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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늦기 전에 사야…" 현장에서 본 강남 아파트 규제의 역설

공급자 주도 가격 결정 구조…'강남불패'라는 인식이 규제도 호재로 탈바꿈

2018.01.30(Tue) 18:32:54

[비즈한국] “방금 집주인이 1000만 원 더 올려 달라는데 어떠세요? 여기서 더 올리진 않겠다고….” 지난 29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한 공인중개사의 통화 내용이다. 불과 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집주인이 그 자리에서 아파트 가격을 1000만 원 올렸는데도 거래가 성사됐다. 

 

중개사는 이 정도 가격이 오른 건 별로 놀랍지도 않다는 반응이다. 거래가 성사된 앞서의 58㎡(17평형​·재건축 이후 38평형 입주) 아파트는 지난 25일 17억 8000만 원에 매물로 나왔지만, 최종 거래 가격은 18억 3000만 원이었다. 나흘 새 5000만 원이 올랐다. 중개사는 “자고나면 수천만 원 오른다는 말이 여기선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얼마가 됐든 매물로 나오면 이런 과정(호가가 순식간에 수천만 원 오르는)을 거쳐 금방 팔린다”고 말했다.

 

# 꺼지지 않는  불 ‘강남 집값


강남 집값의 고공행진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해부터 정부가 고강도 부동산 규제 방안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오히려 시세가 오르는 것도 익히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부동산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강남 집값은 ‘1년 365일 꺼지지 않는 불’이다. 역대 정부가 진화를 위해 여러 형태로 규제 방안을 내놨지만, 유독 강남 부동산 앞에선 힘을 쓰지 못했다. 오히려 찌르면 불쏘시개가 됐고, 물을 부으면 기름으로 변해 불이 커졌다.

 

최근 상황도 다르지 않다. 정부가 고강도 규제를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열기는 더 거세다. 한국감정원이 25일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22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0.38%를 기록했다. 전국 아파트 가격 상승률(0.06%)의 6배로, 지난해 9월 셋째 주 이후 15주 연속 오름세다. 특히 1월 첫째 주에는 2012년 5월 이후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정부의 잇단 규제에도 서울 강남 아파트 값이 급등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 아파트 옥상에 새 한 마리가 앉아있다. 사진=연합뉴스


집값 급등은 강남·​서초·송파, 강남 3구가 이끌고 있다. 재건축 연한이 된 아파트가 중심인 송파구가 1.19%로 가장 많이 올랐고, 강남구 1.03%, 서초구 0.73%를 기록했다. 양천구(0.89%), 강동구(0.68%)를 제외하면 상위권은 모두 강남이 휩쓸고 있다. 특히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매매가는 지난해 7월 26억 원에서 최근 35억 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지난해 말 16억 원에서 18억 원에 육박한다.    

 

단순히 호가만 오르는 게 아니다. 실제 거래로도 이어진다. 서울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월 1~16일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4522건으로, 지난해 1월 거래량 4481건을 넘어섰다. 거래량 역시 강남 3구가 이끈다. 송파구가 421건으로 가장 많았고, 강남구(389건), 서초구(230건) 등 도 상위권이다. 강남 3구 거래량은 지난해 1월 같은 기간보다 3배 늘었다. 

 

부동산 관계자들은 최근 강남 분위기에 대해 “예전과는 다른 분위기로, 거래가 과열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강남구 압구정동 공인중개 사무소 관계자는 “매물이 거의 나오지 않는 편이다. 이에 따라 시장이 집주인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보면 된다. 집주인이 책정한 호가를 강제로 낮출 방법은 없다. 어차피 살 사람은 웃돈을 주고서라도 산다. 사려면 사고 아니면 말라는 분위기가 아파트 가격 상승을 떠받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말부터 매수자들에게 최소 10억 원 정도는 현금으로 들고 있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사겠다는 사람이 나오면 집주인들이 가격을 순식간에 가격을 올리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런 경우는 흔치 않았다”고 덧붙였다. 

