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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텔링] 푸틴이 자랑한 '슈퍼 핵무기'는 트럼프를 주눅들게 할 수 있을까

국정연설에서 "이제 우리 무시하지 마"라며 공개한 신형 5종의 면면

2018.03.10(Sat) 17:29:26

[비즈한국] 지난 3월 1일,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은 연례 의회 국정연설을 다소 독특하게 했다.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연설의 주제는 러시아 정부의 현재 성과와 전망에 대한 것이었다. 그 ‘정부의 성과’는 대단히 이례적이었다. 푸틴 대통령은 45분 가까운 시간을 할애해 러시아가 그동안 극비로 취급해온 신형 무기들이 얼마나 치명적이고 강력한 성능을 가졌는지 설명했다. 그는 자세하고 또 자신감이 넘치는 말투로 신형 무기들을 설명하면서, 청중들인 러시아 국회의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무도 우리의 말을 진지하게 듣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신무기를 보면) 이제 누구든 우리의 말에 경청해야 합니다.”

 

푸틴 대통령이 설명한 무기의 면면을 보면 그 자신감이 충분히 납득된다. 이날 공개한 6종의 무기 중 방어용이라 할 수 있는 트럭 탑재 레이저 무기를 제외하고는 하나같이 엄청난 성능에 입을 다물 수 없는 신형 핵무기들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공개한 다섯 종류의 신형 핵무기들은 기존의 핵무기 보유국들은 물론 초강대국 미국과 중국마저도 아직 실용화하지 못한 최첨단 기술이 접목되었다.

 

사르마트 대륙간 탄도미사일. 사진=ria novosti


가장 먼저 살펴볼 것은 RS-28 사르마트(Сармат)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이다. 대륙간 탄도 미사일은 핵무기의 가장 중요한 투발 수단 중 하나지만 핵 강국들은 선제공격에서 안전하다는 이유로 ICBM보다는 전략 원자력 잠수함(SSBN)에서 발사하는 잠수함 탄도탄(SLBM) 개발에 집중한다. 반면 러시아는 다른 국가보다 더욱 ICBM을 중시한다. 건조와 유지에 많은 비용과 인력이 들지 않고 미사일의 위력과 사정거리가 SLBM보다 더욱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사르마트는 이런 ICBM의 강점이 극대화된 미사일로, 1만 5000km 밖에 있는 적을 향해 최대 15개의 핵탄두를 발사할 수 있다. 사거리나 핵무기 탑재 능력 면에서 중국과 미국의 ICBM을 압도한다. 사르마트는 또한 특수한 기능을 사용해서 미국이 역점 추진 중인 미사일 방어체계(MD)를 무력화 할 수 있다고 푸틴 대통령은 주장했다.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플라즈마로 핵탄두를 감싸 전파를 흡수하거나 불규칙한 비행궤도로 요격 미사일을 회피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사르마트 미사일은 2019년부터 핵탄두를 장착하고 운용될 예정이다. 

 

아방가르드 극초음속 글라이더. 사진=ria novosti


아방가르드(Avangard) 극초음속 글라이더는 ICBM보다 핵탄두 탑재량이나 사정거리는 짧지만 MD 대응 능력이 훨씬 더 높아졌다. 평범한 로켓처럼 생긴 아방가르드는 미사일 끝에 삼각뿔 모양의 특수한 글라이더가 장착되어 있다. 대기권 밖에서 미사일과 분리된 아방가르드 글라이더는 ICBM의 핵탄두와 달리 마하 7의 속도로 자유롭게 비행할 수 있다. 

 

탄도 미사일은 관성력과 지구의 중력을 활용하여 비행하지만 극초음속 글라이더는 이런 제한이 없기 때문에 훨씬 치명적이다. 위성을 통해 적국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의 위치를 파악한 다음 그에 맞춰서 극초음속 글라이더의 비행궤도를 바꾸면 그 어떤 미사일 방어체계도 무력화되기 때문이다. 극초음속 글라이더는 너무 빠른 속도로 비행하기에 글라이더의 자세를 제어하는데 어려움이 있고 위성 전파를 수신하는데 특수한 기술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의 주장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런 문제를 세계 최초로 극복한 셈이다. 

 

킨잘 공대지 미사일. 사진=ria novosti


킨잘(Kinzhal) 미사일 또한 극초음속 무기지만 지상뿐만 아니라 함선도 공격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킨잘 미사일은 러시아의 이스칸더-M(Iskander-M) 탄도탄을 개조해 항공기에서 발사할 수 있도록 만든 무기인데, 미사일 자체도 이스칸더보다 더 발전되었고, 지상의 이동식 발사대(TEL) 대신 매우 높은 고도에서 초음속으로 비행할 수 있는 Mig-31 폭스하운드(Foxhound) 전투기에서 발사되기 때문에 마하 10의 속도로 수백km 밖의 전투함과 지상 표적을 타격할 수 있다. 

