략 덕분일까요? 스팀의 게임 중 상당수는 ‘하지 않는 게임’입니다. 웹진 ‘​아르스 테크니카(Ars Technica)’​에 따르면 게이머들은 스팀에서 산 게임 중 37%를 한 번도 플레이하지 않았습니다. 17%는 1시간도 플레이하지 않았습니다. 24.6%의 게임은 10시간을 하지 않았지요. 마치 입지 않는 옷을 자기만족을 위해 사듯, 게이머들 사이에서 하지 않을 게임을 충동구매하는 풍조가 등장한 겁니다.
 
인디 게임의 성공도 중요합니다. 인디 게임들은 홍보 방법이 없어 성공하기가 쉽지 않았는데요. 스팀이 인디 게임들을 묶어 제공하니 이런 문제가 많이 해소되었습니다. 마케팅 예산이 많지 않은 게임이라도 흥행할 수 있는 발판이 생긴 셈이지요.​

 

인디게임 ‘디스 워 오브 마인(This War Of Mine)’. 실제 전쟁을 체험하는 몰입감 있는 설정과 시스템으로 큰 호응을 받았다. 인디 게임이 쉽게 대중에게 알려지게 된 데에는 ‘스팀’이라는 플랫폼의 공도 컸다.

 

스팀은 차츰 게임업계에서 영향력을 키워 나갔습니다. 스팀에 등록되지 않은 패키지 게임은 팔리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플랫폼이 된 거지요. 스팀은 PC 게임의 표준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고, 게임업계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다른 게임 회사들도 뒤늦게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블리자드 같은 기성 게임사들 말이죠. 그러나 가장 많은 게임을 볼 수 있는 곳, 가장 많은 사람이 게임을 사는 곳은 스팀이 되어버렸습니다. 한 번 생긴 네트워크를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눈덩이처럼 커진 영향력으로 대체할 수 없는 플랫폼을 만들어버린 것이지요.
 
게임은 철저한 콘텐츠 사업입니다. 즐길 수 있는 하나의 경험을 제공하는 사업이니까요. 아이러니하게도 스팀은 게임이 아닌, 게임 유통채널로 게임을 정복했습니다. 게임과 사용자를 연결한 덕분이지요. 덕분에 신작 게임 하나를 만드는 일보다 더 많은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강력한 영향력으로 더 큰 수익을 낼 수도 있었지요.
 
인터넷의 가장 큰 힘은 기술이 아닙니다. 네트워크입니다. 한 번 불어난 네트워크는 눈덩이처럼 커집니다. 세상에서 가장 많은 셀러와 구매자를 모아놓은 아마존이 유통업계를 지배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세상의 모든 정보와 모든 웹사이트를 연결해주는 구글도 그렇지요. 연결성 덕분에 인터넷은 압도적 효율을 자랑하는 사업이 될 수 있었습니다.
 
네트워크의 힘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게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가 아닐까 합니다. 윈도우는 가장 훌륭한 제품은 아니었습니다. 매킨토시가 더 대단했죠. 하지만 승자는 윈도우였습니다. 더 많은 개발자와 사용자가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네트워크에 들어가기 위해서라도 사람들은 윈도우를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난 10년간 무너졌던 마이크로소프트. 지난 10년간 가장 성공한 기업 가운데 하나였던 애플.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데스크톱 컴퓨터에서 여전히 압도적입니다. 대부분의 컴퓨터 사용자는 윈도우를 사용합니다. 한 번 구축한 네트워크 효과가 지금도 시장을 지배하기 때문입니다. 
 
게임업계에서도 네트워킹과 플랫폼이 영향력을 미치기 시작합니다. 게임 자체가 아닌 ​게임을 파는 ‘​플랫폼’​ 스팀의 힘이 절대적으로 변한 거지요. 
 
2015년 게임시장 수익의 15%는 스팀에서 발생했습니다. 1억 2500만 명이 넘는 유저들 덕분입니다. 스팀은 25개 언어로 서비스를 제공하며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배틀그라운드’처럼 거대한 히트작이 스팀을 통해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인터넷 사업의 핵심인지 모릅니다. 부가가치를 창출하기보다 이미 있는 부가가치를 연결하고, 사용자가 발견하기 쉽게 만들어주는 거지요. 그래서 인터넷은 무언가를 만들기보다 재배치하는 데 더 강한 힘을 보여주는 ‘플랫폼’의 패턴이 반복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인터넷 사업의 본질을 고민하게 만드는 게임 장터, 스팀이었습니다.

 

김은우 아이엠스쿨 콘텐츠 디렉터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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