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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실리콘밸리] ​제조업의 꽃 자동차시장 질주 테슬라 앞의 장애물

전기차 기준 바꾸고 자율주행차에 도전…아직 제작 능력 못 미쳐 '우려'

2018.01.17(Wed) 18:00:00

[비즈한국] 제조업의 꽃은 역시 자동차입니다. 자동차산업은 복잡하지만 규모가 어마어마합니다.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일본 ​독일 등 제조업 강국들은 자동차산업에서도 강국입니다.

 

그런 자동차산업도 이제는 IT(정보기술)산업의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가 자율주행 자동차를 준비하기 때문입니다. 자율주행 전까지 자동차는 주행감이 중요했는데요, 주행이 자동이라면 주행감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콘텐츠가 중요합니다. 주행하는 동안 즐길 거리가 필요하니까요.

 

테슬라 모델 S. 기존 전기차와 달리 세련된 디자인으로 고객을 사로잡았다. 사진=테슬라


미국 자동차산업은 1980년대 일본의 도전을 받았습니다. 그때까지 미국 중부 도시 디트로이트는 자동차산업을 발판으로 가장 부유한 도시로 주목받았는데요, 일본 자동차가 유행하면서 큰 위기에 빠졌습니다. 일본차를 부수는 퍼포먼스를 하고, 애국심을 고취하는 캠페인도 했지만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는 데는 실패했지요. 

 

넓은 미국 국토에 맞는 육중하고 큰 미국 차는 미국 바깥에서는 필요가 없었습니다. 미국 내에서조차 작고 품질 좋은 일본차가 유행하며 미국 차의 입지가 크게 좁아진 이유입니다.

 

지금 미국이 다시 자동차산업을 정복하려는 야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산업의 중심이 되면서 기존 자동차산업이 아닌 IT 업계가 자동차산업을 이끌 거라는 생각이 든 거죠. 제조업체였던 애플은 물론이고 구글 같은 IT 기업이 적극적으로 자동차 생산을 준비하기 시작한 겁니다. 네이버 카카오 등 한국의 IT 기업도 모두 자율주행 자동차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 IT 업계 거물은 아예 새로운 자동차회사를 만들었습니다. 시대를 선도하는 고급차 회사가 되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말이죠. 바로 일론 머스크입니다.

 

일론 머스크. 사진=일론 머스크 트위터


일론 머스크는 결제서비스 페이팔의 창립 멤버입니다. 페이팔의 성공으로 그는 명성과 돈을 얻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우주산업, 에너지산업, 그리고 자동차산업에 뛰어듭니다. 우주산업은 스페이스 엑스(Space X)라는 민간 로켓 회사, 에너지 산업은 주거용 태양광 에너지 업체 솔라시티(SolarCity)를 세웁니다. 모두 가장 전통적이거나, 도전적인 사업이었습니다. 

 

그리고 자동차산업의 테슬라가 있습니다. 테슬라는 처음 마틴 에버하드와 마크 타페닝에 의해서 만들어졌습니다. 둘은 2003년 GM이 전기차 프로젝트를 폐기할 즈음 회사를 창립했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초기 투자자로 참여했습니다. 이후 그는 대주주에 등극, 창립자를 몰아내고 회사의 리더가 되었습니다.

 

테슬라는 ‘전기차’의 이미지를 뒤집으며 자동차업계 스타로 등극했습니다. 그때까지 전기차는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검소하고 작은 모습이었습니다. 테슬라는 거꾸로 갔습니다. ‘나는 환경 보호를 실천하는 사람이다’라고 자기 과시를 하고 싶은 대중의 허영심을 노린 겁니다. 테슬라는 크고 멋진 스포츠카를 발표했습니다. 이 차는 일론 머스크의 경력과 멋진 이미지 덕분에 할리우드 배우를 중심으로 유명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테슬라는 파나소닉, 도요타, 구글 등과 관계를 맺고 끊으며 사업을 키워 나갑니다. 자율주행차가 유행하며 IT 제품에 가까워진다는 느낌을 받은 시장은 테슬라에 폭발적으로 반응했습니다. 엄청나게 비싼 가격에도 사전 예약 수량만 50만 대일 정도로 인기입니다.

 

테슬라는 트럭까지 공개하면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테슬라 세미는 짐이 없으면 단 5초 만에 시속 60마일을 내는 엄청난 파워를 자랑합니다. 이미 월마트 펩시 UPS 등 주요 업체들이 앞다퉈 트럭을 시험 주문했습니다.

 

최근 테슬라의 소개 영상. 테슬라는 트럭까지 분야를 넓히고 있다.

 

테슬라는 무엇보다 고급차의 기준을 바꾸었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이전까지는 유럽의 전통 있는 제조업체가 장인정신으로 만든 차가 고급차의 기준이었습니다. 테슬라는 이를 뒤집었습니다. 미국 실리콘밸리 기술로 움직이는 친환경 자동차가 고급차의 대명사가 된 것입니다.

 

문제도 있습니다. 테슬라는 50만 대가 예약되었음에도 현재 220대만 제작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제작 자체가 안 되는 겁니다. 머스크가 공언했던 1500만 대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2018년에도 대량생산은 하염없이 연기되고 있습니다. 기한에 맞춰 제품을 만드는 제조업의 기본을 지키지 못하는 것이지요.

 

잡음도 많습니다. 2017년 10월 일론 머스크는 갑자기 직원 수백 명을 해고했습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조직문화 기준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혹자는 제작기한도 지키지 못하는 회사가 직원을 해고하고 다시 고용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과연 회사를 운영할 수 있겠냐고 우려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빠르게 사람을 자르고 뽑는 실리콘밸리와 달리 기존 자동차산업은 고용구조가 안정적이었습니다.

 

테슬라 자율주행 실패 예시. 아직 자율주행은 갈 길이 멀다. 기존 자동차회사도 빠르게 자율주행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IT 기업은 엄청난 속도로 전 세계 사업을 휩쓸었습니다. 하지만 제조업은 상대적으로 혁신의 속도가 늦었습니다. 애플은 자동차 같은 전통 제조업보다는 ‘정보’를 전달하는 기기에 집중해 큰돈을 벌었습니다. 그 외에 ‘빅5’라 불리는 IT 업체들은 유통, 서비스와 관련되어 있지요. 생물학 등의 분야에는 더더욱 혁신이 적습니다.

 

왜 실리콘밸리는 정보, 서비스 외에 제조업과 생물학에서는 빠르게 혁신하지 못하는 걸까요? 실수를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이 분야에서는 실패하면 ‘목숨’이 위협받습니다. 그래서 실리콘밸리 식으로 일단 저질러 놓고 보는 과격한 혁신을 시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테슬라가 이를 바꿀 수 있을까요? 가능성은 그 언제보다도 높아 보입니다.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했으니까요.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고객에게 약속한 물건을 ​제시간에 ​만들어서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실리콘밸리 전체로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율주행 차량은 한때 자동차업계를 뒤집을 거라 알려졌는데요. 기후가 연중 거의 온난한 캘리포니아에서 개발되다 보니 비 눈 등의 기상 변화에 취약하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세상 모든 걸 집어삼킬 것만 같던 IT 기업. 과연 제조업의 꽃이라는 자동차산업까지 삼킬 수 있을까요? 아직은 멀고 험해 보입니다. 그래서 더 가치가 있는 것일 수도 있겠지요. 자동차산업을 뒤집으려 하는 혁신 기업, 테슬라였습니다.​

김은우 NHN에듀 콘텐츠담당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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