 

이미 지난 12월부터 러시아 군에 배치됐다고 하는 킨잘 미사일은 아방가르드나 사르마트보다 기술적으로 간단하면서도 비슷한 효과를 내기에 러시아는 킨잘 미사일을 Su-57 차세대 전투기에서도 탑재할 모양이다. 현재 세계 여러 나라에서 쓰이는 함정 공격용 미사일, 대함미사일은 대부분 속도가 마하 0.9 남짓이다. 빠른 속도로 치명성을 높였다고 자랑하는 초음속 대함 미사일도 마하 2~3에 불과한 것을 고려하면 킨잘의 속도는 한때 ‘무적의 방패’로 불린 이지스 대공 방어 전투함도 요격을 자신하기 어려워 보인다. 

 

스테이터스 6 수중 핵드론. 사진=ria novosti


스테이터스-6(Status-6) 수중 드론은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시도하지 못한 신개념 핵무장이다. 이미 몇 년 전에 관련 내용이 부주의로 유출된 적이 있는 이 드론의 외형은 그저 평범한 어뢰로 보이지만 그야말로 ‘사람이 타지 않는 핵잠수함’이라고 할 수 있다. 오스카 2급 원자력 잠수함에 탑재되어 수중에서 발진할 수 있는 스테이터스-6는 원자력 터빈 기관과 자동 항법 시스템으로 수천km 밖 대륙에 있는 항구나 적 함대에 대해서 핵공격을 가할 수 있다. 

 

일반 잠수함보다 훨씬 작은 크기를 가지고 더 깊은 바다 속의 지형을 이용해 숨어서 이동할 수 있으므로 이를 탐지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미사일의 경우 적어도 미사일 경보 위성이나 대형 레이더로 공격을 포착할 수 있지만 심해 속에서 움직이는 이 핵동력 드론을 미리 탐지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핵추진 순항미사일 개념도. 사진=ria novosti


마지막으로 공개한 순항미사일 역시 외관은 평범하지만, 세계 최초로 핵물질을 사용한 추진기관을 가진 미사일이다. 핵물질을 탄두뿐만 아니라 연료도도 쓰는 미사일인 셈이다. 기술적인 내용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핵에너지를 활용한 폭발력이 제트 엔진처럼 미사일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순항 미사일이 수백 킬로미터에서 수천km를 비행하는 데 비해 이 핵 순항미사일은 러시아에서 대서양을 건너 태평양까지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고 홍보한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지구 한 바퀴를 돌아서 우회 공격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적이 어디를 노릴지, 어떻게 격추할지 극히 어려운 신무기라는 점에서 나머지 네 가지 무기들과 목적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해 7월 독일 함부르크 G20에 참석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푸틴 대통령의 이 신무기들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너무나 명백하다. 요격이나 대응이 불가능한 핵무장으로 전 세계 어디든 필요한 경우 핵무기를 사용하고야 말겠다는 의지와 능력을 과시하는 것이다. 세계 최대 핵무기 보유국인 러시아의 강점이자 실체적인 힘으로, 자신들이 가진 경제적인 어려움을 회피하고 이것으로 푸틴 대통령의 영구집권을 위한 지지를 마련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 이번 발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이 보여준 영상과 다섯 가지 신무기들의 면면을 보면 그가 가진 핵무기에 대한 자신감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미국의 부시 전 대통령이 전임 레이건 대통령의 우주방어계획을 고친 MD를 들고 온 후 미국과 서방 국가들은 20년 가까이 핵무기를 요격하는 능력을 갖추는데 많은 투자를 했다. 하지만 북한과 같은 초보적인 대륙간 탄도미사일 정도만 확실하게 요격할 수 있는 단계에 와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년 동안 구축해온 MD를 무력화시키는 핵무기의 등장은 국제사회에서 러시아가 다시 미국과 동등한 지위를 주장할 근거가 될 것이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의 러시아가 바라는 강력한 러시아는 이런 핵무기만으로 이룰 수 없다. 군사적으로 러시아는 재래식 무기의 노후화와 전투 준비태세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후 러시아는 조지아, 체첸, 우크라이나, 그리고 시리아에서 군사작전을 진행해 왔다. 단기전, 게릴라전, 비정규 전투와 같이 적을 공격하고 목표물을 파괴하는 종류의 군사작전에서는 성공적인 성과를 보여줬지만 장기간의 안정화 작전에서는 취약한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소련 붕괴 후 군의 근간인 전투준비태세와 훈련 상태, 그리고 장비의 유지보수 능력이 형편없어졌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붕괴된 경제사정을 감추고 세계의 강대국으로 다시 인정받기 위한 일종의 ‘필살기’로 이런 신형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것인데, 결국 기본기 문제가 발목을 잡는 셈이다. 군사력은 큰 그림을 결정하는 군사전력을 결정하는 전략적 능력뿐만 아니라, 총과 총이 최전방에서 격돌하는 전술적 능력이 함께 뒷받침되어야 한다. 러시아의 슈퍼 핵무기의 이면에 있는 취약한 군사적 역량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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