 

다른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지방 등 강남 외 지역에서도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 주로 강남 내부에서 거래가 이뤄졌는데, 외부인들도 강남에 들어오고 있다”며 “최근 한 지방 거주자가 아파트를 샀는데 집도 보지 않고 계약했다. 강남을 두고 보통 ‘그들만의 리그’라고 하는데, 일명 상위 1%뿐만 아니라 다양한 매수자들이 강남에 몰려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30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강남 3구 주택 매매 가운데 외지인이 매입한 거래는 총 8398건을 기록했다. 2006년 1만 173건 이후 11년 만에 최고치다.

 

# 집값 왜 오를까…분석 많지만 뚜렷한 원인 찾기 어려워

 

강남 집값이 ‘기세등등’한 이유에 대한 분석은 다양하다. 넘쳐나는 수요를 받쳐줄 공급이 적다는 의견이 첫 번째다. 원론적인 의견이지만 화살은 이번 정부 규제로 향하고 있다. 역대 최대 규모의 각종 규제가 시장에는 ‘공급 부족’ 시그널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 금융권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가 8·2 대책 이후 총 여섯 차례 규제 방안을 내놨는데 모두 ‘거래 규제’에 방점이 찍혀있다. 대출, 투기 과열지구 지정, 재개발 지역 거래 등에 각종 규제를 걸고 투기를 잡겠다는 이야기”라며 “오히려 이 때문에 ‘더 늦기 전에 사야한다’는 분위기가 생긴 데다, ‘강남은 이 정도 규제에도 끄떡없다’는 시그널로도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어떤 방식으로 규제해도 가격이 오르니, 투자처로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있겠느냐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주택자들도 앞으로 집을 여러 채 보유하는데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돼 ‘확실한 한 곳’을 선택해야 하는데, 이들이 선택하고 집중하는 곳이 강남”이라며 “다양한 수요가 늘었는데, 공급은 적거나 그대로여서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강남 지역 부동산에는 매물을 표시하는 안내가 없다. 매물이 없는 데다, 나와도 가격이 순식간에 올라 매수, 매도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줄 수 있다는 이유다. 사진=문상현 기자

 

반대 의견도 있다. 공급 부족만으로는 강남을 설명할 수 없다는 반론이다. 강남의 수요는 단순 수요가 아닌 ‘투기적 수요’라 공급을 확대해도 가격 급등은 막을 수 없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또 다른 금융권 부동산 관계자는 “강남 집값 잡으려면 공급을 늘려야한다는 주장이 많은데, 이런 시도가 없었던 게 아니다. 분당, 판교, 위례 신도시가 대표적인데, 이런 도시를 만들었다고 강남 집값이 내려가진 않았다”며 “어떤 형태의 공급으로든 강남을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는 어렵다. ​​오히려 보유세, 양도소득세, 임대소득세,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 최근 거론되는 방안을 통해 세금 부담을 높이는 게 시장 안정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밖에 부동산 규제와 동시에 다양한 변수들이 작용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최근 바뀐 교육정책 영향도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정부가 자율형사립고, 외국어고, 국제고의 신입생 우선선발권을 폐지하면서 강남, 목동 아파트 등 매입에 나섰다는 얘기다. 

 

금융권의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강남은 학군, 교통, 각종 인프라 등 누가 봐도 아이 키우기 좋은 곳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밖에 그동안 초저금리가 지속돼온 데다 경기가 점점 회복되면서 쌓였던 돈이 풀리기 시작한 시점과 부동산 규제 시점이 맞물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강남 지역 부동산 가격 급등에 대한 긴급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은행권 대출 점검이 먼저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30일 임원회의에서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에서 집값이 급등하는 등 과열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주변 지역으로 퍼지지 않도록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이른 시일 내에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과도한 금융회사와 영업점에 대해 LTV(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비율 준수 여부 등을 점검하고 위규사항 적발 시 엄정한 제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정부와 여당은 추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보유세 인상,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방안 등이 검토된다. 보유세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있는데, 특히 고가 부동산 소유자에게만 세금을 물리는 종부세 개편이 유력 방안으로 거론된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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